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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이종걸 후보님, 체육인이 '졸'로 보입니까?"

[취재파일] "이종걸 후보님, 체육인이 '졸'로 보입니까?"

권종오 기자 kjo@sbs.co.kr

작성 2021.01.15 09:33 수정 2021.01.15 12:07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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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대 대한체육회장에 출마한 기호 1번 이종걸 후보의 행태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가장 늦게 출마했지만 각종 논란을 일으키며 구설수에 오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종걸 후보는 처음엔 대한체육회장에 뜻이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장영달 우석대 명예총장이 출마 자격 시비 끝에 끝내 낙마하자 사실상 '대타'로 뒤늦게 뛰어들어 후보 등록 마감 하루 전인 12월 28일에야 출마 선언을 했습니다.

그런데 이종걸 후보는 바로 다음 날인 12월 29일 오전에 단일화를 위해 자신은 사퇴하고 단국대 교수 출신인 기호 4번 강신욱 후보를 지지할 뜻을 표명했습니다. 출마 선언을 한 지 24시도 채 안 된 시점입니다. 하지만 몇 시간도 안 돼 갑자기 마음을 또 바꿔 그날 오후 5시 56분, 등록 시한을 4분 남겨놓고 맨 마지막으로 후보 등록을 마쳤습니다. 이른바 '갈지자' 행보를 보인 것입니다.

제41대 대한체육회장 선거 후보자 정책토론회, 왼쪽부터 기호 2번 유준상 후보, 기호 3번 이기흥 후보, 기호 1번 이종걸 후보, 기호 4번 강신욱 후보
하지만 이것은 '예고'에 불과했습니다. 후보자 4명의 정책 토론회가 열린 지난 9일에는 체육계를 깜짝 놀라게 할 만한 언급으로 눈길을 확 끌었습니다. 현 대한체육회장인 기호 3번 이기흥 후보가 경기단체 회장을 맡고 있던 시절에 자신의 딸을 위장 취업시킨 뒤 사실상 횡령을 했다는 '폭탄 발언'을 한 것입니다.

하지만 그는 제보자 보호를 이유로 지금까지 그 발언을 증명할만한 어떠한 증거도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기흥 후보의 딸이 언제부터 언제까지 위장 취업을 했으며, 횡령 금액은 대략 어느 정도인지에 대해서 일절 입을 닫고 있는 것입니다.

만약 이기흥 후보가 이 발언 여파로 낙선하고 대신 이종걸 후보가 당선된 뒤 나중에 수사 결과가 '혐의 없음'으로 확정될 경우, 이기흥 후보와 그 딸에게 어떤 책임을 질지 궁금합니다.

이종걸 후보의 '폭주'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어제(14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코로나19 여파로 생존 위기에 몰린 체육인들을 위해 피해보상금을 지급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긴급 체육 기금 1조 원을 확보해 체육인 1인당 1천만 원의 피해 보상금을 지급하겠다고 발표한 것입니다.

이종걸 후보 '체육 기금 확보해 피해 보상금 지급' (사진=연합뉴스)
이 후보 측은 피해보상금 지급 대상을 대한체육회에 등록된 20세 이상 선수 3만 7천700명, 지도자 2만 6천600명, 체육 종사자 약 3만 5천 명 등 10만 명으로 추산했습니다. '체육인 피해 보상금' 예산 확보 방안과 관련해서는 "먼저 2021년 국민체육진흥공단 기금과 문화체육관광부 체육 예산을 합치면 3조4천억 원이 넘는다"며 "올해 집행 예정인 각종 건립 사업비와 쿠폰·상품권 사업을 줄이면 4천억 원 이상을 확보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국민체육진흥기금 가운데 올해 공공자금관리기금 예탁으로 배정된 5천200억 원도 '체육인 피해 보상금'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종걸 후보의 말이 나오기 무섭게 이기흥 후보는 즉각 반박에 나섰습니다. "코로나19로 취약 가정에 지급하는 정부의 긴급 지원금이 100만∼300만 원 수준임을 고려하면 형평성의 차이가 크고, 현실성 제로인 공약"이라고 일축했습니다. 아울러 "기획재정부와 대한체육회의 협의 및 승인, 국회 상임위원회 및 본회의 통과 등 관계 기관과 합치해야 (재난 보상금 지급이) 가능한 것"이라며 "구체적인 재원 조달 방안 없이 무턱대고 1천만 원 지급을 약속한 것은 적절치 않다"고 비판했습니다.

대한요트협회장 출신의 기호 2번 유준상 후보도 "뚱딴지같은 소리이고 포퓰리즘의 극치이다. '아니면 말고' 식의 공약을 남발해 또다시 체육인들을 우롱하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습니다.

고통을 받고 있는 체육인을 위해 1조 원을 주고 싶은 이종걸 후보의 '충정'은 어느 정도 이해가 되지만 명색이 5선 의원 출신이고, 대한체육회장에 출마한 사람이라면 현실성이 떨어지는 공약은 당연히 자제해야 합니다.

체육인에게만 1천만 원을 지급할 경우, 예술인들은 어떻게 할 것이며, 다른 분야에 종사하고 있는 일반 국민은 어떻게 하란 것인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전 국민에게 1인당 1천만 원을 줬으면 하는 것은 저도 원하는 바이지만, 그 막대한 재원을 도대체 어디서 마련할 수 있겠습니까?

또 대한체육회는 문화체육관광부의 하급 기관입니다. 기획재정부와 문체부가 반대할 경우 대한체육회장은 1조 원이 아니라 단 1억 원도 마음대로 쓸 수 없습니다. 체육인에게 1조 원을 지급하겠다는 약속은 문재인 대통령도 선뜻 하기 힘든 것입니다. 대한체육회장 선거를 4일 앞두고 이종걸 후보가 왜 불쑥 '1조 원 발언'을 꺼냈는지는 투표권을 가진 선거인단이라면 대부분 알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종걸 후보는 오랫동안 자신이 우당 이회영 선생의 손자임을 자랑스러워했습니다. 다 알다시피 이회영 선생은 일가의 전 재산을 독립운동에 바쳤습니다. 이를 두고 어떤 체육계 인사는 "황당하게 느껴지는 1조 원을 얘기할 게 아니라 어려운 체육인을 돕기 위해 자신의 재산 가운데 1천만 원이라도 기부하겠다는 뜻을 밝혔으면 선거인단의 마음을 움직였을 것"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출마 전부터 지금까지 이종걸 후보가 보인 행태에 대해 일부 체육인들은 "정계에서 잔뼈가 굵은 정치인이 우리를 한마디로 '졸'로 보는 것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이제 선거까지는 3일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자신이 왜 대한체육회장에 출마했는지, 무엇이 정정당당한 선거운동인지를 이제라도 깊이 자성하기 바랍니다.

(사진=대한체육회 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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