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허 취소 수준의 만취 상태에서 차를 몰다 사고를 낸 운전자가 무혐의 처분을 받았습니다. 호흡을 측정하기 전에 운전자의 입 안을 맹물로 헹구게 해야 하는데, 경찰이 그 과정을 빠뜨렸다는 것입니다.
김상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지난해 10월, 41살 김재민 씨는 어린 자녀와 아내를 태우고 가다 사고를 당했습니다.

교차로 부근에서 갑자기 승용차 1대가 튀어나와 차량 측면을 들이받은 것입니다.
가해 차량 운전자 33살 배 모 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09%, '면허 취소' 수준이었습니다.
2019년에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사실도 확인됐습니다.
김 씨 가족 모두 입원 치료를 받았고 차량 수리비만 1천200만 원이 나왔습니다.
그런데도 가해 운전자 배 씨는 경찰에게 욕설한 혐의로 벌금만 냈을 뿐, 음주운전에 대해서는 무혐의 처분을 받았습니다.
이유는 증거 불충분.
음주 측정할 때 입을 헹굴 물을 먼저 제공해야 하는데, 경찰이 당시 이 절차를 생략한 것입니다.
[김재민/사고 피해자 : (음주운전에 대해서는) 아무런 처벌도 못 받는다는 게 가장 억울한 것 같아요. 이번이 두 번째인데 다음에는 어떤 사고 낼지 모르는 상황이고….]
대법원 판례 역시 이 절차를 빠트린 측정 결과는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당시 현장에는 총 8명의 경찰이 나와 있었지만, 음주 측정 전에 이 물로 입안을 헹궈야 한다는 지침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사실은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했습니다.
경찰은 당시 가해 차주가 난동을 부리는 상황에서 생긴 실수였다고 해명했습니다.
[김재민/사고 피해자 : (가해 차주가) 30분 정도 거의 몸싸움에 가깝다 싶을 정도로 (경찰한테) 욕설도 많이 했고….]
경찰은 피해자 김 씨에게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낼 수 있다고 안내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영상취재 : 이찬수, 영상편집 : 김선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