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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풀영상] 靑 보고 문건 여럿…'北 원전 추진' 야밤 삭제

[끝까지판다] "월성 원전, 감사원 요구 자료만 빼라"…530개 파일 삭제 (풀영상)

<앵커>

오늘(28일) 8시 뉴스는 저희가 단독 취재한 내용으로 시작하겠습니다. 월성 원전 1호기를 조기 폐쇄한 과정에 문제가 없었는지, 감사원이 지난해 감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최재형 감사원장은 이렇게 저항이 심한 감사는 처음이었다면서 원전 관련 자료를 요구하자, 산업부 공무원들이 자료를 삭제했다고도 밝혔습니다. 그 이후 수사에 나선 검찰이 산업부 공무원 3명을 재판에 넘겼는데 그들의 구체적인 범죄 혐의와 삭제됐던 파일 530개 목록을 저희 끝까지 판다팀이 입수했습니다.

먼저 소환욱 기자입니다.

<기자>

끝까지 판다팀이 입수한 공소장은 산업통상자원부 직원 3명에 대한 공소사실과 이들이 삭제한 파일 530개 목록 등 모두 31페이지 분량입니다.

국회의 요구로 감사에 나선 감사원은 2019년 10월과 11월, 산업부에 월성 원전1호기 폐쇄 결정과 관련된 자료를 두 차례 요청합니다.

월성 1호기 관련 내부 보고자료 3년 치, 청와대와 협의하거나 보고한 자료, 한국수력원자력과 협의한 자료 일체입니다.

감사원 요청을 받자 폐쇄 결정 당시 주무부서 책임자였던 산업 부문 모 국장과 정 모 과장, 김 모 서기관은 "감사원 요구 자료는 제외하고 공식적인 최종본 문서 일부만 제출하기로 원전산업정책과 담당자와 협의했다"고 검찰은 공소장에 적시했습니다.

산업부가 한수원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감사원이 판단할 수 있는 중간보고나 내부 협의 자료 등을 삭제하기로 사전에 협의했다는 겁니다.

감사원이 자료확보에 나서기 전날인 2019년 12월 1일 일요일 밤 11시.

김 서기관은 출입 권한도 없이 원전산업정책과 사무실에 들어가 새벽 1시 반까지 파일 530개를 지웠는데 검찰은 이들이 검색이 힘들게 파일명을 숫자로 바꾸거나 파일을 복구해도 내용을 알 수 없도록 본문에 'ㄴㅇㄹ'같은 문자를 써넣고 수정해 저장한 뒤 삭제하는 방식을 썼다고 밝혔습니다.

이메일과 휴대전화, 스마트워크센터 클라우드에 있는 관련 자료도 지웠다고 덧붙였습니다.

검찰은 이들이 공모해 삭제한 자료들은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과정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자료들이라고 공소장에 적시했습니다.

(영상취재 : 배문산, 영상편집 : 박지인, CG : 홍성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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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그렇다면 삭제됐던 파일에는 어떤 내용이 담겨 있었는지, 지금부터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공무원들이 삭제한 자료 가운데는 산업부가 청와대에 보고했던 문건이 여러 개 있었습니다. 원전을 폐쇄하기로 결정한 이사회가 열리기 20여 일 전에 이미 그 결과를 청와대에 보고한 것도 있었습니다.

권지윤 기자입니다.

<기자>

'에너지전환 보완대책 추진현황과 향후 추진일정'이라는 제목의 삭제 파일입니다.

산업부가 2018년 5월23일 만든 파일인데 BH, 즉 '청와대 송부'라고 제목에 명시돼 있습니다.

이 파일을 복구한 검찰은 공소장에 "6월 15일 한수원 이사회가 월성 1호기 조기 폐쇄와 즉시 가동중단을 결정할 예정"이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사회가 열리기 23일 전에 이사회 날짜는 물론 결과까지 미리 청와대에 보고한 겁니다.

당시는 월성 1호기에 대한 경제성 평가 최종안도 나오기도 전이고 한수원 이사회 일정은 이사들조차 모를 때였습니다.

앞서 감사원은 청와대로부터 보고하라는 지시를 받은 산업부가 이틀만인 2018년 4월 4일, 조기폐쇄와 즉시 가동중단 방침을 세웠다는 감사 결과를 발표했는데 검찰 수사과정에서 청와대와 사전교감한 정황이 더 구체적으로 드러난 겁니다.

한수원 이사회가 임박한 6월에는 청와대 관련 문건이 7개 작성됐습니다.

대통령 보고 목적으로 만든 문건은 청와대 수정 요청으로 다시 작성되기도 했고 청와대 경제수석 산하 산업정책비서관 요청 문건, 사회수석 보고 문건도 있습니다.

산업비서관 요청 문건은 이사회가 열리기 나흘 전에 만들어졌는데 조기 폐쇄를 전제로 근로자 고용보장 등을 보도자료에 담는 걸 협의한 문건이라고 공소장에 적시됐습니다.

이사회 개최 전 만든 4234파일은 내용을 알 수 없도록 이름을 바꾼 뒤 삭제한 겁니다.

원래 파일명은 '한수원 사장에게 요청할 사항'입니다.

'월성 1호기는 경제성이 없다는 결론이 나올 필요가 있다' '청와대에 이미 보고된 거라 즉시 가동중단이 필요하다'는 내용에 더해, 날짜까지 콕 찍어 '6·13 지방선거 직후 한수원 이사회 의결이 필요하다'고 기술된 걸로 공소장에 적시돼 있습니다.

정부 기관이 선거 유불리를 따져 이사회 날짜까지 정하려 한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어 논란이 예상됩니다.

(영상취재 : 배문산, 영상편집 : 김준희, CG : 최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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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와 함께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반대하는 시민단체와 노조의 동향을 파악한 문건도 삭제됐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원전수출 국민행동'이라는 시민단체가 집회를 하겠다고 서울시와 경찰에 신고했는데 그 신청서를 산업부가 입수했다가 지운 사실도 확인됐습니다.

계속해서 김관진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 2018년 3월 20일, 탈원전 정책에 반대하는 시민단체 '원전수출 국민행동'이 출범합니다.

그런데 이 단체가 공식 출범하기 보름 전, 산업부에서 작성한 동향보고서가 삭제된 파일에서 나왔습니다.

출범도 하기 전인 시민단체의 동향을 파악해 만든 파일인데 이 문건을 시작으로 한달 반 동안 이 단체가 주최한 기자회견과 집회 관련해 동향 보고서 4개를 만들었습니다.

이렇게 만든 보고서는 해당 시민단체 이름 폴더에 저장했다 삭제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끝까지 판다팀이 입수한 복원된 파일 목록에는 해당 시민단체가 작성한 광화문 행사 신청서도 있습니다.

해당 단체는 집회 신고를 경찰과 서울시 두 곳에만 했다고 밝혔는데 이 신청서를 산업부가 입수했다 삭제한 겁니다.

[주한규/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 (원전수출 국민행동) : 동향 보고를 하고 어떻게 보면 사찰을 했다는 거 이런 얘기를 듣고 황당하고 좀 놀라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두렵기도 하고. 발언이나 행동 이런 게 감시의 대상이 된다는 게….]

시민단체뿐 아니라 탈원전 정책에 반대해 온 한수원 노조의 동향이 담긴 파일도 나왔습니다.

'한수원 신임사장 관련 노조 동향'이라는 제목의 이 삭제 파일은 사장 임명을 한 달 앞둔 2018년 3월 9일에 만든 겁니다.

[이상민/변호사 : 굉장히 이례적인 일이죠.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들이 조직적으로 산하 공공기관의 노동조합의 움직임을 살피고 보고서까지 작성해서 상부에 보고를 한다, 이건 일반적인 프로세스는 아니죠.]

(영상편집 : 김준희, VJ : 김준호, CG : 성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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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산업부 공무원들이 삭제했던 파일의 주요 내용 살펴보고 있습니다. 컴퓨터를 복원한 결과 이런 이름의 폴더도 있었습니다. 핀란드 말로 '북쪽'이라는 뜻입니다.

이 폴더에서는 북한과 관련된 파일이 많이 나왔는데, 자세한 내용은 김도균 기자가 전하겠습니다.

<기자>

공소장에 적시된 북한 관련 삭제 파일은 모두 17개, 이름이 같은 파일을 동일한 것으로 보면 13개입니다.

복원 결과 이 파일들은 모두 '60 pohjois'라는 상위 폴더 밑에 있었습니다.

'pohjois'는 핀란드어로 '북쪽'이라는 뜻인데, 핀란드어까지 쓸 만큼 보안에 신경을 쓴 것으로 추정됩니다.

삭제 파일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이렇습니다.

'북한 원전 추진방안'의 약자로 보이는 '북원추' 폴더에서 두 가지 버전의 '북한지역 원전건설 추진방안' 파일이 삭제됐고, 다른 폴더에서 '북한 전력 인프라 구축을 위한 단계적 협력과제', '북한 전력산업 현황과 독일 통합사례' 파일이 삭제됐습니다.

이 밖에 KEDO, 즉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 경험자 명단과 에너지분야 남북경협 전문가 목록, 또 일부 전문가의 이력서까지 만들었다 삭제한 것으로 적시됐습니다.

주목되는 부분은 파일 이름에 적힌 작성 날짜입니다.

17개 파일 가운데 생성 날짜가 적힌 6개 파일 모두 2018년 5월 2일에서 15일까지 작성됐는데, 이 시기는 2018년 1차 남북정상회담과 2차 남북정상회담 사이입니다.

이 파일들의 작성 경위와 삭제 이유를 질의했으나 산업부는 '검찰 수사 중인 사안이라 답변이 어렵다'고 밝혀왔습니다.

남북관계 개선상황에서 만든 단순 검토 차원의 문서였다 해도 감사원에 제출하지 않고 심야에 몰래 삭제해야 했던 이유가 무엇인지 규명돼야 할 부분입니다.

(영상편집 : 소지혜, VJ : 김준호, CG : 정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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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그럼, 이렇게 민감한 내용이 들어 있던 자료들을 산업부 공무원들이 왜 삭제한 건지 짚어보겠습니다. 현재 재판에 넘겨진 3명 가운데 문 모 국장이라는 사람이 자료 삭제를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 국장은 그 일이 있었을 당시에 외교부에서 파견 근무를 하고 있었습니다. 다른 공무원 2명도 산업부에서 담당 부서 소속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검찰은 원전 자료를 삭제하는 걸 이들이 독단적으로 결정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고 그 윗선에서 조직적으로 개입했는지를 수사하고 있습니다.

이 내용은 박상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검찰은 구속된 문 모 국장을 기소하면서 파일 삭제를 지시하고 감사원 요구자료 누락을 승인한 인물이라고 공소장에 적시했습니다.

파일 삭제를 지시하고 승인한 2019년 11월경은 문 국장이 외교부에서 파견 근무를 할 때입니다.

담당 부서는커녕 산업통상자원부에도 근무하고 있지 않았던 겁니다.

문 전 국장 외에 불구속기소 된 정 모 과장은 산업부 에너지혁신정책과, 구속기소 된 김 모 서기관은 조선해양플랜트과 소속이었습니다.

[김한규/변호사 : 담당 부서가 아닌 경우에도 감사원의 감사에 대비해서 행정지원은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관련 자료를 삭제하거나 누락을 승인하는 경우에는 현행법에 저촉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산업부는 자료 삭제에 대해서는 공식사과했지만, 직원 스스로 한 행동이라고 선을 긋고 있습니다.

[성윤모/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 : 공무원들이 자료를 삭제한 것에 대해서는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산자부라든지 정부 조직적인 내용이 있었다는 말에 대해서는 아니라고….]

하지만 검찰은 정 과장과 김 서기관이 자료 삭제 전 주무부서인 원전산업정책과와 협의했다며 조직적 개입 가능성을 공소장에 적시했습니다.

또 영장심사에서는 "문 국장 등의 형사적 이해관계가 산업부 전체와 직결돼 있다"며 문 국장 등에 대한 산업부의 조직적 비호 정황은 물론, 한국수력원자력 등 관계자들에 대한 위해 가능성까지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즉 이들의 행위가 부처 최고위층의 승인과 산업부의 조직적 개입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검찰은 보고 있는 겁니다.

(영상취재 : 배문산, 영상편집 : 박지인, CG : 이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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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 내용 취재한 끝까지 판다 팀 박상진 기자 나와 있습니다.

Q. 공소장 공개..새롭게 드러난 내용?

[박상진 기자 : 지난해 10월 감사원 감사 결과를 일부 밝혀지기도 했습니다만, 산업부 직원들이 감사원이 요구한 자료를 골라서 누락하고 삭제하기로 사전에 협의한 점. 그리고 한수원이 원전 폐쇄를 결정하기 20여 일 전부터 청와대와 협의를 하고 또 보고를 한 점. 그리고 반대 시민단체의 집회 신청서까지 입수를 해서 동향을 파악하고 그리고 북한 원전 추진 계획을 만든 점 등이 530개의 삭제 파일에서 드러나고요, 그리고 이 공소장에 구체적으로 드러난 겁니다.]

Q. 파일 작성과 삭제 경위..산업부 입장은?

[박상진 기자 : 산업부는 백운규 전 장관 등에 대해서 수사가 진행 중인 점을 감안해서인지 파일 작성 그리고 삭제 경위에 대해서는 수사 중이라서 답할 게 없다, 이런 입장을 지금 계속 되풀이하고 있는데요. 산업부는 그동안 탈원전이라는 국정 과제 추진을 위해서 적극적인 행정을 펴온 거다, 그리고 이 산업부 공무원들도 자료 삭제에 대해서는 일종의 감사원이 오해를 할 수 있는 불필요한 자료를 정리한 것이다, 이렇게 주장을 해오고 있는데요. 검찰의 생각은 다릅니다. 감사원이 요청 자료를 삭제해서 감사를 방해한 건 국가 기능의 근간이 무너지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얘기를 했고요, 국민적인 관심이 이렇게 초 집중된 사안에 사실관계 확인 등에 방해를 해서 국가적인 분열까지 초래를 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데요. 이제 뭐 아무래도 현재까지 나온 공소장은 현재까지 검찰 수사 결과기 때문에 3월부터 시작될 재판에서 본격적인 치열한 공방이 예상이 됩니다.]

Q. 입수 경위?

[박상진 기자 : 저희는 이번 사건의 중요성, 그리고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서 뉴스가 끝나는 대로 SBS 뉴스 홈페이지에 공소장 전문 그리고 530개의 파일 목록 전체를 공개할 예정인데요. 저희 끝까지 판다 팀은 검찰 기소 뒤에 한 달여에 걸쳐서 사건 여러 관계인들을 집중 취재해 왔습니다. 해당 내용은 검찰이 아닌 적법한 통로로 입수했다는 점을 분명히 다시 한번 말씀드리겠습니다.]

(영상편집 : 김준희)

(SBS 뉴미디어부)    

▶ '월성 원전 폐쇄 의혹' 공소장 전문 공개 (530개 삭제 파일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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