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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초 녹취파일 공개…김명수, 거짓 해명에 "깊은 사과"

<앵커>

헌정사상 처음으로 오늘(4일) 국회에서 일반 법관에 대한 탄핵 소추안이 통과됐습니다. 본회의 표결에서 찬성 179표, 반대 102표로, 가결 정족수를 훌쩍 넘겼습니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을 받게 된 법관은 임성근 부장판사입니다. 탄핵안 가결 소식에 임성근 판사는 심히 유감이라면서 헌법재판소에서 소명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오늘 국회에서 탄핵 소추안 표결이 이뤄지기 전인 오늘 오전에, 임성근 부장판사가 녹음 파일 하나를 공개했습니다. 자신이 사직서를 냈다는 지난해 5월에 김명수 대법원장과 나눴던 이야기를 녹음해 둔 파일이었습니다. 당시 김명수 대법원장이 정치권 탄핵 논의를 언급하면서 자신의 사직을 막았다고 임성근 판사는 주장했는데, 대법원장이 어제 그런 사실이 없었다고 부인하자 오늘 대화 내용을 공개한 겁니다. 그 녹음 파일에는 탄핵을 언급하는 대법원장의 목소리가 담겨 있었고, 하루 만에 거짓말한 게 드러난 김명수 대법원장은 오늘 송구하다면서 사과했습니다.

먼저, 배준우 기자가 두 사람의 대화 내용부터 전해 드립니다.

<기자>

임성근 부장판사 측이 공개한 녹취파일은 전체 43분여 대화 내용 중 96초 분량입니다.

지난해 5월 22일 오후 5시, 대법원장실에서 나눈 대화입니다.

임 부장판사가 건강 악화를 이유로 사의를 표명하자, 김명수 대법원장은 건강을 염려하면서도 사표 수리에 고민되는 부분이 많다고 말합니다.

[김명수 대법원장 (2020년 5월 22일 오후 5시, 대법원장실) : 나는 지금 임 부장이 사표를 내는 것은 난 좋아 좋은데, 내가 그것에 관해서는 많이 고민도 해야 하고 여러 상황도 지켜봐야 되는데…]

고민되는 부분에는 정치적인 상황, 즉 임 부장판사도 대상으로 포함된 법관 탄핵 관련 정치권 논의가 부담스럽다는 걸 숨김없이 밝힙니다.

[김명수 대법원장 (2020년 5월 22일 오후 5시, 대법원장실) : 더 툭 까놓고 얘기하면 지금 뭐 탄핵하자고 저렇게 설치고 있는데 내가 사표 수리했다 하면 국회에서 무슨 얘기를 듣겠냐 말이야, 그치?]

김 대법원장 자신은 법관 탄핵에 현실성도 없고 동의하지도 않는다면서도 임 부장판사의 사표 수리에는 거듭 난색을 표시했습니다.

[김명수 대법원장 (2020년 5월 22일 오후 5시, 대법원장실) : 오늘 그냥 수리해버리면 탄핵 얘기를 못 하잖아. 그런 비난을 받는 것은 굉장히 적절치 않다는 생각이 들어서]

녹취파일 공개로 사법부 수장인 대법원장이 정치권 탄핵 논의를 이유로 법관 사표를 받아주지 않았다는 임 부장판사의 주장은 사실로 밝혀졌고, 이와 동시에 임 부장판사가 사표를 내지 않았다, 정치권 탄핵 언급은 하지 않았다는 김명수 대법원장의 해명은 하루 만에 거짓으로 판명됐습니다.

임 부장판사는 이로부터 일곱 달 뒤인 지난해 12월에도 사표 수리를 또다시 요청했지만, 2월 말 임기 만료에 퇴임하라는 것이 김 대법원장의 뜻이라는 연락을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결국 김명수 대법원장은 고개를 떨궜습니다.

[김명수/대법원장 : 이유야 어쨌든 임성근 부장판사님과 실망을 드린 모든 분들께 깊은 사과와 죄송하다는 말씀드립니다.]

특히 "9개월 전의 불분명한 기억에 의존해 사실과 다르게 답변해 송구하다"며 사과했습니다.

(영상취재 : 서진호, 영상편집 : 원형희, CG : 조수인·강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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