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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문재인 대통령의 '소통'

[취재파일] 문재인 대통령의 '소통'

박원경 기자

작성 2021.01.27 14:33 수정 2021.01.27 15:11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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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문재인 대통령의 소통
모두가 소통이 중요하다고 말하지만, 무엇이 정답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누군가는 '소통'이라고 하는 것을 또 다른 누군가는 '쇼통'이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시민의 목소리를 듣겠다는 민심 탐방은 권력자가 권력 감정만 느끼게 하는 이벤트가 되기도 한다. 소통을 하겠다며 많은 이슈에 입장을 냈다가는 '가볍다'는 비판에 직면하기도 한다. 의도보다 결과가 중요하다 보니 쉽지 않은 문제다.

하지만, 소통의 오답은 대부분 알고 있다. 과거 실패 사례를 통해서다. 오답이 제시하는 소통의 원칙은 이슈에 대한 대응성과 명확성, 대응의 직접성, 대응의 책임성과 실질성(반응성) 등이 될 듯하다. 주요 현안에 대해, 권력자가 직접 국민들에게 명확하게 이야기하고, 권력자의 책임하에 실질적인 변화가 수반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응성과 명확성 없는 소통엔 이슈 회피, 직접성 없는 소통엔 대독 및 책임 회피, 책임성 없는 소통엔 유체이탈, 실질성(반응성) 없는 소통엔 벽창호 논란이 제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 오답이 제시하는 소통의 원칙

지난해 한 지인은 "대통령에게서 국정 운영의 책임자로서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유는 이랬다. 미디어 등을 통해 전달되는 대통령은 주요 현안에 대한 언급을 피하거나, 책임자가 아닌 지시자로서의 모습을 많이 보였다는 것이다.

지난해 대외적으로 알려진 문재인 대통령의 직접적인 발언은 주로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나 국무회의 모두 발언이 상당수였다. 자리의 성격상 대통령의 발언은 국민을 향한 것이 아닌 청와대 참모나 국무위원들을 향한 발언으로 비쳤고, 그 결과 대통령의 발언은 그들을 향한 지시로 해석될 여지가 많았다. 국정 현안에 대한 플레이어가 아닌 코치나 평론가로 비칠 수 있었던 것이다. 형식이 소통의 직접성과 책임성을 제한한 결과다.

집권 초기 주요 인선을 직접 발표했던 문 대통령

● 집권 초기 현안에 반응했던 대통령의 소통

언젠가부터 소통은 권력자, 특히 대통령을 평가하는 필수 요소가 됐다. 이 경향성은 이명박 정부 시절 '광우병 촛불집회'를 겪으며 심화된 듯하다. '명박산성'으로 대표되는 이명박 정부의 '불통'은 정권이 내리막길을 걷는 데 결정적 도화선이 됐다. '불통 논란'에 있어서 박근혜 정부는 덧붙일 말이 없을 정도다. 대국민 소통은 물론 청와대와 내각 내에서 소통이 제대로 되고 있는지에 대해 여러 차례 의문이 제기됐고, 이런 의문은 헌정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이라는 비극으로 결론지어졌다.

이런 경험이 있었던 만큼, 문재인 정부가 소통을 강조한 건 당연한 일이었다. 경호 등의 문제로 지금은 공수표가 됐지만, 광화문 대통령을 열겠다던 취임 일성과 청와대 '홍보수석'이라는 직책을 '국민소통수석'으로 바꾼 건, 소통을 국정의 핵심 키워드로 두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됐다. 취임 당일 총리 후보자 등을 문 대통령이 직접 발표한 것이나, 내용에 있어 논란이 일기도 했지만, '고(故) 장자연 씨 사건과 김학의 前 차관 사건 등'에 대한 수사를 직접 지시한 건, 소통의 직접성과 대응성, 국민 여론에 대한 실질적 반응성 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당시의 높은 지지율이 이를 증명한다.

● 주요 현안에 대한 대통령의 침묵

그런데 최근 문 대통령의 이런 모습이 사라졌다. 부동산 문제나 코로나 관련 문제, 이른바 '추-윤 갈등'과 서해 해수부 공무원 피살사건 등 국민의 민생이나 생명과 직결된 문제들이 있었지만 대통령의 직접적인 입장을 들을 수는 없었다. 소통에 있어 대응성과 직접성이 사라진 것으로, 임기 초반에는 보지 못한 모습이었다.

이는 문 대통령이 단지 기자회견을 자주 갖지 않았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신년 기자회견에서 문 대통령이 밝힌 대로 기자회견은 소통의 한 방식일 뿐이다. 현안에 대한 브리핑과 그에 이어지는 간단한 질의응답, 혹은 담화문 발표 형태도 무방하다. 문제는 주요 현안에 대해 대통령이 입장을 밝히지 않는 대응성의 부족, 그리고 직접성의 생략에 있었다. 침묵이 길어지다 보니, 대통령이 현안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국민 눈높이에서 받아들이고 있는지를 확인하기도 힘들었다.

● 문 대통령의 소통에 제기된 의문

문 대통령의 소통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처음 제기된 건, 재작년 부동산 관련 발언 때가 아닌가 싶다. 재작년 말 문 대통령은 '국민이 묻는다, 2019 국민과의 대화'에서 "전국적으로는 가격이 하락했을 정도로 부동산이 오히려 안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국 평균 가격은 낮아졌다지만, 부동산시장을 선도하는 서울 및 수도권 집값이 들썩이며 패닉 바잉의 전조가 보이고 있을 때였다. 지방 곳곳에서도 과열 양상을 보이는 곳이 나타나던 시점이었다. 소통을 위한 기본 전제는 현실에 대한 정확한 인식과 진단일 텐데, 현실과는 온도 차가 큰 모습을 보인 것이다. 이런 모습은 지난해 신년 기자회견과 지난해 8월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 발언을 통해 반복됐다.

어디서 문제가 생긴 것일까? 지난해 11월 30일,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의 국회 국토위 전체회의 현안질의 답변에서 이유를 추정할 수 있을 듯하다. 김 전 장관은 부동산 문제로 대통령을 직접 따로 만나 보고한 게 언제냐는 국회의원의 질문에 "몇 달 된 것 같다. 대통령께서 충분히 듣고 있고, 저희들 하고도 소통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김 전 장관은 "대통령과의 소통은 청와대 수석이나 정책실장 등을 통해 의견을 올리고 대통령의 지시사항도 내려주시기도 하는 조율의 과정에서 매울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덧붙였지만, 놀란 만한 답변이었다. 당시는 '미쳤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치솟는 집값 때문에 국민들이 아우성치고 있었는데, 주무부처 장관이 대통령에게 단독 대면 보고를 한 게 몇 달 전이었다니, 놀랄만한 일이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불통이 대면 보고를 꺼린 것에서 비롯됐다는 비판이 숱하게 제기됐었다는 점에서 김현미 전 장관의 답변은 더 놀라웠다.

비슷한 모습은 지난해 서해 해수부 공무원 피살사건 때도 확인됐다. 해당 사건이 발생한 다음날 새벽 열린 청와대 관계장관회의에 문 대통령은 참석하지 않았다. 당시 피격 여부는 단지 첩보였을 뿐이었다지만,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중차대한 사안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참모들과 머리와 어깨를 맞대고 토론하겠다"(2017년 5월 취임사)고 밝혔던 문 대통령 아니었던가. 결과적으로 피격에 대한 첩보는 청와대가 입수하고 10시간 후에야 대통령에게 보고됐다. 경위가 어떠하든 청와대 내 소통에 뭔가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자연스레 제기되는 장면이었다.

지난 18일, 신년 기자회견 가졌던 문 대통령

● 신년 기자회견에서 보인 소통

사실상 1년 만에 열린 올해 신년 기자회견에서 문 대통령의 답변은 몇 가지 점에서 실망스러웠다. 기자회견이라는 형식으로 인해 소통의 직접성과 대응성이 담보된 자리였지만, 소통의 실질성(반응성) 면에서 그랬다.

서울 양천구 아동 학대사건은 '입양'의 문제가 아닌 '아동 학대에 대한 대응'의 문제라는 점은 사건 이후 꾸준히 지적됐다. 아동 학대는 입양 부모가 아닌 친부모에 의해 압도적으로 이뤄진다는 점은 통계로도 뒷받침됐다. 그런데 문 대통령은 '입양제도와 관련한 제도 개선'을 대책으로 언급했다. 사건의 원인을 '입양'으로 축소하는 답변으로, 문 대통령이 문제를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 것인지 의문을 자아내는 대목이었다.

대출 규제로 인해 실수요층이 주택 구입 과정에서 겪는 문제점에 대한 해결책을 묻는 질문에 '주택 공급'으로 답변한 것이나, 이른바 '추-윤 갈등' 국면에서의 대통령의 역할 부족을 묻는 질문에 '민주주의 일반적인 과정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답변은 질문을 비켜나갔다. 결과적으로 소통의 대응성이 떨어지고, 실질성이 수반되지 않은 답변이었다. 응당 제기될 걸로 예상되는 질문이었는데, 사안에 대한 애로사항이나 국민의 요구를 제대로 보고 받고 이해하고 있는지, 의아하게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 취임사에서 밝힌 소통의 원칙

문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불통 논란이 있다는 질문에 "현장 방문을 통해 작은 그룹의 국민들이지만 양방향 대화를 주고받는 등 소통에 노력해왔다"고 답했다. 현장 방문은 "시민들과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누겠다"며 취임사에서 밝혔던 것을 실천하는 것으로서, 그 자체로 충분히 의미 있다.

하지만, 소통에 있어 국민들이 문 대통령에게 기대한 것은 현장 방문을 통한 소그룹과의 대화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단순히 박제화된 현장을 둘러보는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겠지만, 불통의 상징처럼 회자되는 박근혜 전 대통령도 재임기간 동안 적지 않은 횟수의 현장 방문을 했다. 문제는 방문한 현장 관련 현안에 대한 정확한 인식과 입장 표명, 그리고 현장 방문을 통한 의견 수렴과 그에 대한 대응 내지 반응이 없었다는 데 있었다.

소통에 정답은 없지만, 국민들이 대통령에게 기대하는 소통은 문 대통령의 취임사에 담겨 있다고 본다. "주요 사안은 직접 언론에 브리핑(직접성 및 대응성)하고, 불가능한 일을 하겠다고 큰소리치지 않고, 잘못한 일은 잘못했다고 말씀드리고, 거짓으로 불리한 여론을 덮지 않으며 (책임성과 명확성), 국민과 눈높이를 맞추는(실질성)" 모습을 국민들은 기대하는 것이 아닐까. 단지 기자회견을 자주 갖는 것과는 다른 차원의 문제다.

이에 더해 소통의 적시성이 필요한 건 당연하다. "아무리 좋은 말도 타이밍을 놓치면 죽은 말" (윤태영, 『대통령의 말하기』)이 되기 때문이다. 최고 권력자의 침묵이 길어지면 침묵에 대한 해석을 낳게 되고, 그 해석의 굴레 속에서 뒤늦게 내놓은 입장은 빛이 바랠 수도 있다. 그리고 침묵이 길어질수록 침묵을 깨기는 더 어려워진다. 불통의 시대를 겪어온 만큼, 국민들이 문 대통령에게 기대하는 소통의 수준은 어느 때보다 높다. 중요 사안마다 입장을 요구하는 현실이 불편하고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최고 권력자가 불편할수록 국민의 삶이 더 안정화된다는 건 분명하다. 올 한 해 문 대통령이 소통에 있어 좀 더 불편해지길 기대한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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