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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등록증 · 여권 다 있는데…'없는 사람이라고?'

<앵커>

오늘(6일) 제보는 법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분에게 왔습니다. 40년간 문제없이 살아왔고, 주민등록증에 여권까지 있지만, 법률상으론 '없는 사람'이라는 겁니다.

혼인 신고도 못 하고, 자녀를 낳아도 출생신고조차 할 수 없는 처지라고 하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생겼는지 박재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대구에 사는 박 모 씨는 자신의 존재를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 사진부터 꺼내 보였습니다.

보행기를 탄 아기, 행복한 어린 시절.

민증있지만 법률상 '없는사람'

친구들과 해외여행도 다녀오고 작은 사업체를 운영하면서 모범납세자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박 씨에게 40년의 평범한 삶을 뒤흔드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박 씨 : 없어요 저는. 법적으로 제가 없대요.]

박 씨는 은행 대출과 혼인신고를 위해 가족관계증명서를 떼려고 했는데, 자신이 법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처음 알게 된 겁니다.

[박 씨 남편 : 동사무소에서 당황하는 거예요. 없는 사람이라는 거죠.]

대법원 웹사이트에서 본인 명의 공인인증서로 로그인해 봤습니다.

[박 씨 남편 :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렇게 나와버립니다.]

[박 씨 남편 : 웃으면서 농담했다니까요. 너 유령이네. 간첩이냐. 농담했다니까요. 이 사람은 인감도 있고 등본도 있고 사업자등록증도 있어요. 여권도 있고.]

법원이 관리하는 호적에 출생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거를 알게 된 박 씨는 태어난 병원부터 찾았습니다.

그러나 폐업한 지 오래.

동사무소에서 겨우 찾은 40년 전 주민등록표에 다행히 박 씨의 이름이 남아 있었습니다.

행정망에는 존재하는 박 씨가 법원 기록에는 없는 이유가 뭘까?

당시 동사무소에서 실수가 있었던 거로 추정됩니다.

출생신고를 받으면 관련 서류를 법원으로 보내 호적에 등록해야 하는데, 이 과정이 누락된 겁니다.

[박 씨 남편 : 구청 가서 호적정정신청서 받아와라 그러면 택시 타고 구청 가서 받아오고. 동사무소 전화해서 출생 근거자료 찾았습니까 찾았습니까. 일도 제대로 못 하고.]

행정망 기록으로 주민등록증과 여권 등은 받았지만, 박 씨는 혼인신고도, 자녀의 출생신고도 못 할 처지에 놓였습니다.

은행 대출도 가족관계증명서를 떼지 못해 포기해야 했습니다.

법무부와 행안부, 권익위 등에 문의했지만 당장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말만 돌아왔습니다.

[박 씨 남편 : 어디 전화하기 겁나는 거야. 노이로제 걸렸어요. 왜냐면 내 사연을 들어주질 않아 아무도.]  

박 씨는 가족들과의 유전자 감정 등의 기록들을 모아 출생을 증명하는 법적 절차를 다시 밟아 볼 계획입니다.

SBS는 박 씨에게 법적 신분 인정에 필요한 법률자문을 제공하기로 했습니다.

(영상취재 : 김용우, 영상편집 : 전민규, CG : 박동수·서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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