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월드리포트] 시진핑 특별 지시에도 '충격적' 채굴…어떻게 가능했나

[월드리포트] 시진핑 특별 지시에도 '충격적' 채굴…어떻게 가능했나

김지성 기자 jisung@sbs.co.kr

작성 2021.02.04 16:56 조회수
프린트기사본문프린트하기 글자 크기
중국 북서부에 칭하이성(省)이 있습니다. 평균 고도가 3천 미터에 달하는 고원지역으로, 면적은 남한 면적의 7배가 넘지만 인구는 562만 명에 불과해 중국의 성 중에서 가장 적습니다. 양쯔강과 황허, 란창강이 모두 이 곳에서 발원합니다. 수려한 경관을 자랑합니다. 한마디로 중국의 '청정 지역'입니다.

중국 칭하이성 경관
● 시진핑 "불법 채굴 철저히 해결" 지시했는데도 버젓이 석탄 채굴

2016년 8월 시진핑 주석이 칭하이성을 방문했습니다. 시 주석은 칭하이성의 가장 큰 가치도, 가장 큰 책임도, 가장 큰 잠재력도 생태에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앞서 2014년에는 칭하이성 무리광구에서 불법으로 석탄을 채굴하다 적발된 사례가 있었습니다. 중국 공산당 중앙이 나서 채굴을 강력히 막고 환경을 복원하라는 지시를 내렸습니다. 2016년 방문 당시 시진핑 주석도 특별히 이 무리광구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습니다. 계속 관심을 가지고 불법 채굴 문제를 철저히 해결하라고 지시했습니다. 당 중앙의 지시를 기다리지 말고 각급 간부들이 주동적으로 행동하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4년 뒤인 2020년 8월 무리광구에서 여전히 불법 석탄 채굴이 이뤄지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습니다. 19개의 석탄 슬래그산과 11개의 채굴 구덩이가 발견됐습니다. 중국 매체들은 '충격적'이라고 전했습니다. 시 주석이 콕 찍어 특별 지시까지 내렸는데도 지켜지지 않았으니 충격적이라 할 만합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요? 중국 공산당 최고 감찰기구인 중앙기율검사위원회와 공안부, 자연자원부, 생태환경부, 시장감독총국, 국가산림국 등이 합동 조사팀을 꾸려 부랴부랴 진상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칭하이성 무리광구의 불법 석탄 채굴 현장
● 조사팀은 멀리서 지켜보는 시늉만…채굴 업체는 장비 미리 빼돌려

중국 관영 CCTV에 따르면, 이 무리광구에 대해 과거에도 수십 차례 조사가 진행됐습니다. 하지만 부실 조사였습니다. 조사팀은 멀찍이 전망대에서 지켜만 보고 불법 채굴 현장은 스쳐만 갔습니다. 칭하이성 공무원들의 업무 태도가 불성실했다고 합니다. 더구나 불법 채굴 업체는 조사팀의 현장 방문을 귀신같이 미리 알고 채굴을 중단했습니다. 채굴한 석탄은 안 보이게 빨리 운반하고, 장비를 모두 숨기고, 진입로를 흙더미로 막아 조사팀이 발견하기 어렵게 했습니다. 그래도 어떻게 거대한 채굴 현장이 수년 동안이나 발견되지 않았을까 여전히 의문이 남습니다. 심지어 현지 유목민들의 피해도 심각했다고 합니다. 채굴 현장에서 나오는 석탄 먼지 때문에 양을 키울 수 없어, 폐가 약한 양 대신 야크로 바꿔 유목했다고 합니다.

칭하이성 무리광구의 불법 석탄 채굴 현장
불법 채굴 뒤에는 역시나 부패 사슬이 얽혀 있었습니다. 칭하이성 부성장 원모 씨와 석탄 채굴 업체 지배인 마모 씨는 같은 동네 출신으로 30년 지기였습니다. 마 씨는 원 씨의 근무지를 찾아가 식사와 술을 대접했고, 우리의 설에 해당하는 춘제에는 꼬박꼬박 '홍바오'를 건넸습니다. 원 씨는 CCTV와 인터뷰에서 "우리는 샴쌍동이 같은 존재였다"며 "나 자신을 믿는 것처럼 그를 믿었다"고 했습니다.

마 씨가 처음에 건넨 홍바오 금액은 그리 크지 않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석탄 채굴이 시작되고 나서는 홍바오 금액이 20만 위안(3천400만 원)으로 껑충 뛰었습니다. 원 씨가 마 씨에게 받은 뇌물은 1천만 위안(17억 원)이 넘습니다.

칭하이성 다른 간부들은 원 씨와 마 씨의 돈독한 관계를 잘 알고 있던 터라, 불법 채굴을 알고도 눈감아 줬다고 합니다. 결국 칭하이성 다른 간부 10여 명에게도 마 씨의 검은돈이 흘러들어 갔습니다. 칭하이성 공무원들이 불성실했던 것도, 조사 정보가 사전 유출된 것도 다 이유가 있었습니다.

칭하이성 무리광구의 불법 석탄 채굴 장면
● 1천195만 톤 불법 채굴…"하늘이 무너지는 느낌이었다"

이렇게 채굴 업체가 그동안 불법으로 캐낸 석탄은 1천195만 톤에 달합니다. 우리나라의 1년 석탄 소비량이 2016년 기준 149만 톤임을 감안할 때 실로 엄청난 양입니다. 원 씨는 2020년 8월 보도 이후 처음으로 불법 채굴 현장을 찾았다고 합니다. 푸른 초원과 파란 하늘이 보이다가 갑자기 컴컴한 큰 구덩이가 나타나니 눈이 휘둥그레졌다고 했습니다. 하늘이 무너지는 느낌이었다고 했습니다.

원 씨는 '쌍개(雙開)' 처분을 받았습니다. 쌍개는 공산당원의 당적과 공직을 동시에 박탈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와 별도로 원 씨를 포함한 여러 명의 칭하이성 간부들이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중국 당국은 채굴 구덩이를 모두 메우고 풀을 심는 녹화사업을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조사에 참여한 중앙기율검사위원회 관계자는 "무리광구의 생태 환경 파괴는 몇십 년, 몇백 년이 지나도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화면 출처=중국 CCTV)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