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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비주류 참모총장의 곤경…짙어지는 음해의 그림자들

남영신 육군참모총장과 부석종 해군참모총장

최근 남영신 육군참모총장과 부석종 해군참모총장이 뭇 사람들 입길에 오르고 있습니다. 남영신 총장은 장교-부사관의 상하관계 발언이, 부석종 총장은 신임 참모들과 회식 문제가 발단입니다. 병가지상사(兵家之常事)라는 목소리도 있는데, 두 참모총장의 처신을 비난하는 쪽도 많습니다.

그냥 덮을 사소한 일도 아니지만, 사실 큰일이라고 보기에도 무리가 있습니다. 장군들의 지휘와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군종(軍種)을 불문하고 선후배 장교들은 문제 제기할 수 있습니다. 결정된 정책과 작전에는 복종해야 하지만 그 외에는 자기주장을 펴도 됩니다. 민주주의 군대는 그래야 합니다. 부석종 총장의 저녁 식사, 남영신 총장의 발언이 마뜩지 않으면 당연히 비판할 수 있습니다. 비판하고 소통해서 해소하는 식으로 그럭저럭 넘어가면 그만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과정과 뒤끝이 심상치 않습니다.

이쯤 해서 참모총장들을 향해 쏟아지고 있는 비판의 말과 글들의 근원이 순수한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부석종 총장은 영남도 호남도 아닌 제3의 지역 제주 출신 첫 해군참모총장이고, 남영신 총장은 첫 비육사이자 최초의 학군 출신 육군참모총장입니다. 둘의 공통점은 우리 군 최고 지휘부 중 비주류입니다. 드문 일입니다. 군의 기득권 세력 또는 일시적 소외 세력이 비주류 참모총장들을 부정하게 공격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 음해의 단서들, 기획의 흔적들이 하나둘씩 드러나고 있어서 그렇습니다.

● 저녁 식사 이후 백령도 사고가 벌어졌을 뿐

부석종 해군참모총장은 지난 8일 저녁 공관에서 신임 참모 3명과 식사를 했습니다. 반주를 곁들였습니다. 식사는 9시가 되기 전에 끝났다고 해군은 확인했습니다. 1시간 여 뒤 백령도 남방 해역에서 작전 중이던 유도탄 고속함에서 중사가 실종됐습니다. 총장의 식사가 끝나고 실종 사고는 발생했습니다. 따라서 중사가 실종됐는데도 총장이 식사와 반주를 즐겼다는 비난은 성립되지 않습니다.
부석종 해군참모총장

해군은 실종 사고 발생 직후 긴급조치반을 소집해 대처에 나섰습니다. 부석종 참모총장은 유선으로 보고받으며 상황 관리를 했습니다. 그 정도가 참모총장의 역할입니다. 애당초 참모총장은 군정권만 있지 군령권은 없습니다. 접적지역 작전은 국방부-합참-작전사령부-2함대로 이어지는 지휘계통에 의해 지휘가 이뤄집니다. 따라서 중사 실종 작전 지휘에 대한 총장의 책임을 운운하는 것도 사리에 맞지 않습니다.

업무 시간 외에 참모들과 식사를 한 점은 비판의 소지가 없지 않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모든 장병들의 휴가와 외출을 통제하고 간부들의 사적 모임과 회식도 연기하는 마당에 참모총장은 참모들과 저녁 식사를 했습니다. 새로 임무를 맡은 참모들과 손발을 맞추기 위한 식사 자리라고 해도 다소 부적절했습니다. 그렇다고 이렇게까지 소동을 벌일 계제도 아닙니다. 이런 일로 군을 흔들어서도 안 되고, 군도 이 정도 일로 흔들려서는 안 됩니다.

● 육군총장의 강연, 부적절했나

작년 12월 21일 남영신 육군참모총장은 대대급 이상 부대의 주임원사들과 화상회의를 열었습니다. 남 총장은 이 자리에서 장교가 부사관과 대화할 때 존대와 하대의 문제를 짚었습니다. 이에 앞서 장교와 부사관 사이의 불미한 일들이 몇 차례 벌어지자 주의를 환기시키기 위한 조치였습니다.
남영신 육군참모총장

이에 몇몇 주임원사가 국가인권위원회에 남 총장의 발언에 대해 진정을 냈습니다. 이들은 육군참모총장이 "장교는 부사관에게 반말을 해도 된다"고 주장해 부사관의 인격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상명하복의 위계적 군대의 질서에서 장교는 부사관의 상관입니다. 초임 장교도 고참 부사관에게 반말로 지시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일상적으로는 서로에게 존대합니다. 예의범절과 담쌓은 고문관 장교가 아버지뻘 부사관에게 반말하는 경우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런 고문관은 지구 어느 곳에나 있는 법.

남영신 총장은 장교와 부사관의 위계적 질서를 재정립해야 하는, 공개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참모총장 발언에 마음 상한 원사들이 육군의 최고 선임 주임원사에게 아쉬움을 토로하고 정리했으면, 또는 애초에 참모총장이 요령껏 주임원사들을 설득했으면 좋았을 것을…그 정도의 일이었습니다. 육군참모총장을 흔들 사안이 아닙니다.

● 인위적 청원 유포…음해 DNA 또 발동했나

부석종 총장 건이 처음 보도된 것은 지난 19일 오전 8시였습니다. 보도를 기다렸다는 듯 단 1시간 만인 9시 전후로 "부석종 총장을 해임하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올라갔습니다. 인터넷 댓글을 통한 국민청원 유포는 9시 42분부터 시작됐습니다. 몸 굼뜨기로 유명한 국방부는 전격적으로 당일 오후 부 총장에 대한 감사를 지시했습니다. 경천동지 할 사건이 터진 것 마냥 군사작전, 전광석화처럼 이 모든 과정이 하루 만에 이뤄졌습니다.

부석종 총장에 대한 국민청원의 현재 동의자도 10여 명밖에 안 되지만 19일에는 5명 안팎이었습니다. 동의자가 많지 않아 지금이나 그때나 비공개입니다. 청원 사실을 아는 이는 청원 당사자 외에 극소수였습니다. 그럼에도 국민청원 등록과 거의 동시에 내용이 널리 알려졌습니다. 의도적으로 유포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유포자는 첫 기사가 보도된 19일부터 인터넷 댓글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이전과 이후에는 어디에도 댓글을 달지 않았습니다. 그는 19일 하루에만 관련 기사 25건에 부석종 총장 국민청원의 인터넷 주소를 댓글로 달았습니다. 그 자의 ID는 군종이 내포된 알파벳 조합입니다. 현역 군인으로 보입니다. 보도에 맞춰 본인이 청와대 국민청원을 올리고 직접 유포해서 부석종 총장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조성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부석종 총장 관련 국민청원의 주소를 유포한 사람은 보도가 나온 19일, 댓글활동을 시작했다.

부석종 총장과 참모 3인 저녁식사 사실의 제보, 청와대 국민청원, 국방부 감사로 이어진 19일 일련의 과정을 총기획한 측이 있다는 것이 군 관계자들의 일관된 관측입니다. 제주 출신 비주류 해군 제독의 지휘와 약진이 몹시 불편한 세력일 것으로 추정합니다. 특정인의 이름도 나오고 있습니다. 부 총장이 이번 일로 흠집 나면 덕을 보는 자들이 생길 터. 그들을 눈여겨봐야 합니다.

남영신 참모총장 건도 비슷합니다. 군의 한 관계자는 "남영신 총장이 육사 출신이었으면 원사들이 인권위에 진정했겠느냐", "학군 출신이다 보니 부사관도 장악 못할 정도로 지휘력이 허약하다는 공격이 조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귀띔했습니다. 실제로 남영신 장군의 육군참모총장 임명에 불만을 품은 육사 출신 고위장교들이 많습니다. 그의 약진을 원하지 않습니다. 원사들의 인권위 진정을 절호의 기회로 여기고 있습니다.

군에는 경쟁자를 음해하는 악습이 있습니다. 어떤 조직이든 상대를 음해해서 본인의 영달을 취하는 관행이 있지만 군은 많이 심합니다. 요즘은 세상이 투명해져서 부정한 음해는 곧 식별됩니다. 정의를 위한 내부고발로 치장하려고 하지만 뒤로 검은 꼬리가 다 보입니다. 이제는 좀 그만했으면 좋겠습니다. 국방부는 앞뒤 사정을 모르지 않을 테니 맹랑한 음해들을 잘 가려내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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