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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 줄도 모르는데…미용실 · 분식집에 '재택근무 앱'

쓸 줄도 모르는데…미용실 · 분식집에 '재택근무 앱'

한승구, 노동규 기자 likehan9@sbs.co.kr

작성 2021.02.02 20:34 수정 2021.02.02 22:18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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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코로나 때문에 출근하지 않고 집에서 일하는 사람이 늘면서, 정부가 재택근무용 프로그램을 사는 기업에는 얼마씩 지원을 해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재택근무와는 거리가 먼 미용실이나 분식집, 족발집에서도 프로그램을 산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한승구 기자, 노동규 기자가 함께 취재했습니다.

<한승구 기자>

이 회사는 원래 기업 워크숍 같은 오프라인 행사를 기획하고 진행하는 일을 했습니다.

[이명길/이벤트업체 대표 : 2월에 연기된 행사가 3월 달에 또 연기, 4월달에 또 연기, 그러다가 5월부터는 행사가 취소가 되는 거예요.]

사업 방향을 온라인 행사로 바꾸고, 직원들도 원격 근무를 시작했습니다.

급하게 재택근무용 프로그램을 구매했는데, 마침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직원들 근태관리, 재무관리, 급여관리. 원래는 되게 비싸요 이런 프로그램들이. 맞춤으로 만들려면 더 어렵거든요.]

싼값에 비대면 업무 환경을 꾸릴 수 있도록 정부가 도와주는 이른바 바우처 사업이 있습니다.

비용의 10%만 내면 최대 400만 원 한도 내에서 나머지는 정부가 비용을 내줍니다.

올해도 6만 개 중소기업을 모집해서 총 2,160억 원을 지원합니다.

그런데 지난해 이 지원금을 어디에 썼는지 살펴봤더니 미심쩍은 곳이 적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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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규 기자>

저희가 입수한 바우처 사업 지출 내역을 살펴봤습니다.

재택근무 앱을 미용실, 분식집, 또는 족발집에서 대거 구입한 게 눈에 띕니다.

미용실을 찾아가 봤습니다.

본인 명의로 재택근무 앱을 구매한 사실조차 모르거나, 아니면 대답을 피합니다.

[A 미용실 업주 : (앱은 다운받으셨어요?) 저는 집에 컴퓨터도 없고 스마트폰 사용도 할 줄도 몰라서 저는 잘 모르겠어요.]

[B 미용실 업주 : 어플이요? 아 그거를 왜, 왜 SBS에서 조사를 하는 거예요? 저 몰라요, 그거에 대해서 몰라요!]

결국 한 미용실에서 대답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C 미용실 업주 : 한 30만 원대 정도… 그 정도 받았어요. 더 이상 이제 묻지 마세요. 이게 우리가 말을 참 조심해야 되거든요. 말을 잘 못 하면, 엄청 골치 아픈 일이…]

앱을 구매하면 현금을 제공 받는 이른바 '페이백 거래'가 이뤄진 겁니다.

먼저 미용사 단체를 상대로 영업을 해 회원 정보를 받습니다.

그리고 사실상 결제를 대행해 앱을 판매한 뒤 정부 보조금을 받는 겁니다.

관련 회사는 "그런 사실 없다"고 밝혔지만, 협회에서는 누군가에게서 연락을 받았다고 털어놨습니다.

[미용사 단체 지회 사무국장 : 바우처 판매하는 데서 연락이 왔었죠. 나중에 잘 되면 후원금 좀 받아야죠.]

이곳 남대문시장 상인들 가운데 약 500명도 400만 원짜리 재택근무 앱을, 각각 구매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20억 원어치입니다.

[남대문시장 의류상가 상인 : 저희는 잘 모르죠. (결제를 선생님이 하시는 건데 모르세요?) 그래도 잘 모르는데. (얼마나 받는지 궁금해요.) 부가세 정도죠. 400만 원에 10%밖에 안 되는 거지…]

현금 리베이트 약속에, 아르바이트 직원까지 동원한 대리 결제가 이뤄졌습니다.

['바우처 플랫폼' 공급기업 측 전직 직원 : (수요기업에) 전화를 걸어서 인증번호 받아서 회원가입 하면 끝입니다. 전화만 직접 받으시면 5분 안에 끝나는 작업입니다. 모인 사람들끼리 하루 한 80건 이상 한 것 같습니다.]

경북 영주에 있는 한 시장 상인들도 화상 회의와 재택근무 앱을 샀습니다.

[시장 상인회 관계자 : 화상회의라는 건 뭐 같이 얼굴 보며 말하는 거 아냐 그죠? 나는 그건 아니고 유튜브로 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홍보'하면서 우리가 이제 물건을 팔 수 있는 거.]

정부 보조금 사업에 대한 대리 신청과 대리 결제는 중기부가 금지한 부정행위입니다.

SBS가 지난해 이런 문제를 제기했을 때 중기부는 불법 행위를 엄단하겠다고 발표까지 했지만, 현장에서는 중기부를 내세운 명함을 들고 영업하는 곳까지 등장했습니다.

이런 부정을 적발해야 하는 한 기관은 인력이 부족하다고 밝힙니다.

[한국경영혁신중소기업협회 관계자 : 짧은 시간에 8만 개(수요기업 심사를) 하다 보면… 조금 제대로 하지 못한 부분이 있을 것 같아요.]

[한국경영혁신중소기업협회 관계자 : 무슨 떡볶이집이다… 뭐 1인 미용실이다, 택시기사다, 그런 건 금시초문이거든요? 실제로 돈을 받아 갔어요? 순댓국집이? 그건 저도 좀 알아봐야겠네요.]

중기부는 "부정행위에 대해서 면밀히 조사해 대책을 마련하겠다"라고 밝혔습니다.

비대면 바우처 사업은 오는 16일, 올해 새 신청자 지원을 받습니다.

(영상취재 : 김태훈, 영상편집 : 이승진, VJ : 정영삼·정한욱, 작가 : 김채현, CG : 홍성용·최재영·이예정·성재은·정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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