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취재파일] 김시우 "도쿄올림픽 메달 따 국위선양 하고 싶다"

[취재파일] 김시우 "도쿄올림픽 메달 따 국위선양 하고 싶다"

김영성 기자 yskim@sbs.co.kr

작성 2021.02.02 08:55 수정 2021.02.02 10:55 조회수
프린트기사본문프린트하기 글자 크기
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김시우 "도쿄올림픽 메달 따 국위선양 하고 싶다"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우승으로 마스터스 4년 연속 출전 수확"
"이번 주 피닉스오픈은 관중 허용…박수, 환호 들으면 더 힘 나"
"도쿄올림픽 출전해 메달 따고 국위선양 하고 싶어"


"안녕하세요? 잘 지내시죠?"
태평양 건너 '보이스톡'으로 전해지는 김시우 선수의 목소리는 연결 상태가 썩 좋지는 않았지만 평소보다 밝고 즐거워 보였습니다. 3년 8개월 만에 미국 PGA투어 세 번째 우승컵을 들어 올린 뒤 가족과 친지, 투어 동료들로부터 축하 인사를 많이 받았다는 김시우는 한국 미디어와 통화는 처음이라며 반가운 목소리로 인터뷰에 응했습니다.

우승 바로 다음 주 열린 파머스인슈어런스오픈에서는 컷 탈락했지만 샷감은 전혀 달라진 게 없다며 올해는 생각보다 우승을 일찍 달성해 느낌이 좋고 도쿄올림픽 국가대표로 나가 국위선양도 하고 싶다는 포부를 전했습니다.

"이번 컷 탈락은 샷이 나빠서가 아니기 때문에 별로 신경 쓰지 않아요. 샷감, 퍼트감 모두 우승할 때랑 달라진 게 없어요. 토리파인스에서 첫날 북코스에서 4언더파로 괜찮았는데 다음날 더 길고 어려운 남코스를 치는데 비바람이 몰아쳐 생각한 대로 공이 가질 않더라고요. 컷 탈락 덕분에 휴식 시간이 이틀 더 생겼다고 생각해요. 이번 주 피닉스오픈은 잘 쳐야죠."

이번 주에 애리조나 스코츠데일에서 열리는 웨이스트매니지먼트 피닉스오픈은 관중 입장이 허용된 대회입니다. '골프 해방구'로 불리는 콜로세움 같은 16번 홀을 포함해 매년 수십만 관중이 웃고 떠들고 술 마시고 춤도 추는 축제 분위기에서 치러지는 독특한 대회인데, 올해는 미국 전역에 확산된 코로나19 때문에 관중 수를 대폭 줄여 하루 5천 명까지만 허용하기로 했습니다.

"관중이 있으면 일단 기분이 업(UP) 되죠. 굿샷 했을 때 갤러리들이 박수 쳐주고 환호해 주면 더 힘이 나거든요. 두 달 전 휴스턴오픈 때도 일부 관중이 들어왔었는데, 피닉스오픈은 전통적으로 시끄럽고 왁자지껄한 대회라 느낌이 완전히 다를 거예요."

김시우는 2016년부터 피닉스오픈에 매년 빠지지 않고 출전했는데 코스와 궁합은 썩 좋진 않았습니다. 지난 다섯 번의 출전에서 컷 탈락 세 번에 공동 62위가 최고 성적이었습니다.

"피닉스오픈은 제가 6년 연속 출전하는 건데 작년, 재작년 연속 컷 탈락했어요. 이번엔 일단 컷 통과부터 하고 봐야죠. 저는 목표를 크게 세우면 자꾸 덤비고 멘탈(mental)이 흔들려서 오히려 성적이 더 안 좋아지더라고요. 이번 대회는 그냥 오랜만에 팬들과 축제를 즐긴다는 마음으로 편하게 치려고요."

1995년 6월 28일 생인 김시우는 6살 때 아버지 김두려 씨에게 골프를 배워 16세에 국가대표에 발탁됐고 고등학교 2학년 때인 17세에 미국으로 건너가 PGA투어 사상 역대 최연소로 퀄리파잉 스쿨을 통과한 입지전적인 인물입니다.

2016년 윈덤챔피언십에서 PGA투어 데뷔 첫 우승을 할 때까지 그에게 골프 스승은 오직 아버지 한 사람뿐이었습니다. 이후 2017년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의 전 스윙 코치 션 폴리에게 사사한 김시우는 기량이 한층 업그레이드돼, 그 해 5월 '제5의 메이저대회'로 불리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대회 최연소 우승으로 전 세계에 이름을 떨쳤습니다.

그리고 3년 8개월의 공백 끝에 일궈낸 통산 3승은 세 번째 스승 클라우드 하먼 3세와 함께 했습니다. 하먼 3세는 세계 랭킹 1위 더스틴 존슨과 전 세계 1위 브룩스 켑카 등을 제자로 둔 유명 스윙 코치로, 그의 아버지는 타이거 우즈의 전성기를 이끈 세계적인 교습가 부치 하먼입니다. 김시우는 하먼 3세로부터 2년째 스윙 지도를 받고 있는데 기술적인 면과 정신적인 면 모두 큰 도움이 된다고 밝혔습니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최종 라운드에서의 김시우
"저도 모르게 스윙 궤도가 흐트러질 때가 있어요. 하먼 코치는 그럴 때마다 바로 잡아주세요. 제가 드로(draw) 구질일 때는 목표 지점보다 오른쪽을 보고 치다가 그냥 똑바로 푸시가 되면서 공이 나가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백 스윙 궤도를 바로잡고 나서는 페이드(fade) 구질로 바뀌면서 실수가 많이 줄었죠. 그리고 코치님은 멘탈 관리에도 도움을 주세요. 제가 플레이할 때 좀 급하고 덤비는 편인데, 어떤 상황에서도 차분하고 서두르지 않는 마인드 컨트롤을 수련하고 있어요. 잡생각 버리고 매 순간 샷 하나 하나에 집중할 수 있도록 코치님이 긍정적인 얘기를 많이 해주세요."

클라우드 하먼 3세는 최근 미국 매체와 인터뷰에서 "김시우는 세계 최고의 선수가 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아직 나이가 어린 만큼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그가 앞으로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을지 기대된다"며 김시우의 자질을 높이 평가했습니다.

김시우는 이번 우승으로 자신감을 되찾은 게 가장 큰 수확이라고 말했습니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에서 우승한 김시우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2017년 플레이어스챔피언십 우승으로 보장받은 마스터스 출전권 3년 기한이 지난해 만료됐는데 이번 우승으로 4년 연속 마스터스에 출전할 수 있게 돼 기쁘고, 도쿄올림픽 출전에 대한 자신감도 더 커진 것 같아요."

김시우는 현재 세계 랭킹 51위로, 지난주 우승 직후보다는 3계단 떨어졌지만 17위인 임성재에 이어 한국 선수 2위에 올라 세계 랭킹 순으로 2명을 뽑는 도쿄올림픽 남자골프 국가대표 선발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에 자리했습니다.

"2016년 리우올림픽 때는 제가 세계 랭킹이 안 돼서 못 나갔는데, 이번 도쿄올림픽에는 나라를 대표해서 꼭 나가고 싶어요. 개인전이지만 태극마크를 달고 나가는 올림픽은 국가의 명예가 걸려있어 색다르고 책임감이 생길 것 같아요. "

김시우는 앞서 2018년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골프월드컵에 안병훈과 함께 국가대표로 출전해 공동 6위의 성적을 기록한 바 있습니다. 당시 1, 2라운드에 공동 선두를 달리다 뒷심 부족으로 아쉽게 메달을 놓쳤습니다.

"월드컵 때 태극마크를 가슴에 달고 나가 정말 뜻깊고 재미도 있었어요. 올림픽은 월드컵과 경기 방식이 다르지만 느낌은 비슷할 것 같아요. 대한민국 대표로 나가서 한국 남자골프 최초로 메달을 딴다면 개인의 영광일 뿐 아니라 국위 선양도 되는 거잖아요.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다면 메달도 꼭 따고 싶어요."

통화를 끝내기 전, 김시우가 오랫동안 허리 통증으로 고생하던 기억이 떠올라 요즘은 허리 안 아프냐고 물었더니 언제 적 이야기를 하시냐며 시큰둥한 반응이 돌아왔습니다.

"저 허리 안 아픈 지 꽤 됐는데요? 전담 물리치료사한테 꾸준히 마사지받고 치료받아서 이젠 허리 아파 못 쳤다는 핑계는 못 대죠(웃음). 한 1년 반 됐나?"

그러고 보니 기자가 김시우 선수와 연락한 게 2년이 넘었더군요, 뜨끔하고 미안했습니다. 하지만 반가웠습니다. 허리가 안 아프다니까….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