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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리처럼? '비혼 출산' 문의 많지만 논의 제자리

<앵커>

사유리 씨가 일본에서 아이를 낳은 사실이 알려진 이후 결혼하지 않더라도 아이를 낳고 싶어하는 여성들의 문의가 우리나라에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사회적 이슈로도 떠올랐지만, 국내에서는 여전히 불가능한 것이 현실입니다.

사회적 합의나 논의에 진전이 필요한데 그것이 잘 되지 않고 있는 우리 현실을, 김민표 기자가 들여다봤습니다.

<기자>

영상 콘텐츠를 제작하는 정재진 씨는 결혼 적령기를 넘겼지만 결혼 생각은 없다고 말합니다.

[정재진/미디어 아티스트 : 가정생활을 유지해나가면서 커리어우먼으로 살아가는 것에 대한 부담감은 너무 크거든요.]

출산도 포기하고 있었지만 사유리 씨의 출산을 보고 생각의 틀이 깨졌습니다.

[정재진/미디어 아티스트 : 어? 사유리 씨도 나랑 동갑인데 저 친구는 되게 영리하구나. (난자 냉동보관) 하고 싶다는 생각은 들어요.]

국내 정자은행에는 기증 정자로 아이를 낳을 수 있는지 알아보는 여성들의 문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박민정/한국공공정자은행연구원 교수 : (사유리 씨 출산 이후에 (문의가) 더 늘었나요?) 네, 조금 있습니다. (어떻게 안내하십니까?) 비혼 여성인 경우에는 아직 우리나라에서 불가능하다고 말씀을 드립니다.]

정부나 여당은 불법이 아니라고 하지만, 산부인과학회 윤리지침에는 정자 공여 시술이 법률상 혼인이나 사실혼 관계의 부부만 대상으로 한다고 돼 있습니다.

[이중엽/대한산부인과학회 보조생식술 위원 : 명확하게 금지하고 있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명확하게 허용도 하지 않는 약간 법률적 애매 모호함들이 있기 때문에 의료기관에서는 쉽사리 진행하기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한국에서는 불법이라는 사유리 씨 말이 틀린 것은 아닙니다.

[사유리/방송인 : 일본은 (싱글이) 시험관 하는 것도 합법이에요. 그런데 한국은 부부끼리만 시험관이 가능해요.]

사유리 씨는 또 낳을 권리와 낳지 않을 권리 모두 여성의 권리라고 말해 여성의 자기결정권 논쟁도 촉발했습니다.

[사유리/방송인 : 낙태 수술하는 게 여자의 권리라고 한다면 아기를 낳는 권리도 여자의 권리가 아닐까? 그렇게 생각해요.]

비혼 출산이 제도화되려면 이런 민감한 논쟁을 거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합니다.

[윤김지영/건국대 몸문화연구소 교수 : 대부분의 세제정책, 주택정책, 의료정책, 복지정책은 소위 말해서 정상 가족이라고 하는 4인 가족을 중심으로 많이 개편되어 있다고 하는 것 안에서도 일종의 부계 혈통 중심의 정상 가족 이데올로기가 갖고 있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남성 중심에서 벗어나 다양한 가족을 제도가 포용해야 한다는 것이 찬성 측 입장입니다.

가정 질서와 생명 윤리가 무너질 것이라는 반대 의견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박상은/전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장 : 가정을 무너트릴 수 있는 그래서 결국 사회와 국가도 안녕하기 어려운 굉장히 중요한 시발점이 될 수도 있다는 면에서 우려를 하고 있는 거죠.]

여성가족부가 최근 주최한 공청회에서는 비혼 가구나 동거 공동체도 가족으로 인정하는 쪽으로 정책을 추진하는 방안이 제시됐습니다.

하지만 비혼 출산 문제는 본격적인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유럽연합 27개국 가운데 10개국이 충돌하는 의견들을 오랫동안 조율해 비혼 출산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사유리 씨가 우리 사회에 던진 질문에 대해 이제는 진지한 논의가 이어져야 할 차례입니다.

(VJ : 윤 택, 화면제공 : 유튜브 '사유리 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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