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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코로나 은폐 용납 않겠다" 경고 나선 중국 2인자

[월드리포트] "코로나 은폐 용납 않겠다" 경고 나선 중국 2인자

김지성 기자 jisung@sbs.co.kr

작성 2021.01.12 09:35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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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권력 서열 2위인 리커창 총리가 코로나19 발생에 대한 허위 보고나 은폐를 절대 용납 않겠다며 경고하고 나섰습니다.
리커창 총리는 지난 8일 우리의 국무회의 격인 국무원 상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전염병 예방·치료의 관건은 전염병 발생 상황을 공개적으로 투명하게 발표하는 것"이라며 "허위 보고나 은폐를 절대 용납하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이날 회의에서는 코로나19 감염자 조기 발견과 조기 보고, 공개 발표 등을 엄격히 실시하기로 하고, 관련 법도 개정하기로 했습니다.

중국 국무원 홈페이지. 리커창 총리가 코로나19 발생 상황에 대해 '허위 보고나 은폐를 절대 용납하지 않겠다"고 발언한 것으로 돼 있다.
● 리커창 총리 "투명한 보고·공개" 강조…'은폐' 있었나?

중국의 2인자가 왜 이 시점에서 이런 발언을 했을까요? 물론, 원론적으로 '투명한 보고·공개'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한 것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중국 정부의 공식 입장과는 어딘가 맞지 않아 보입니다. 중국 정부는 대외적으로 "중국은 코로나19 사태에 공개적이고 투명하게 임하고 있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습니다.

먼저, 최근 중국의 코로나19 감염자 증가와 맞물려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이달 초인 1월 2일까지만 해도 중국 본토에서 발생한 확진자는 8명으로, 중국이 확진자 통계에 넣지 않는 무증상 감염자를 포함하더라도 중국은 한동안 10명 안팎의 감염자 수를 유지했습니다. 그러던 것이 하루 뒤인 3일 확진자 13명, 무증상 감염자 14명으로 늘었고, 급기야 일주일 만인 10일에는 확진자 85명, 무증상 감염자 61명으로 급증했습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고속도로가 봉쇄된 허베이성 스자좡시
10일에 발생한 확진자 85명 중 82명, 무증상 감염자 61명 중 49명은 수도 베이징을 둘러싸고 있는 허베이성에서 나왔습니다. 이와 관련해 허베이성 방역 당국은 10일 기자회견에서 "바이러스가 어떻게 유입됐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면서도 "다만 바이러스 흐름 등으로 추정할 때, 이번 확산의 원인을 제공한 최초 감염자, 이른바 '0번 환자'는 12월 15일 이전에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반면 이번에 허베이성에서 처음 확진자가 보고된 것은 1월 2일입니다. 첫 확진자 보고가 왜 이렇게 늦었는지, 혹시 그전에 의심 환자나 확진자가 있었는데 은폐한 것은 아닌지 리커창 총리가 나서 중앙 정부 차원에서 추궁성 발언을 한 것으로 읽히는 대목입니다. 그동안 투명하게 공개해 왔다는 중국 정부의 공식 입장을 감안하면, 과거에는 은폐가 없었는데 최근에 있었다거나, 중앙 정부와는 다르게 지방 정부 차원의 은폐가 있었을 수 있다고 해석될 여지가 있습니다. 물론, 지방 방역 당국이 실제로 발생 사실을 몰라서 보고가 늦어졌을 수도 있습니다.

리커창 중국 총리
다른 하나는, 리커창 총리가 소신 발언을 했을 가능성입니다.
시진핑 주석 집권 이후 중국은 집단 지도 체제라기보다 시 주석 1인 체제로 자리 잡아가고 있지만, 이 와중에도 리 총리는 종종 소신 발언을 했습니다. 지난해 5월 리 총리는 "중국인 6억 명의 월수입은 겨우 1천 위안(약 17만 원)밖에 안 되며, 1천 위안으로는 집세를 내기조차 힘들다"고 말했고, 6월에는 코로나 사태로 어려움에 빠진 서민을 돕기 위해 노점상을 활성화하자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또 지난 11월에는 "현재 인민 대중이 교육, 의료, 주택, 소득 분배 등에서 느끼는 불만이 여전히 많다"고 지적했습니다. 모두 중앙 정부의 공식 입장과는 결을 달리하는 발언들이었습니다. 때문에, 이번에도 '은폐는 없었다'는 중국 정부의 공식 입장과는 달리, 리 총리가 '은폐가 있었음'을 인정하는 소신 발언을 했을 수도 있습니다.

● 코로나 확산하면 책임자 '줄징계'…보고·은폐 딜레마?

중국 당국은 지역에서 코로나19가 확산할 경우 방역 책임을 물어 곧바로 책임자를 징계합니다.
코로나19가 처음 퍼진 후베이성과 우한시의 당서기가 동시에 경질됐고, 베이징, 지린성 수란시, 헤이룽장성 하얼빈시, 산둥성 칭다오시에서 코로나19가 확산했을 때도 책임자들이 면직되거나 줄줄이 징계를 받았습니다. 이번 허베이성 확산과 관련해서도 스자좡시 시장이 방역 실패로 낙마했습니다.

지방 정부 입장에서는 자칫 확진자를 보고했다가 징계를 받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은폐하거나 축소 보고했다가는 더 큰 징계를 받을 수 있으니 방역 책임자 입장에서는 딜레마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리커창 총리가 '투명한 보고·공개'를 강조한 이유 중 하나가 아닐까 싶습니다.

● '진원지' 우한 감염 통계 은폐·축소 의혹 풀릴까

코로나19 진원지로 알려진 우한의 초기 감염 통계에 대한 은폐·축소 의혹이 풀릴지도 관심사입니다. 11일 현재 중국 본토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는 9만7천652명, 누적 사망자 수는 4천799명입니다. 이 가운데 우한의 누적 확진자 수는 5만 340명, 누적 사망자 수는 3천869명입니다. 우한에서는 지난해 6월 이후 지역 확진자가 나오지 않고 있으니, 이 수치를 초기 확진자, 사망자 수로 봐도 무방합니다.

지금이야 상대적으로 덜하지만, 초기에만 해도 중국의 감염 통계에 대한 국제사회의 불신이 컸습니다.
이와 관련해, 최근 나온 한 연구 결과를 주목해 볼 만합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중국 질병통제센터는 자국민을 상대로 한 혈액 항체 검사 결과를 12월 30일 공개했습니다. 검사 대상 중 우한 시민은 1만 1천 명이었는데, 이들의 코로나19 항체 양성률은 4.43%였습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항체 양성 반응을 보인 것은 과거 코로나19에 감염된 적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이 수치를 전체 우한 시민에 적용하면 우한에서 50만 명이 코로나19에 걸렸을 수 있다"고 추정했습니다. 중국 당국이 공식적으로 밝힌 5만 명보다 10배 정도 많은 규모입니다.

코로나19의 기원을 조사할 세계보건기구(WHO) 국제조사팀이 우여곡절 끝에 오는 14일 중국을 방문하기로 했습니다. 코로나19가 어디서, 어떻게 발원했는지 확인하는 것을 넘어, 중국 당국의 통계 은폐·축소 의혹까지 해소될지, 아니면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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