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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북한 열병식의 '신형 RPG'…독자개발 '난항' 韓 대전차무기

[취재파일] 북한 열병식의 '신형 RPG'…독자개발 '난항' 韓 대전차무기

김태훈 국방전문기자 oneway@sbs.co.kr

작성 2021.01.19 10:40 수정 2021.01.19 10:41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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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열병식에서 신형 RPG-7을 들고 나온 북한 제108 기계화보병사단
지난 14일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북한 열병식에서 가장 눈길을 끈 무기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과 북한판 이스칸데르 KN-23의 개량형이었습니다. 둘 다 핵탄 탑재가 가능한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았습니다. 반면 실전 배치가 요원한 먼 미래의 무기라는 평가도 많습니다.

SLBM, KN-23만은 못해도, 군이 괄목한 것은 대전차무기 RPG-7 개량형입니다. 조선중앙TV가 '인민군대 첫 기동타격부대'라고 소개한 제108 기계화보병사단이 개인 화기로 하나씩 들고 행진했습니다. 일반 소총과 비슷한 형태의 개머리판이 달려 있었습니다. 후폭풍 없애고 자유자재로 쏠 수 있게 개조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파괴력, 정확도 면에서 썩 훌륭한 대전차무기는 아니지만 근접 시가전에서 우리 군 장병들을 톡톡히 괴롭힐 수 있는 무기로 보였습니다.

우리 군의 대전차무기는 90mm 무반동총, 판저파우스트-3 등입니다. 무겁거나 후폭풍이 세고, 사거리는 짧은데 비싸다는 각종 단점이 오래전부터 노출됐습니다. 그래서 2012년부터 한국형 대전차무기 독자개발이 시작됐습니다. 8년이 지났는데 기본적인 작전요구성능(ROC)을 놓고도 말이 많습니다. 자칫 무겁고 후폭풍 강한 애물단지가 나올까 걱정입니다.

90mm 무반동총 실사격 훈련 중인 우리 해병들
● 후폭풍에는 무관심

한국형 대전차무기는 2012년 선행연구를 시작으로 사업이 본격화됐습니다. 이듬해 업체 주도 연구개발사업으로 결정돼 국내 유수의 방산기업이 도전에 나섰습니다. 2014~2015년 탐색개발을 해봤는데 ROC를 충족하지 못해서 사업은 흐지부지됐습니다.

한국형 대전차무기 ROC의 핵심은 관통력입니다. 관통력 ROC를 충족하지도 못했는데, 2017년 감사원도 관통력을 더 높여야 한다고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수백mm 관통력을 실현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관통력을 대폭 늘리면 대전차무기도 덩달아 무거워집니다. 이렇게 되면 장병들이 들고 다닐 수가 없습니다.

더욱이 한국형 대전차무기의 ROC에는 후폭풍 방지(Confined Space) 기준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후폭풍이 있고 없고는 대단히 중요합니다. 후폭풍이 강하면 건물 안에서 대전차무기를 사격할 수 없습니다. 시가전 비중이 높은 한반도 전장 환경에서 우리 장병의 생존성을 높이려면 건물 안에서 사격할 수 있어야 합니다. 후폭풍 방지는 신형 대전차무기의 기본 사양이어야 하는데 우리 ROC는 빠트렸습니다.

현재 한국형 대전차무기 국내 개발은 관통력도 높지 않으면서 후폭풍도 강한 쪽으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무게도 만만치 않습니다. 이런 식이면 애써 개발해서 욕받이 되기 십상입니다.

● 실용적 대안은

대전차무기 개발에 정통한 육군 예비역 장성은 "관통력 ROC가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이 높은 수준"이라며 "관통력 ROC를 따르자니 무게가 발목을 잡고, 또 후폭풍이 앞길을 막아선 형국"이라고 꼬집었습니다. 그는 "대전차무기에 어울리는 ROC는 멀리 있지 않다. 서방의 군대가 애용하는 가볍고 후폭풍 없는 대전차무기를 보면 정답이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작고 가볍지만 관통은 잘되고 그럼에도 후폭풍 없는 꿈의 대전차무기를 개발하면 바랄 나위 없습니다. 하지만 그런 대전차무기는 없습니다. 무게, 관통력, 후폭풍을 모두 만족할 수 없다면 기술적, 전술적 현실에 따라 우선순위를 확실히 정해서 과감하게 버릴 것은 버리는 편이 낫습니다.

대전차무기의 위상도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탄도미사일, 핵잠수함, 전투기와 같이 개발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 무기도 아니고, 국산화 못하면 자주국방 훼손되는 무기도 아닙니다. 그럼에도 숱한 군인들, 국방 과학자들이 가공할 ROC의 늪에 빠져 8년을 허송세월 했습니다. 독자개발이 능사 인지도 무겁게 고민해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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