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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잇] 내연기관차를 위한 나라는 없다

[인-잇] 내연기관차를 위한 나라는 없다

김지석│그린피스 서울사무소 기후에너지 스페셜리스트

SBS 뉴스

작성 2021.02.03 11:03 수정 2021.02.03 15:18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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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잇 김지석
"Warning - Burning Gasoline, Diesel and Ethanol has major consequences on human health and on the environment including contributing to climate change."

"경고 – 휘발유, 경유, 에탄올(바이오 연료)을 사용하는 행위는 건강을 악화시키고 기후변화를 포함한 환경 문제를 유발합니다."

위 문구는 하버드, MIT가 있는 미국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시 주유소에 올해 1월부터 부착된 경고 스티커에 쓰인 글이다. 출퇴근을 위해서든, 다른 여러 용도로 자동차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이제 주유소에 들를 때마다 이 문구가 쓰여진 스티커를 보게 된다.

눈치 빠른 사람은 저 문구가 담배에 붙어 있는 경고 문구를 따라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을 것이다(담배를 피우는 것은 건강에 해롭기 때문에 높은 세금을 부과하고 금연 치료를 지원하지만, 이렇게 한다고 해서 당장 흡연 인구가 '0명'이 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주유소에서 저런 문구를 맞닥뜨리게 되면 기름을 넣을 때 찜찜한 기분을 느끼게 될 것이고, 나아가 전기차를 고민하는 사람도 분명히 생길 것이다.

이 경고 스티커는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효과와 더불어, 동시에 앞으로 내연기관차를 제재하겠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실제로 케임브리지시가 주유소에 경고 스티커를 붙이기로 결정한 뒤 한 달이 채 안 된 시점에 매사추세츠주는 2035년부터 휘발유, 경유를 연료로 사용하는 내연기관차의 판매 금지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10월 15일, 미국에서 가장 먼저 내연기관차 판매를 2035년부터 금지하겠다고 발표한 캘리포니아에 이어 두 번째이다. 뉴욕주도 2035년을 목표로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를 논의 중이다.

이런 결정을 놓고 환경에 유난 떠는 3개 주 정도만 판매를 금지하는 것이니 대단치 않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미국의 위 3개 주는 인구수로 따지면 미국 전체의 20%를 차지한다. 내연기관차 회사 입장에서는 15년 안에 시장의 20%가 사라지는 셈이다. 게다가 2035년까지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를 전국적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논의가 이미 미국 의회에서도 이루어지고 있다.

올해 1월 20일에 취임한 조 바이든 대통령의 임기가 마무리되는 2025년에는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를 결정한 지역이 지금보다 늘어날 것이 분명하다. 아예 미국 전체가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를 결정할 가능성도 있다. 영국은 몇 년에 걸친 논의 끝에 2030년부터 내연기관차 판매를 금지하기로 전격 결정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휘발유, 경유, 에탄올을 사용하는 행위는 건강을 악화시키고 기후변화를 포함한 환경 문제를 유발'하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도 얼마 전에 2035년을 전후해 내연기관차 판매를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왜 2035년일까? 캘리포니아주를 포함한 미국 주정부들, 영국을 포함한 유럽 국가들, 그리고 토요타, 혼다 등 쟁쟁한 자동차 회사가 포진한 일본까지 내연기관차 판매를 금지하겠다고 발표하면서 2035년 또는 그 이전을 기준 시점으로 삼고 있다. 그 이유는 간단한다. 자동차는 한번 만들어지면 평균 15년 정도 사용된 후 폐차되기 때문이다. 2050년에 내연기관차가 도로 위에 한 대도 안 다니게 하려면 2035년 이후부터는 전기차만 팔려야 한다. '2050-15=2035'라는 간단 명료한 산수에 따라 판매 금지 시점을 잡은 것이다.


자동차 매연, 연기, 내연기관차, 환경오염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지금도 길거리에 부지기수로 돌아다니는 내연기관차들이 10여 년 후부터 판매가 불가능하다는 것이 상상이 안 되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 가격은? 충전은? 전기는? 폐배터리는? 등의 여러 문제점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 간단히 답하자면 가격은 저렴해질 것이고, 충전은 인프라를 확충하면 된다. 전기는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만들면 되고 배터리는 재활용하면 된다. 전기차가 기술적으로 환경적으로 완벽하냐고 묻는다면 답은 'NO'다. 하지만 전기차가 내연기관차보다 훨씬 낫냐고 묻는다면 답은 'YES'다. 내연기관차는 하이브리드화 등을 통해 노력을 했지만 결국 개선 불가 판정을 받았다. 이미 하이브리드 자동차도 여러 국가에서 판매 불가 대상에 포함돼 있다.

내연기관차 판매가 금지되고 전기차로 전환되면 사람들에게 돌아오는 혜택은 뭘까? 대표적인 부분만 얘기하자면 공기가 맑아지며 운전자 스트레스는 줄고 지갑도 두꺼워진다. 공기가 맑아지는 건 내가 걷는 거리에, 내가 사는 곳에 공해 물질이 안 나오기 때문이고, 스트레스가 줄어드는 건 내연기관차의 소음과 진동이 없기 때문이고, 지갑이 두꺼워지는 건 전기가 기름보다 훨씬 값싸기 때문이다. 현재는 전기차 가격이 다소 높은 편이지만 이 역시도 개선될 여지는 무궁무진하다. 2035년까지는 아직 15년이나 남아있다.

아주 기발한 해결책이라도 기술적으로 불가능하거나, 꼭 그렇게 해야 하는 명분이 부족하면 정치적으로 추진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전기차 기술의 발달과 태양광, 풍력으로 대표되는 재생에너지 가격의 하락은 소형 내연기관차 세금 우대와 같은 소극적인 정책에서 벗어나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라는 과감한 결정이 가능하게 만들었다. 전기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도 아주 좋다. 전기차를 만드는 테슬라는 애플, 마이크로소프트에 이어 시가 총액 기준 미국에서 6번째로 큰 회사가 되었다.

우리나라도 결국 내연기관차 퇴출을 결정해야할 것이고, 시점은 2035년을 즈음해서일 것이다. 변화가 불가피함을 받아들이고 개인과 회사, 국가 차원에서 미리 알고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현대자동차그룹도 이미 지난해 12월, 2040년 정도부터는 주요 시장에서 내연기관차 판매를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몇 년 후에는 2035년으로 시점을 조정할 것이라고 예상해본다. 여전히 비싼 석유를 태우면서 건강을 해치는 공해물질과 지구를 망치는 온실가스를 뿜어내는 내연기관차가 판매 금지되는 세상을 상상하기 어렵다면 이 점을 생각해 보기 바란다. 우리나라에서 실내 흡연이 허용되는 곳이 몇 군데나 있는지.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는 필연이다.

p.s. 미국 최대 자동차 회사인 제너럴모터스(GM)는 2035년부터 전기차만 판매하겠다고 1월 28일 전격 발표했다. 2050 – 15 = 2035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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