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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이인영표 '먹-아-죽'과 '통일부의 시간'

[취재파일] 이인영표 '먹-아-죽'과 '통일부의 시간'
'먹-아-죽'

줄임말이 흔하다지만, 이것은 또 무슨 말장난인가 생각하신 분이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먹아죽'은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취임하면서 제시한 대북 정책의 방향 중 하나입니다. '먹는 것, 아픈 것, 죽기 전에 보고 싶은 것'을 해결하자는 취지입니다. 북한 주민들의 식량 문제, 보건 의료 문제, 이산가족 문제 등 인도주의적인 사안에 있어서는 정치와 별개로 추진하자는 원칙을 '이인영 방식'으로 강조한 것입니다. 통일부 내에서는 앞 글자만을 따서 이렇게 줄임말로 많이 불립니다.

이 구상 어떻게 되어가고 있을까요? 현재로선 여전히 통일부의 '청사진' 수준입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북한이 호응하고 있지 않아서입니다. 정부가 국제기구를 통하는 우회적 지원 카드도 써봤지만 북한은 미동도 하지 않았습니다. 최근 8차 당대회에서는 인도 협력을 '비본질적 사안'이라고 평가 절하하기도 해서 반전의 분위기는 아직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 출입기자단 간담회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통일부는 이른바 '먹아죽'으로 대변되는 인도 협력 문제에 대해 일관되게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습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25일 남북회담본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먹아죽' 기조를 재소환하면서 "인도주의 협력 문제와 관련해서 우리 정부가 가진 입장은 정치군사 안보적 상황과 별개로 일관되게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바이든 행정부 하에서의 인도적 협력 가능성에 주목하는 분위기도 일부 감지됩니다. 이 장관은 "미국 정부의 입장만 보더라도 일관되게 인도주의 협력에 대해서는 추진해야 한다, 지지한다 이런 입장 가지고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바이든 행정부가 대북 정책에 대해 '새로운 전략'을 예고하고 있지만 어찌 되었거나 이 문제에 있어서는 트럼프 행정부보다는 말이 통할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입니다. 블링컨 미 국무장관 후보자가 현지시간 20일 열린 상원 외교위 청문회 한 이 발언도 관심 있게 본 것 같습니다: "북한과 어떤 일을 하든지 간에 우리는 안보 측면 뿐 아니라 인도주의적인 면도 들여다보는 것도 확실히 하고 싶다. (We do want to make sure that in anything we do, we have an eye on the humanitarian side of the equation, not just on the security side of the equation.)"

바이든 정부와 얘기가 통한다고 해도 결국 문을 열어야 하는 것은 북한입니다. 이 장관은 북한이 '비본질적' 사안이라고 평가한 데 대해 "(인도 협력 문제를) 적게 평가하고 있는 것이 사실인 것 같다"면서도 "군사 문제를 중심으로 한 근본 문제를 부각하기 위한 언급 과정들이 아닌가 그렇게 본다"고 해석했습니다. 또 "방역이라든가, 인도협력이라든가 개별 방문이라든가 이런 문제들에 대해 안 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닐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물론, 북한이 명시적으로 안 하겠다고 한 것은 아니긴 합니다.

'본질적 문제' 앞세우며 대남 관계 문턱을 올린 북한, '새로운 전략'과 함께 인도협력에 대한 유연성을 시사한 미국. 이런 상황 속에서 이인영표 '먹아죽'이 '캐치프레이즈'로만 남을지, 실제 성과물로 남을지는 여전히 '빈칸'으로 남아 있습니다.

이 장관은 연초 영화 토르를 인용, '우주의 기운이 집중되는 시간'을 언급했다 화제에 올랐죠. 토르에서는 9개의 세계가 일렬로 정렬할 때 우주의 기운이 집중되고 대전환이 일어난다고 합니다. 이 장관의 말처럼 2021년 '남북미' 3곳의 합이 다시 우주의 기운을 불러올 수 있을까요. 이 장관은 "올해야말로 통일부의 시간"이 될 것이라고 예고했습니다. 코로나19 상황도 잦아들어야겠지만, '통일부의 시간'을 위해서는 여전히 북미, 한미, 남북 복잡한 이 3차 방정식이 풀려야 할 것 같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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