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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바이트 했는데…내가 보이스피싱 범죄 수금책?

아르바이트 했는데…내가 보이스피싱 범죄 수금책?

박재현 기자 replay@sbs.co.kr

작성 2021.01.23 20:30 수정 2021.01.23 21:08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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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압수된 물품 중에 ○○○씨 명의로 된 농협하고 신한은행 통장이 같이 발견돼서…]

[아 그래요? 제가 농협 직원인데 어쩌죠.]

[그래, 알았어. 잘났다, 끊어.]

이렇게 시원하게 보이스피싱에 대처하시고 계십니까? 누가 속을까 싶겠지만, 2017년 이후 피해자가 11만 명이 넘습니다. 피해액도 해마다 2천 억 원 씩 증가해서 2019년에는 6천 300억 원에 이르렀습니다. 피해자도 많고 피해액도 커서 보이스피싱을 최대의 사기 미제사건으로 부르기도 합니다.

먼저 구직 사이트에서 아르바이트 구하려다 보이스피싱 조직에 이용당하는 실태부터 박재현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자동입출금기에서 반복해 돈을 입금하는 남성을 형사들이 덮칩니다.

남성은 직원 월급을 입금하는 아르바이트를 한 거라고 항변합니다.

[보이스피싱 아르바이트 가담자 : 이게 불법이거나, 뭐 그런 일이에요?]

[경찰 : 회사 월급 주는데 다른 사람들한테 시켜서 주는 경우가 어딨어. 굳이 아르바이트비를 써가면서.]

보이스피싱 조직은 이런 돈세탁 담당이나 수거책 모집에 구직 사이트를 이용합니다.

피부 관리사로 일하던 이 여성은 코로나로 일이 끊겨 구직 사이트에 이력서를 올렸습니다.

[A씨/보이스피싱 아르바이트 가담자 : 코로나로 더 힘드니까…(지난해) 12월에 3일 일했어요.]

며칠 뒤 한 업체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A씨/보이스피싱 아르바이트 가담자 : 회사가 어디에요? ○○글로벌이래. 서울 중랑구에 있대요. 저는 수원인데 멀다고 (하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사무실 안 와도 되고…아 그럼 괜찮죠(라고 했죠.)]

대출 관련 서류를 전달하고 받은 돈을 회사로 보내는 일이었는데, 이 여성에게 돈을 준 사람이 보이스피싱 피해자였던 겁니다.

일을 한 지 불과 사흘 만에 보이스피싱 수거책으로 검거돼 경찰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A씨/보이스피싱 아르바이트 가담자 : (제가) 사기를 당했으면 더 좋아요 아예. 그런데 나로 인해서 사기를 당하게 만든 거잖아요.]

엄마에게 구직 사이트를 알려준 딸은 후회막심입니다.

[A씨 딸 : 많은 사람들이 요즘 (구직 웹사이트) 많이 쓴다고. (검거된 걸 모르고) 실종 신고까지 했는데…. 그 정도로 엄마가 이런 일에 연루될 거라고는….]

2018년부터 2년간 검거된 수거책 235명을 분석한 결과 70%가 구직 사이트를 통해 범행에 가담하게 된 걸로 나타났습니다.

그냥 심부름한 걸로 치부할 수 있지만 대가는 매우 클 수 있습니다.

[유선경/변호사 : 증명이 없어도 충분히 의심할만 했는데 의심하지 않고, 그러니 미필적 고의가 있다. 실형 2~3년씩 엄하게 처벌이 되고 있거든요.]

구직사이트 측에서는 의심 업체를 차단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라고 말합니다.

[구직 업체 직원 : 다른 기업들 (정보를) 도용해서 가입을 하는 거니까. 미리 알아보기 너무 어려운 상황인 거예요.]

아르바이트 치고는 좋은 조건을 제시하거나 현금을 전달하거나 입금하는 일이라면 무조건 의심해봐야 합니다.

(영상취재 : 김용우, 영상편집 : 이승진, 화면제공 : 경기남부경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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