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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3개월 아기'② 친부가 데려간다면 막을 수 있나

● 4만건 학대 신고…'80% 미분리'

16개월 입양아 '정인이' 사망사건 이후 '즉각 분리'조치가 화두입니다. '정인이 사건'에서 가장 컸던 문제는 여러 차례 학대 전조 증상에도 아이가 가해 부모와 분리되지 않은 점이었습니다. 실제 정부 자료를 보면 재작년 4만 건 학대 의심 신고가 들어왔는데, 이 가운데 12% 즉 10명 중 1명만 분리됐고, 남은 9명은 신고 전이나 후나 분리없이 원 가정에 남았습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재작년 군포에서 '학대 의심 신고'가 들어온 '생후 3개월 아기'는 신고 즉시 부모와 분리됐습니다. 주요했던 건 의사 소견이었습니다. 부모가 "아기 다리가 붓고, 열이 나며, 상태가 안 좋다"며 병원을 찾았는데, 진료해보니 아기 온몸이 부러져 있던 겁니다. '머리뼈부터 갈비뼈, 어깨뼈, 다리뼈 등 부러진 곳만 11곳에 뇌출혈과 심각한 영양실조까지 발견됐다는 점'은 거의 확실한 학대 증거였습니다. 결국 아기 부모는 아동 학대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았고, 최근 친모는 구속됐습니다. 하지만 '최초 분리'만 잘 됐다고 문제가 끝나는 건 아닙니다.

'군포 3개월 아기' 신고 당시 골절 상태 사진
'군포 3개월 아기' 골절 사진

● 분리된 '3개월 아기' 어떻게 보호됐나

원 가정에서 분리된 아동은 어디로 갈까요. 개별 사례마다 다르지만 1차적으로 보내지는 곳은 쉼터와 같은 '단기보호시설'입니다. 복지부와 지자체가 운영하고 지원하는데 그 수가 턱없이 부족합니다. 한해 학대 의심 신고만 4만 건인데 '쉼터'는 전국에 70여 곳뿐입니다. 한 시설당 수용 인원도 7명 뿐이어서 사실상 포화상태입니다. 절반 가까이가 80%까지 찼고, 정원을 넘긴 곳도 21곳에 달합니다.

그러다보니 현장에서는 '응급 아동'만 분리하고, 대부분은 원 가정에 남았던 겁니다. '정인이 사건' 이후 분리 사례가 늘면서 쉼터 확충이 더욱 시급해졌습니다. 정부는 올해 짓기로 한 15곳에 더해 14곳을 추가하겠다고 밝혔지만, 예산부터 장소 확보까지 지난한 과정이 남아있습니다.

'군포 3개월 영아'는 부모와 분리된 뒤 미취학 아동인 친언니와 함께 쉼터에서 8개월 가량 머물렀습니다. 다행히 전담으로 치료해주겠다는 주치의를 만나 빠르게 회복됐습니다. 최근 검사에서는 부러졌던 뼈도 대부분 원상 복귀했다고 합니다.

배기수 아주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취재기자

"처음에는 사람이 만져도 쳐다보지도 않아요. 한 일주일 되니까 살짝 눈을 맞췄다 말다 하다가 한 달 돌보니까 아주 방긋방긋 웃고 아주 정이 들더라고요." (배기수 | 아주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단기시설에서 일정 기간이 지나면 나와야 합니다. 재작년 기준, 쉼터에서 퇴소한 뒤 원래 가정으로 돌아간 경우가 절반에 달했습니다. 문제는 가해 부모에게 돌아간 아이들은 언제든 학대에 노출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재작년 정부 자료를 보면 '학대 의심 신고' 중 11%가 '재학대 신고'였고, 이 가운데 95%가 부모에 의한 재학대였습니다.

● 친권자 2차 가해 여전…"제한 어려워"

'부모와 재결합이 불가'한 아동은 최종적으로 쉼터에서 나와 장기 보호에 들어갑니다. 가정위탁, 그룹홈, 보육원 같은 양육시설로 향합니다. 시설에 수용된 아동에 대한 관심은 얼마나 높을까. 만 18세까지 기초생활수급자로 지원받는다고 하지만, 매달 받는 수십만 원으로는 '먹고', '자는' 기본 생활만 가능합니다. 후원금 없이는 학원도 다니기 버거운 게 현실. 현장에서는 학대 트라우마 치료도 역부족이라고 말합니다.

시설에서도 2차 가해는 지속됩니다. 미성년자인 아동이 '기초생활수급비'를 받기 위해 통장을 만들 때, 휴대전화를 개통할 때 등등 절차마다 친권자 동의가 필요합니다. 친권자가 자녀를 데려가고자할 때도, 막기 어렵습니다.

"부모들이 데려가겠다고 하면, 여러 가지 노력을 하지만 열악한 부분이 있어요. 현재는 시설장의 판단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거든요." (보건복지부 관계자)


그러다보니 친권자에 의한 명의 도용, 수급비 가로챔 등이 피해 아동을 두 번 울립니다. 시설에서 원 가정으로 복귀한 뒤 재학대에 노출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학대 피해 아동을 위해 친권자의 권한을 줄여야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구출만이 다가 아니라, 그 후 아이의 삶까지 국가가 책임지는 제도가 필요합니다.

● "3개월 아기 도울 방법 없나"…문의 잇따라

올해 19개월, 아직 만 2살이 안 된 '군포 3개월 영아'는 지난해 6월부터 '장기보호시설'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아이에 대한 보도 이후 많은 시청자들이 취재진에게 메일을 보내와 '도울 방법이 있는지', '입양이 필요한지' 등을 물었습니다. 따뜻한 마음을 가진 이웃이 많다는데 안도감을 느낀 부분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개인에 대한 관심만큼이나 제도에 대한 관심도 필요해 보입니다. 정부는 '2살 이하 학대 피해 영아'를 전문적으로 보호하기 위해 '가정 보호'를 담당할 200개 가정을 발굴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말뿐이 아니라 실제 도입 이후를 지켜봐야 할 일입니다.

아동학대

이번 사건을 취재하면서 느낀 것은 부모 중 한 명만 가혹행위를 하고, 다른 부모는 묵인했을 때 그의 친권을 제한할 근거가 없다는 점도 문제입니다. '군포 3개월 아기'의 경우 친모는 '아동학대 중상해 혐의'로 구속된 만큼 친권이 박탈될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아동학대 방임' 혐의를 받는 친부는 '친권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시 아이를 데려간다고 해도 막기 어렵습니다.

"친권이 남은 부모는 보여주고 싶어합니다. 본인은 끝까지 학대를 부인했기 때문에, 아이를 돌려달라 요청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가정 복귀 프로그램을 거쳐서 복귀할 때, 정밀한 판단이 필요합니다." (신수경 | 변호사)


지난해 국회에서도 '비가해 부모가 피해 아동을 보호하지 않고, 오히려 가해자를 감싸고 비호한 경우 이를 제재하거나, 친권을 제한할 근거가 없다'며 관련 법을 발의한 바 있습니다. 아동을 보호하지 않은 '비가해 부모'에 대한 처벌 규정까지도 필요하다는 취지였습니다.

"부모 중 한 명이 가혹행위를 한 경우 다른 부모의 친권을 제한할 근거가 없어요. 나중에 다시 아이를 데려간다고 해도 막기 어려운 상황이었죠. 이를 막기 위해 법을 발의했는데, 통과가 안돼 다시 내려고 합니다." (신현영 | 더불어민주당 의원)


아동 학대를 취재하면서 곳곳에 산재한 문제가 첩첩산중임을 느꼈습니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마을 전체가 필요하다는 말이 있는데, 학대 아동을 키우려면 한 국가가 필요해 보입니다. 단순히 '분리', '구조', '구출'에 그칠 것이 아니라 구조 후의 삶에도 관심을 갖는 제도 보강이 필요합니다.

▶ [취재파일] '3개월 아기'① 온몸 부러져도 '교화' 택한 경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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