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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 불씨 된 '택배 까대기'…직접 해 보니

파업 불씨 된 '택배 까대기'…직접 해 보니

김상민 기자 msk@sbs.co.kr

작성 2021.01.20 20:56 수정 2021.01.20 21:40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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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택배가 늘어나는 다음 달 설 명절을 앞두고, 요즘 택배기사들은 마냥 기쁘지가 않습니다. 명절 특수를 기대할 수도 있지만, 추운 날씨에 배달 다니는 게 무엇보다 버겁고, 특히 물량이 몰릴수록 평소에도 힘든 택배 분류 작업은 더 힘들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택배기사들은 이 분류 작업 부담을 덜어 달라면서 파업까지 예고하고 나섰습니다.

먼저 그게 얼마나 힘든 작업인지 김상민 기자가 직접 분류 작업을 해봤습니다.

<기자>

택배기사 조완재 씨는 매일 이른 새벽에 집을 나섭니다.

[조완재/택배기사 : 4시 50분? 5시? 그때 일어나서 씻고 바로 나가는 거죠.]

터미널에 도착하면 쏟아지는 택배 더미와의 싸움이 시작됩니다.

담당 구역의 배송 물품을 골라내야 하는데 모두 기사들의 몫입니다.

속도가 워낙 빨라 송장에 적힌 주소와 기사 이름조차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요령이 생긴 뒤로 조금씩 물품을 골라냈지만, 금방 한계에 부딪힙니다.

[아, 못 찾겠다….]

강추위까지 덮친 날이라 작업 한 시간 만에 힘이 완전히 빠졌습니다.

베테랑 기사들도 버거운 건 마찬가지.

기사들이 서로 호흡을 맞춰 놓친 물건을 대신 건네 주기도 하지만 역부족입니다.

분류에 실패한 택배가 금세 한가득 쌓입니다.

지게차가 옮겨 실으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분류 작업이 시작됩니다.

허기를 달랠 시간도 없고,

[아니, 얘 어디 간 거야?]

주변에 폐를 끼칠까 화장실도 맘 편히 가기 어렵습니다.

지금 시간이 11시 27분을 지났는데요, 레일이 돌아가기 시작한 지 약 4시간 반 만에 분류 작업은 마무리됐습니다.

정작 물품 배송은 정오가 다 돼서야 시작됩니다.

새벽에 출근하고도 밤늦게 퇴근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지난해 10월 이 택배업체는 분류 작업에 1천 명의 지원 인력을 투입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러나 택배기사 8명당 1명꼴이라 실질적인 도움이 안 되고, 이행률도 아직 30%에 불과합니다.

[택배기사 : (투입된) 그 사람이 혼자서 이 짐을 다 어떻게 뺄 것이며 우리가 지금 다 붙어도 (분류하지 못한 물품이) 굴러 내려가는 판에….]

택배 업체들은 분류 작업을 배송 업무의 일부분으로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기사들은 과로의 가장 큰 원인이 강도 높은 분류 작업에 있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영상편집 : 소지혜, VJ : 노재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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