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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여배우 '대리모 논란' 확산…중국 대리모 실태 재조명

[월드리포트] 여배우 '대리모 논란' 확산…중국 대리모 실태 재조명

김지성 기자 jisung@sbs.co.kr

작성 2021.01.22 11:22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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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는 연일 '대리모' 논란이 뜨겁습니다. 한 유명 여배우가 촉발시킨 이 논란에 중국 내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고, 관련 단체들은 앞다퉈 해당 여배우와 '선 긋기'에 나섰습니다. 중국의 대리모 실태를 재조명한 언론 보도도 쏟아지고 있습니다.

● '대리모 출산' 여배우에 비난 봇물…"생명은 장난감이 아니다"

논란의 중심에 선 인물은 중국판 '꽃보다 남자' 시리즈로 큰 인기를 얻은 여배우 정솽입니다. 정솽은 남자친구와 함께 대리모를 통해 미국에서 두 아이를 낳으려 했지만, 아이들이 태어나기 전에 남자친구와 헤어지면서 아이들도 버렸다는 사실이 최근 폭로됐습니다. 두 아이는 각각 2019년 12월과 2020년 1월 미국의 다른 두 곳에서 태어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대리모 논란을 촉발시킨 중국 여배우 정솽 (사진=바이두)
정솽은 "매우 슬픈 사생활 문제"라는 입장을 내놓았지만 중국 내 반응은 싸늘합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중국의 유명 여배우 정솽이 미국에서 대리모를 통해 낳은 두 아이를 버려 광범위한 비난을 받고 있다"며 "대다수의 중국 네티즌들은 대리모를 통한 출산에 강한 반감을 표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중국 공산당도 이번 사건에 대해 직접 입장을 표명했습니다. 중국 공산당 청년연맹 중앙위원회는 SNS 공식 계정을 통해 "중국은 모든 종류의 대리모 출산을 금지하고 있다"면서 "대리모 출산과 아이 유기는 사회 도덕과 공공질서에 어긋난다"고 밝혔습니다. "인간의 생명은 장난감이 아니다"라고까지 했습니다.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정치법무위원회 역시 "정솽이 법적 허점을 이용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결백한 것은 절대 아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중국은 2001년 시행된 조치에 따라 중국 의료기관과 의료진의 대리모 출산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리모 출산이 허용되는 외국에 가서 대리모 출산을 하게 되면 중국에서 처벌을 받지 않을 수 있다고 한 변호사는 중국 매체 인터뷰에서 밝혔습니다.

중국 관영 CCTV 방송도 논평을 통해, 부모들이 대리모가 임신한 태아가 아들이 아닌 딸이거나 장애가 있으면 낙태시킨 사례 등을 지적하며 "마지노선을 넘는 것은 법적으로도 도덕적으로도 용납하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1월 20일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 기사. '중국 여배우가 미국에서 대리모를 통해 낳은 아이들을 버려 온라인상에서 엄청난 비난이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 수상 취소에 방송 출연 금지까지…퇴출 수순 밟나

여배우 정솽의 대리모 파장은 이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연예인의 사회적 책임과 공익 활동 등을 평가해 시상하는 중국 화딩상 조직위원회는 정솽의 화딩상 수상을 취소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앞서 정솽은 제19회 화딩상 '중국 근현대 장르 드라마 최우수 여배우상'을, 제13회 화딩상 '시청자가 가장 좋아하는 10대 드라마 스타상'을 수상했습니다. 화딩상 조직위원회 관계자는 "자업자득"이라고 했습니다.

방송 퇴출도 가시화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TV·라디오·영화 산업을 관리·감독하는 광전총국은 정솽을 겨냥해, "추문을 일으키거나 나쁜 행적을 보인 사람에게 얼굴을 내밀 기회와 플랫폼을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유명 연예인은 사회적 영향력이 큰 공인이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중국 광전총국이 올린 글의 일부. '추문을 일으키거나 나쁜 행적을 보인 사람에게 얼굴을 내밀 기회와 플랫폼을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돼 있다.
● "중국 대리 임신 암시장 호황"…"아이 1명에 1억 2천만 원" 광고까지

그렇다면 중국의 대리모 실태는 어떨까요? 신화통신은 21일 중국의 '대리 임신 암시장'이 기형적인 호황을 이루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최근 몇 년 새 대리모 지하 산업이 활성화되면서 규모가 커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산부인과 병원의 화장실 문 등에서 '대리 임신, '난자 제공', '아들 낳아줌'과 같은 광고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고 했습니다.

신화통신은 다양한 '상품'이 판매되고 있다고도 했습니다. 신화통신 기자가 고객을 가장해 후난성 창사시의 한 업체에 문의하니, 업체 측에서 '가격표'를 제시했다고 했습니다. 체외 수정을 통한 이식 수술 비용은 11만 위안(1천8백여만 원), 대리 임신 비용은 35만 위안(5천9백여만 원) 등입니다. 특히 난자 제공부터 이식, 대리 임신, 친자 확인까지 해주고 나아가 2년 간 아이를 돌봐주는 이른바 '제로 리스크' 패키지는 73만8천 위안(1억 2천5백만 원)을 호가한다고 전했습니다.

쓰촨성 청두시의 한 40대 여성은 남편이 아이를 낳지 못하면 이혼하겠다고 해 광저우의 브로커를 찾아가 태국에서 대리모를 통해 아이를 가졌다고 했습니다. 브로커가 제시한 금액은 90만 위안(1억 5천여만 원), 이들 부부는 현재 돈을 모으고 있다고 신화통신은 보도했습니다.
 
신화통신은 21일 중국 산부인과 병원 화장실 등에서 '대리 임신' 광고를 발견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글로벌타임스는 중국에선 대리모 출산이 불법이라, 많은 사람들이 대리모 출산이 합법인 나라를 찾고 있다면서, 중국 부모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 중 하나가 우크라이나라고 전했습니다. 우크라이나에서는 매년 2천5백 명에서 3천 명의 아이들이 대리모를 통해 태어나는데, 이 중 3분의 1이 중국인 고객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중국 직원의 말을 인용해 우크라이나의 대리모 출산 비용은 미국의 5분의 1 수준이라고 했습니다.

대리모 출산은 여성의 인권을 유린하고 여성의 몸을 상품화한다는 점에서 많은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의료, 법률, 윤리적인 많은 문제를 야기하기도 합니다. 이를 근절하기 위해선 남아 선호 사상이나 불임을 죄로 여기는 인식이 먼저 바뀌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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