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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적북적] 사이보그지만 괜찮아…김초엽·김원영 사이보그가 되다

[북적북적] 사이보그지만 괜찮아…김초엽·김원영 사이보그가 되다

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작성 2021.01.31 07:59 수정 2021.02.01 09:43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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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룸] 북적북적 277 : 사이보그지만 괜찮아…김초엽·김원영 <사이보그가 되다>

"기술은 해방일까, 혹은 억압일까. 사이보그는 현실일까, 아니면 비유일까. 장애인을 위한 '따뜻한 기술'은 정말로 장애인의 삶을 더 나아지게 할까. 기술의 발전 속에서 장애는 언젠가 사라지고 말 제거의 대상일까. 최후의 미래에도 여전히 누군가는 장애인으로 살아갈까."

작가이자, 배우, 변호사로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 등을 쓴 김원영, 2019년 오늘의 작가상-2020년 젊은작가상을 수상했고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등을 쓴 김초엽. 이 둘의 공통점은 뭘까요?

저에게 말해보라면 먼저 '북적북적'에서 소개한 책의 저자들이라는 겁니다. 2019년 1월 27일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 2019년 10월 27일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을 각각 북적북적 174, 213에서 소개했습니다. 그리고 다른 공통점은 이번 읽을 책의 공동 저자라는 것. 북적북적 277회는 김원영, 김초엽 작가의 <사이보그가 되다>입니다.

사이보그. 인간과 기계장치의 결합을 가리킵니다. 좀 오래전에 나온 영화지만 로보캅이나 그보다 더 전인 6백만 불의 사나이, 소머즈 같은 이들, 비교적 최근에는 어벤저스 시리즈에 나오는 윈터 솔저가 사이보그입니다. 과학 기술의 발전으로 인간에게 뭔가 보조 기계장치를 부착하거나 아예 삽입해 더 뛰어난 신체 능력을 발휘하게 하거나, 혹은 어떤 결여나 결핍을 보완하게 하게 된 존재를 사이보그라고 하죠. 예로 들었던 극화에서는, 대부분 큰 사고를 당해 생명이 위험해진 이를 살리기 위해 대수술을 벌이는 과정에 따라 사이보그가 됩니다. 그리고 오래된 논쟁이 뒤따릅니다.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 요소는 무엇인가, 이를테면 팔이나 다리를 기계로 대체한다면 그 존재가 인간이라는 데에는 대개 이견이 없지만 가령 뇌를 대체하더라도 인간으로 볼 수 있을까. 사이보그에게서도 인간만이 가진 고유한 특성으로 여겨지는 것들, 사랑, 증오, 분노, 연민, 배려 같은 감정이 있을 수 있나 등등.

두 작가의 시선은 이런 논쟁의 연장선에 있는 듯하면서도 좀 더 크게 나아갑니다. 사이보그에 빗댄 문제들은 아직 영화 속 이야기, 먼 미래 같아 보이는데 현실에 깊이 뿌리내린 사람들, 장애인 문제가 있습니다. 다른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다른 얘기가 아니라는 겁니다. 장애인은, 자신은, 과연 '온전한 인간', 혹은 '동등한 인간'인지를 꾸준히 고민해 왔다고 하죠. 각각 지체 장애와 청각 장애를 갖고 있다는 두 작가의 또 하나의 공통점은 이 책이 탄생하게 된 배경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과학기술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살아가고, 장애인을 치료하고 구원한다는 일부 기술 엘리트들의 유토피아적 언설 속에 등장하며, 인간인지 아닌지를 매일 아침 고민하지는 않지만 '온전한 인간'인지 아닌지, '동등한 인간'인지 아닌지를 고민한 시간은 제법 길었다."


"나를 제외한 모두가 화면 너머, 저 먼 곳 어딘가, 이 공간 바깥의 사이보그를 말하고 있을 때, 어쩌면 지금 이곳에 있는 내가 사이보그일 수도 있다는 어색한 깨달음. 어떤 질문 앞에서도 무결하고 굳건한 '인간'이 아니라, 인간성의 시험대에 올라 '너는 인간이니?'라는 질문을 받는 존재들과 내가 어어져 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주는 당혹스러움."


"먼 미래에 도래할 완벽한 보청기나 청력 치료제에 대한 약속이 아니라, 새로운 방식의 의사소통과 그런 소통 환경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이 내 삶을 실제로 개선했다. 그 기술은 먼 미래가 아니라 현실과 가까운 곳에 줄곧 있었는데, 오랫동안 나에게 선택지로서 주어지지 않았을 뿐이다... 흔히 사람들은 장애를 치료할 과학기술과 의학의 '위대한' 발전에 기대를 걸지만, 그렇게 멀리 가지 않더라도 장애인들의 삶을 실질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선택지들이 있다. 그러나 그 대부분은 여전히 접근이 불가능한 상태다."


"과학이 장애를 여전히 '없음의 상태(결여)'로만 바라본다면 휠체어는 기술적으로 아무리 발전한다 해도 여전히 보행 능력 '없음'의 문제를 해결하는 보조기기로만 간주될 것이다. 우리는 실제로 더 발전된 휠체어를 타고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스스로를 더 크게 결핍된 존재로 생각할지 모른다."


"장애가 사라진 미래가 올 수 있을까?... 취약하거나 건강한 몸으로부터 산출되는 능력은 언제나 상대적으로 평가되기 때문에, 능력 차별주의가 미래에도 지배적인 이념으로 남아 있는 한 어떤 몸들은 늘 멸시의 대상이 된다. 지금 장애로 간주하는 것을 이후에 기술이 제거하거나 더 나은 상태로 만든다고 하더라도 또 다른 무언가가 장애의 자리에 있게 될 것이다."


제가 무지했던 탓이겠습니다만, 장애를 대단히 피상적으로만 생각하고 있었다는 걸 책을 읽으며 새삼 느꼈습니다. 우리 사회 대표적인 약자를 성 소수자, 장애인, 빈곤층... 이렇게 흔히 말하는데 다소와 경중의 차이는 있겠으나 이 '소수'의 의미에 대해서도 다시금 생각해봤습니다. '장애'라는 자리에 다른 개념들을 대신 넣어라도 해당되는 지점들이 많았습니다.

"물리적 세계에서 타인을 만나는 일은 언제나 약간의 위험을 수반하기 마련이다. 타인이란 애초에 온갖 바이러스와 세균, 편견과 다른 생각, 동의하기 어려운 이념의 운반체다... 사회적 거리두기(물리적 거리두기)는 우리의 생물학적 안전에 이롭다. 그러나 우리가 잘 아는 편안한 공동체를 벗어나 바깥세상을 향할 때, 열려 있는 상호 작용의 장으로 나아갈 때, 그 위험과 불일치 속에서만이 가능한 우정, 환대, 사랑과 연대의 만남들이 있다... 모든 것이 사이렌 오더의 형식을 띠는 사회가 되었을 때... 그런 세상은 늘 '안전'하겠지만 차이를 존중할 필요가 없을 것이고, 차이가 만들어내는 어떤 이음새도 없을 것이다."

*사계절 출판사로부터 낭독 허가를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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