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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모든 원전에서 플루토늄 생산 가능"…북한 원전 추진 논란

[취재파일] "모든 원전에서 플루토늄 생산 가능"…북한 원전 추진 논란

정구희 기자 koohee@sbs.co.kr

작성 2021.01.30 12:12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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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모든 원전에서 플루토늄 생산 가능"…북한 원전 추진 논란
● 뽀요이스 폴더 안에 '경수로 백서'…북한에 경수로 건설 추진?

산업부 공무원의 컴퓨터에서 '북한 지역 원전 건설 추진방안'이라는 문서 파일이 나오면서 정부가 북한에 원전 건설을 추진했던 것인지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해당 문서 파일은 '월성 원전 경제성 조작 사건'과 관련한 검찰의 압수수색 과정에서 발견되었습니다. 산업부 공무원의 컴퓨터에서 삭제됐던 파일인데, 디지털 포렌식을 통해 검찰이 복원한 겁니다. 산업부는 "단순히 아이디어 차원에서 검토한 문건이다"라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세부적인 내용이 공개되진 않았지만 파일들을 살펴보면 원전 건설 방식으로는 '경수로'가 검토되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산업부가 삭제한 파일 가운데는 핀란드어로 '북쪽'을 의미하는 'Pohphjois(뽀요이스)' 폴더가 있었는데, 이 폴더 안에 '경수로 백서.PDF' 파일도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지난 1995년에도 KEDO라는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가 북한에 경수로 원전 건설을 검토한 적이 있었습니다. 미국이 경수로 원자로 2기를 북한에 지어주기로 했습니다. 북한이 핵을 포기한다는 조건이 달렸는데, 당시만 해도 경수로 원자로에서는 핵무기에 사용될 플루토늄을 뽑아내기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었습니다. '경수로' 건설은 단순 전력 지원사업 정도로만 여겨졌습니다. 하지만 기술이 발전한 지금, 경수로에서도 충분한 플루토늄을 뽑아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월성 원전 1호기 감사 자료 삭제
● 원전 핵연료에서 핵무기용 플루토늄-239 추출 가능

원전을 가동한 뒤 쓰고 남은 핵연료에서는 '플루토늄'을 뽑아낼 수 있습니다. 이런 방식을 통해 우리나라에서 쓰고 남은 핵연료도 당연히 플루토늄 생산은 이론적으로 가능합니다. 퓨렉스(PUREX, Plutonium-Uranium Extraction)라고 불리는 핵연료 재처리 기술인데, 사용후 핵연료를 질산에 녹여 액체로 만든 다음, 화학적 환원반응을 이용해 금속 상태의 플루토늄만 뽑아내는 기술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1973년 체결된 한미 원자력협정에 따라 플루토늄 추출 및 생산이 전면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실질적 생산은 불가능합니다.

현재 사용되는 원전의 가동 방식은 크게 중수로와 경수로로 나뉩니다. 특히 월성 원전과 같은 중수로에서 쓰고 남은 핵연료의 경우 많은 양의 플루토늄을 뽑아낼 수 있습니다. 반면 월성 원전을 제외한 우리나라 모든 원전들은 경수로 방식을 택하고 있는데, 경수로에서는 핵무기용 플루토늄 추출이 매우 어렵습니다.

핵연료 속 우라늄은 시간이 갈수록 중성자를 계속 흡수하게 됩니다. 핵연료에 사용되는 우라늄은 중성자를 238개 가지고 있습니다. 이것을 우라늄-238이라고 부릅니다. 원자로를 가동하는 과정에서 우라늄-238은 중성자를 흡수하게 되는데, 중성자를 1개 흡수하면 중성자가 239개가 되어 플루토늄-239라는 물질로 변하게 됩니다. 이 플루토늄-239가 바로 우리가 말하는 핵폭탄(원자폭탄, 수소폭탄)의 핵심 물질입니다. 핵분열성이 굉장히 강해 연쇄반응을 일으키고 5~20kg 정도 모이면 핵무기가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플루토늄-239에 중성자가 1개 더 달라붙게 되면 플루토늄-240이 됩니다. 플루토늄-240은 핵폭탄의 원료로 사용이 불가능한 물질입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플루토늄-240이 많아집니다. 중수로의 경우 핵연료를 1년 만에 교체하기 때문에, 쓰고 남은 핵연료 속에 플루토늄-239가 많지만, 3~5년 주기로 핵연료를 교체하는 경수로의 경우 쓰고남은 핵연료에는 플루토늄-240이 더 많습니다.

한양대 원자력공학과 이재기 교수는 "플루토늄-240은 핵분열성 물질이 아니며, 오히려 연쇄반응을 방해합니다. 핵연료를 오래 사용할수록 플루토늄-239 대비 플루토늄-240의 비율이 높아지게 되어 핵무기 연료로 사용할 수 없게 됩니다. 경수로는 3년 이상 핵연료를 사용하기 때문에 비분열성 플루토늄 비율이 계속 높아지게 되어서 플루토늄-239를 얻기 쉽지 않습니다"라고 밝혔습니다.

● 기술 발전, 경수로 2년 돌리면 핵무기 제조 가능한 플루토늄 추출

하지만 최근에는 플루토늄-240 농도가 비교적 높아도 핵무기를 만들 수 있을 정도로 기술이 발전했고, 추출 기술도 발달해 경수로를 이용해도 플루토늄-239를 얻을 수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습니다.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서균렬 교수는 SBS와의 통화에서 "경수로 핵연료의 사용 기간을 3~6개월 수준으로 줄이면 상당히 양질의 플루토늄이 생성됩니다. 특히나 요즘에는 플루토늄 240이 섞여 있더라도, 나가사키 폭탄급은 쉽게 만들 수 있습니다. 나가사키 폭탄을 만들려면 플루토늄-239가 4kg 정도 필요합니다. 경수로 원자로 1기를 기준으로 2년 정도면 4kg 플루토늄이 생산 가능합니다. 전기를 생산한다고 하다가 핵연료를 조기에 꺼낸다면 플루토늄 생산시설로 전환이 가능해진다는 뜻입니다"라고 밝혔습니다.

북한은 현재 상당한 수준의 핵연료 재처리 기술, 즉 플루토늄 생산 기술과 우라늄 농축 기술을 가진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감시할 수단이 없습니다.

특히 북한은 국제원자력기구 IAEA도 매우 비협조적으로 대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원전의 운영 전반과 사용후 핵연료 처리 과정에 대해 IAEA 측과 자료를 공유하고 있고, IAEA 측으로부터 시찰 점검을 받기도 합니다. 그러나 북한은 최근에도 IAEA의 시찰을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북한이 원자로를 어떤 방식으로 운영할지 알 수가 없습니다.

월성 원전 1호기
원전은 감시 없이 사용되면 무기로도 바뀔 수 있는 시설입니다. 앞서 말했듯 산업부는 단순 아이디어 차원에서 검토한 내용이라고 밝혔지만, 북한에 전력 공급 지원방식을 원전으로 검토하는 것은 '한반도의 비핵화'와는 배치된 방향입니다. 이 파일을 작성한 배경이 무엇인지, 안에는 어떤 내용이 담겼는지, 아이디어 차원의 내용을 왜 삭제한 것인지 앞으로 밝혀져야 할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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