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첫발 뗀 공공 재개발 사업 성패는…"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첫발 뗀 공공 재개발 사업 성패는…"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유영규 기자 ykyou@sbs.co.kr

작성 2021.01.15 08:11 조회수
프린트기사본문프린트하기 글자 크기
기사 대표 이미지:첫발 뗀 공공 재개발 사업 성패는…"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정부가 공급대책으로 야심 차게 추진하는 공공 재개발 사업이 오늘(15일) 시범사업 후보지 선정으로 첫발을 떼면서 성공적인 정책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립니다.

공공 재개발은 도심 주택 공급을 위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공사)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사업 공동 시행자로 참여해 사업 속도를 대폭 높이는 정비사업 방식입니다.

또 용적률 상향, 인허가 절차 간소화, 분양가상한제 적용 제외, 사업비 융자 등의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줘 사업성 부족 등으로 그간 사업 추진이 지지부진했던 정비사업장의 큰 관심을 받습니다.

공공 재개발 후보지 공모에 참여한 사업지만 70곳에 달했습니다.

공공 재개발 시범 사업지로 선정된 서울 동작구 흑석2구역의 재개발 추진위원회 관계자는 "조합설립을 추진한 지 12년이 됐으나 상가 소유주들의 반대로 아직도 조합설립 요건(동의율 75% 이상)을 충족하지 못했다"면서 "공공에서 약속한 대로 인센티브를 주면 민간에서 추진하는 것보다 훨씬 좋은 조건이라 반대할 이유가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인센티브 내용을 담은 도시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은 현재 국회에 계류돼있습니다.

아직 법 개정이 진행 중이라 세부 조건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입니다.

이태희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처럼 세부적인 사항을 조정하는 것이 더 힘든 일이 될 수 있다"면서 "정부는 주택공급 확대에 초점을 두고 제도 설계와 사업 추진 과정에서 소유자들의 의사를 최대한 존중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사업 추진 과정에서 갈등이 발생하고 사업 지연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임대소득 비중이 높은 다가구주택·상가 소유자들을 사업 찬성으로 이끌거나 추가 분담금 부담을 느끼는 저소득 소유자들을 수용할 방안도 현재로서는 안갯속입니다.

조합원 분양분을 제외한 주택의 50% 이상을 공공임대로 공급해야 하는 조건 때문에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목소리도 향후 갈등과 사업 지연·철회의 불씨로 남아 있습니다.

실제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17구역은 분양가상한제를 피할 수 있다는 이점 때문에 공공 재개발 사업을 신청했으나 높은 임대주택 비율 요건에 따른 수익성 악화와 가치 하락 우려로 결국 신청을 철회했습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원만하게 사업을 진행하려면 조합원들에게 적정 이익을 보장하며 공공성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면서 "과거 사례를 찾아보고 협의하고 설득하는 작업이 필요할 것"이라고 제언했습니다.

정부는 이번 공공 재개발 사업에서 투기자금 유입을 막기 위한 대책도 함께 마련했지만, 자칫 재개발 수혜를 노린 투기 수요 유입으로 노후 연립·다세대주택의 가격을 상승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됩니다.

김헌동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부동산개혁본부장은 "아파트에 이어 다가구·다세대·연립주택의 가격마저 폭등시킬 우려가 매우 크다"며 "정부가 구도심을 개발하겠다는 것은 신도시 공급으로도 잡지 못한 집값을 더욱 부풀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아울러 정부가 공공 재개발 시범 사업 대상지에서 도시재생지역을 제외하면서 해당 지역 주민들의 반발과 사회적 논란이 커지는 것도 사업 성패의 변수가 될 전망입니다.

도시재생사업은 철거나 이주를 통한 재개발이 아닌, 기존 모습을 보존한 채 지역 활성화를 추진하는 개념입니다.

2015년 서울 1호 도시재생활성화지역으로 선정된 창신·숭인도시재생구역의 주민들은 도시재생사업으로 주거 환경이 오히려 열악해졌다며 적극적으로 공공 재개발을 추진 중입니다.

그러나 현재 국토교통부와 서울시는 기존에 도시재생사업이 추진되던 지역을 공공 재개발 사업지 선정에서 원천적으로 배제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도시재생과 공공 재개발 사업 간에 연계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읍니다.

이태희 건산연 부연구위원은 "도시재생 사업지에서도 기반시설이 매우 열악해 지속 가능하지 않은 물리적 주거 환경이 분명히 존재한다"며 "도시재생사업 투입 예산을 조합에서 부담하는 조건으로 공공 재개발 사업 추진을 허용하는 것이 공익적 측면에서도 합리적"이라는 견해를 밝혔습니다.

이은형 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정부가 도시재생 사업지들에 공공 재개발 사업 추진을 허용하지 않는 것은 정책 실패에 대한 인정으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라면서 "주민들이 반발하는 것처럼 도시가 실제 바뀌는 것이 없다면 그 사업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고 지적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