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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기후변화가 가져온 또 다른 이상 현상, '호수에도 폭염'

[취재파일] 기후변화가 가져온 또 다른 이상 현상, '호수에도 폭염'

서동균 기자 windy@sbs.co.kr

작성 2021.02.09 09:22 수정 2021.02.09 09:23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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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UN에서 기후변화에 관한 여론 조사를 실시했다. 유엔개발계획(UNDP)이 주도한 "People's Climate Vote"라는 명칭의 조사였는데, 전 세계 120만 명을 대상으로 한 사상 최대 규모의 여론 조사였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60% 정도가 '기후변화를 전 세계적인 비상사태'로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 바이든의 파리협정 복귀 선언, 우리나라의 2050 탄소중립 등 전 세계가 기후변화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여전히 기후변화는 우리가 체감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전 지구 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1850~1900년) 대비 2020년 1.2℃나 올랐지만, 지구가 앓는 몸살을 우리가 그대로 느낄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해양 등 수권의 온도 변화는 대기보다 더 느리기 때문에 이 분야에 대한 우리의 인식은 더 둔감할 수밖에 없다. 앞으로 더 많은 연구와 함께 대응 정책도 더 필요한 부분이다.

● 호수, 지구 온난화에 매우 취약

기후변화와 관련해 그동안 대기와 해양 등은 비교적 활발한 연구가 이뤄졌다. 하지만, 호수 등 담수에 대한 연구는 부족했는데, 최근 해외 연구팀이 기후 변화가 호수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에 대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호수 폭염(lake heatwave)*이라는 개념을 처음으로 사용했고, 호수에서도 폭염이 자주 발생하며 기후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결과를 제시했다.

연구는 전 세계 702개의 호수를 대상으로 위성관측과 컴퓨터 프로그램인 모델을 사용해 1901년부터 2099년까지의 미래 자료를 연구했다. 그 결과 호수 폭염이 21세기 말엔 더 길어지고 더 뜨거워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인 수치를 살펴보면, 기후변화 시나리오 중 온실가스 저감이 거의 이뤄지지 않는 RCP 8.5**에선 폭염의 세기가 3.7℃에서 2100년엔 최대 6.2℃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또 폭염 일수는 현재 연평균 7.7일에서 2100년엔 130.8일로 17배 정도 길어질 것으로 나타났다. 온실가스가 상당히 저감된 시나리오인 RCP 2.6에서도 폭염 세기가 4.2℃, 폭염 일수도 34.6일로 지금보다 크게 증가하는 것으로 연구팀은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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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는 해양에 비해 크기가 작고 주변이 육지로 둘러싸인 환경 때문에 기후변화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실제 1985~2009년까지 전 세계 235개의 호수를 대상으로 관측한 자료에서도 호수의 온도가 고위도 0.74℃/10년, 저위도 0.34℃/10년 등 빠르게 증가하면서 100년 동안 1℃정도가 변한 지구 평균 기온 상승폭보다 훨씬 가파른 상승폭을 보였다.(O'Reilly et al., 2015)

*호수 폭염(Lake heatwave) : 호수의 온도가 관측 시점에 특정 기간(1970-1999) 동안의 온도 평균 대비 상위 10% 내의 온도가 5일 이상 지속되는 경우.
- 호수 폭염 또는 호수 열파 등으로 이해되는데, 이해를 돕기 위해 '호수 폭염'으로 직역해 기사에서 다뤘다.
**RCP : Representative Concentration Pathway, 온실 가스 농도 미래 추정치
- RCP 2.6은 온실가스 저감을 많이 한 시나리오이며, RCP 8.5는 온실가스 저감이 거의 이뤄지지 않은 시나리오


● 일부 호수…사계절 내내 폭염 상태

우리는 여름철 폭염을 겪는다. 우리나라 기상청은 일 최고 체감온도가 33℃ 이상이 예상되면 폭염특보를 발효해 국민에게 위험성을 알린다. 다들 경험해 봤겠지만 폭염 땐 야외 활동이 힘들고 스트레스 지수도 높아질 뿐 아니라 장시간 노출되면 건강에도 치명적이다. 다행히 이런 폭염은 여름철 한때로 국한되고 여름이 지나면 선선한 가을이 찾아온다. 그런데 만약 이런 폭염이 사계절 내내 지속된다면 어떨까? 전국에 온열환자가 급증하는 등 상상만 해도 끔찍한 일이 벌어질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이런 상황은 우리에겐 아직 상상에 불과하다.

호수는 다르다. 연구팀은 기후변화로 인해 미래엔 일부 호수에서 1년 내내 폭염 상태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런 영구적인 폭염상태는 2000년 이전엔 없었지만, 21세기 들어 조금씩 생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RCP 8.5 시나리오에선 연구팀이 조사한 702개의 호수 중 무려 81개가 2100년쯤엔 영구적인 폭염상태로 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온실가스 배출이 상당히 저감 된 RCP 2.6 시나리오 역시 영구 폭염상태가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그림참조>
2100년까지 영구적 폭염상태로 바뀌는 호수의 수 / 빨간선 : RCP 8.5, 파란선 : RCP 2.6
지역별로는 호수의 온도는 고위도 지역에선 크게 변하고, 저위도에선 비교적 적게 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고위도에 위치한 호수일수록 더 강한 폭염이 올 것으로 예측했다.

● 호수 망가지면?

호수는 사방이 육지로 둘러싸인 지형 환경을 갖추고 있다. 그만큼 많은 수생태 종과 주변 육지에 서식하는 생물들에게도 많은 영향을 미친다. 우리에게는 농업용수를 제공하기도 하고 호수에서 먹거리를 찾는 사람들도 있다. 그만큼 호수는 생태계와 우리의 삶에 있어 중요한 요소이다.

이런 호수의 온도가 올라 폭염상태가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먼저 호수를 터전으로 하던 많은 생태종들의 시스템이 무너질 수밖에 없다. 특히 호수에 사는 수생태 종들은 기후변화에 더 취약하다. 기후변화를 피해 이동할 수 있는 공간이 호수 안으로 극히 제한되기 때문. 또 높아진 기온에 생겨난 조류가 급증하면서 물속의 산소(DO, 용존산소량)를 줄여 피해를 가속화시킬 수 있다. 기후변화로 앞으로 녹조류는 지금보다 20% 정도 증가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는데, 이 중엔 독소를 내뿜는 남세균 같은 종류도 5% 이상 증가해 생태계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예측했다.

여름철 폭염에 급증한 녹조에 뒤덮인 대청호물속에 사는 어류뿐 아니라, 주변 그리고 호수를 터전으로 삼던 양서·파충류에겐 문제가 더 심각하다. 피부로 호흡하는 양서류는 특히 기후변화에 더 민감한데, 이런 이유로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International Union for Conservation of Nature)이 뽑은 '기후변화로 인해 가장 멸종할 확률이 높은 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먹이 사슬에 중간자적 역할을 하는 이들이 사라지면 생물 다양성은 물론이고 생태계 전체가 무너져 내릴 것이다.

자연과 지구 시스템은 계산하기 힘들 정도로 모든 분야에서 유기적으로 상호작용하고 있다. 호수가 전 세계 면적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3.7%, 하지만 이 작은 톱니바퀴가 고장 났을 경우 자연 그리고 우리가 감당해야 할 결과는 되돌리기 어려워 감당 불가능한 수준일 것이다.

<참고문헌>
R. Iestyn Woolway*, Eleanor Jennings, Tom Shatwell, Malgorzata Golub, Don C. Pierson & Stephen C. Maberly, "Lake heatwaves under climate change", nature(2021) 589, 402–407, doi.org/10.1038/s41586-020-031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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