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서 '엄마'라고 불리던 친부의 동거녀는 자신의 죄책을 줄여보려다 항소심에서 되레 원심보다 무거운 형량을 받고 교도소로 돌아갔습니다.
법조계에 따르면 살인·상습아동학대·특수상해죄 피고인 성 모(41) 씨는 '훈육한다'는 이유로 지난해 6월 1일 정오쯤 충남 천안시 자신의 주거지에서 동거남의 아들 A군을 가로 50㎝·세로 71.5㎝·폭 29㎝ 크기 여행용 가방에 들어가게 한 뒤 지퍼를 잠갔습니다.
A군을 가방에 가둔 채 지인과의 점심을 위해 외출을 준비한 성 씨는 집에 있던 자신의 친자녀 2명에게 "(A군이) 가방에서 나오는지 잘 감시하라"는 취지로 크게 말했습니다.
가방 안에서 이 지시를 들은 A군은 당시 아침으로 짜장라면만 조금 먹은 상태였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되돌아온 성 씨는 가방 안에서 용변을 보고 잔뜩 지친 A군에게 다시 가로 44㎝·세로 60㎝·폭 24㎝의 더 작은 가방에 들어갈 것을 명령했습니다.
검찰이 공소사실에서 "안에 들어가 고개를 거의 90도로 숙이고 허벅지를 가슴에 붙은 자세를 취해야만 했을 것"이라고 언급한 그 가방입니다.

그 위에서 성 씨는 자신의 친자녀와 함께 뛰었습니다.
23㎏ 몸무게의 A군이 버티기 힘든 160㎏ 정도의 무게였습니다.
숨을 쉬기 위해서인지 A군이 손으로 실밥을 뜯어낸 가방 틈은 테이프로 붙였고, 뜨거운 드라이기 바람까지 불어 넣었습니다.
약 7시간 동안 물조차 마시지 못한 채 정신을 잃기 전 A군은 울며 "아, 숨!"이라고 외쳤습니다.
1심에서 징역 22년을 받은 성 씨는 항소심에서 "살인 고의가 없었다"며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자신의 죄책을 한정하는 주장을 펼쳤습니다.
성 씨 측은 "진정으로 살인의 고의가 있었다면 친자녀들을 가방에 오르게 하는 등 범행에 가담시키지 않았을 것"이라는 취지로 항변했습니다.
재판부는 그러나 "아동학대치사죄라 하더라도 중범죄"라고 전제한 뒤 "아동학대치사라면 친자녀를 가담할 수 있게 한다는 식의 말은 전혀 논리적이지 않다"고 일축했습니다.
설령 친자녀들의 범행 고의를 따져볼 정황이 있었다 하더라도, 이 사건 피고인 고의와 일치하는 건 아니라는 설명입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친자녀에게 지시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며 "피해자 사망 가능성을 인식하거나 예견했다고 보는 게 타당하기 때문에,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을 인정한 원심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징역 22년의 원심을 파기하고 오늘 항소심에서 25년형을 선고한 재판부는 "우리 사회는 이 사건에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며 "재판부 구성원 역시 시민으로서 사건을 검토하는 내내 괴로웠으나, 죄형법정주의 등 법 원칙을 지켜야 하는 책무를 소홀히 하지 않을까 고민 또 고민하면서 (형량 등을)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