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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슈퍼 전파자' 등장에 중국 뒤늦게 '무증상 감염' 비상

[월드리포트] '슈퍼 전파자' 등장에 중국 뒤늦게 '무증상 감염' 비상

김지성 기자 jisung@sbs.co.kr

작성 2021.01.17 15:46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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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월드리포트] 슈퍼 전파자 등장에 중국 뒤늦게 무증상 감염 비상
전파 가능성이 낮다는 이유 등으로 무증상 감염자를 코로나19 확진자 통계에 넣지 않는 중국이 뒤늦게 무증상 감염에 대해 비상이 걸렸습니다. 최근 들어 무증상 감염자가 지역 감염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 지린성 '슈퍼 전파자' 등장…1명이 81명에게 전파

중국 지린성 보건 당국은 헤이룽장성에서 온 무증상 감염자가 지린성에서 81명에게 코로나19를 전파시킨 것으로 조사됐다고 16일 밝혔습니다. 지린성 보건 당국에 따르면, 헤이룽장성 하얼빈시 출신의 45세 남성이 1월 9일 열차를 타고 지린성 창춘시로 왔고, 이어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해 퉁화시로 이동했습니다. 1월 10일과 11일에는 퉁화시에서 열린 물품 판매 관련 집단 워크숍에 참석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지린성 3개 도시에서 81명의 무증상 감염자가 무더기로 발생했습니다. 역학 조사 결과, 81명의 감염자 모두 이 남성과 관련이 있었습니다. 이 남성을 직접 접촉한 사례이거나, 밀접 접촉자로부터 2차, 3차 연쇄 감염이 나타난 사례였습니다.

김지성 취재파일용
▲ 1월 16일자 중국 신경보 보도. 헤이룽장성에서 온 무증상 감염자가 지린성 3개 도시에서 81명에게 코로나19를 감염시켰다고 돼 있다.

신화통신은 16일 논평을 통해 "지린성에서 무증상 감염자 한 명이 수십 명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하는 '슈퍼 전파 사슬'이 나타났다"며 "지역 전염병 예방 통제망을 구축하는 데 경고를 보내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 중국 전문가 "무증상 감염자 조기 발견이 방역에 매우 중요"

앞서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도 무증상 감염자의 위험성을 보도했습니다. 글로벌타임스는 1월 11일자 기사에서 "무증상 감염이 중국에서 새로운 확산을 촉발할 수 있으며 코로나19 통제의 새로운 위협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중국 보건 전문가들은 글로벌타임스와 인터뷰에서 "현재 중국에서 확산하는 코로나 바이러스는 이전 바이러스보다 더 전염성이 강하다"면서 "특히 마을에서 발생하는 조용한 감염은 중국의 새로운 큰 도전이 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11일은 중국 본토에서 확진자 수가 해외 유입 사례 18명을 포함해 103명이 보고된 날로, 5개월 만에 처음으로 세 자릿수를 기록한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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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월 11일자 글로벌타임스 보도. '무증상 감염이 중국에서 새로운 확산을 촉발할 수 있으며 바이러스 통제의 새로운 도전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질병통제센터 우준여우 수석 전문가는 "무증상 감염이 확산하는 것은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무증상 감염자를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코로나19 방역에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 중국 무증상 감염자 급증…확진자 전환 사례도 늘어

중국에서는 최근 무증상 감염자가 크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1월 2일까지만 해도 서너 명 수준이거나 아예 없던 무증상 감염자가 3일 14명, 4일 31명, 5일 45명으로 늘더니 6일에는 71명으로 급증했습니다. 이즈음 중국에선 허베이성 등을 중심으로 확진자가 빠르게 확산했습니다. 중국 방역 당국은 최근 가장 큰 확산세를 보인 허베이성의 성도 스자좡의 경우에도 이미 지난해 11월 초에서 12월 중순 사이 '조용한 전파'가 진행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17일 발표된 통계에 따르면, 16일 하루 동안 중국 본토에서 발생한 확진자는 96명, 무증상 감염자는 103명으로, 무증상 감염자 수가 확진자 수를 넘어섰습니다.

무증상 감염자가 확진자가 바뀌는 사례도 늘고 있습니다. 해외 유입 사례를 포함해 중국 본토에서 무증상 감염자가 확진자로 전환한 사례는 1월 3~6일 4~8명 수준에서 10일 31명, 12일 42명으로 늘었습니다. 16일에도 32명의 무증상 감염자가 확진자로 바뀌었습니다. 무증상 감염자와 확진자의 '경계'가 무의미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 "바이러스 전염성 강해졌다" vs "확진자 축소 목적"

그런데도 중국은 여전히 코로나19 핵산 검사에서 양성이 나와도 발열이나 기침 등의 증상이 없으면 확진자에 포함시키지 않고 있습니다. 한국을 비롯해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찾을 수 없는 특이한 통계 규칙입니다. 세계보건기구(WHO) 기준과도 맞지 않습니다. 왜 그럴까요?

그 기원은 우한에서 코로나19가 처음 확산할 때부터입니다. 당시 우한 당국은 "무증상 감염자는 전염성이 약하다"며 "소수의 무증상 감염자가 확진환자가 될 수 있지만 절대 다수는 저절로 치료된다"는 논리를 내세웠습니다.

앞에서 언급된 중국질병통제센터 우준여우 수석 전문가는 지난해 4월만 해도 "무증상 감염자가 전염시킨 경우는 전체 환자 수의 4.4%에 불과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앞서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3월 22일 중국 정부의 기밀문서를 근거로 중국 통계에서 빠진 무증상 감염자가 4만 3천 명에 달한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때까지 중국이 발표한 확진자 수는 8만 1천여 명. 무증상 감염자까지 합하면 12만 명을 훌쩍 넘어서게 됩니다. 중국이 확진자 수를 줄이기 위해 무증상 감염자를 의도적으로 통계에 넣지 않는다는 의혹과 불신이 제기됐던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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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는 지난해 3월 22일 '중국의 통계에 잡히지 않은 무증상 감염자가 4만 3천 명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최근의 중국 상황을 보면, '무증상 감염자는 전파력이 약하다'는 당시 설명이 납득이 되지 않습니다. 물론, 중국 방역 당국의 말대로, 최근 발견된 바이러스가 이전 바이러스보다 더 전염성이 강해 무증상 감염자의 위험성이 그만큼 높아졌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첫 단추를 잘못 끼우다 보니 입장에 혼선이 온 것은 아닌지, 애초 무증상 감염자를 확진자에 포함시켰으면 이런 애매한 입장 번복은 필요 없지 않았을지 곱씹어보게 합니다. 무엇보다 중국 자국민에게도 무증상 감염에 대한 경각심을 처음부터 고취시켰을 수 있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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