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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커룸S] "기~아~의 김주찬" 뒤로…'쿨&시크' 새 출발도 그답게

[라커룸S] "기~아~의 김주찬" 뒤로…'쿨&시크' 새 출발도 그답게

유병민 기자 yuballs@sbs.co.kr

작성 2021.01.11 11:44 수정 2021.01.11 11:48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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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두산은 지난 8일 새 코치 영입을 발표했습니다. 그런데 코치 명단에 눈에 띄는 이름이 있었습니다. 롯데와 KIA에서 뛰며 KBO리그 대표 호타준족으로 이름을 날린 김주찬이었습니다.

김주찬은 지난해 11월 KIA와 3년 FA 계약 기간이 끝난 뒤 자유의 몸이 됐습니다. KIA 구단은 잔류를 원했지만, 김주찬은 시장에서 자신의 가치를 평가받기 원했습니다. KIA가 맷 윌리엄스 감독 취임 후 세대 교체를 단행하고 있는 상황. 김주찬은 잔류해도 기회가 없을 거라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쿨하게' KIA를 떠나는 모습을 보며 '김주찬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십 년 넘게 취재하면서 만난 김주찬은 '쿨&시크', 그 자체였기 때문입니다.

김주찬은 지난 2013년 롯데를 떠나 KIA 유니폼을 입었습니다. KIA에서 커리어는 성공적이었습니다. 롯데 시절 빠른 발을 앞세운 콘택트형 타자였던 김주찬은 크고 작은 부상으로 도루가 힘들어지자 2014시즌부터 중장거리형 타자로 변신했습니다. 2016시즌 타율 0.346, 23홈런, 101타점으로 데뷔 첫 골든글러브를 수상했고, 구단 역사상 최초로 사이클링히트를 기록했습니다. 2017년엔 팀의 주장을 맡아 한국시리즈 우승도 이끌었습니다. KIA에서 8년 동안 타율 0.328, 84홈런, 434타점, 82도루를 기록했습니다.

"기~아~의 김~주찬!" 폭염보다 뜨거웠던 2019년 여름의 응원 (사진=연합뉴스)
타이거즈에서 남긴 커리어를 감안하면 김주찬은 KIA에서 성대하게 은퇴식을 한 뒤 지도자로 새 출발이 안정적으로 가능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현역 연장을 원하며 '쿨하게' KIA를 떠났습니다. 자유의 몸이 됐지만, FA 시장은 올 겨울 추위만큼 추웠습니다. 현역 연장이 쉽지 않아 보이는 상황에서 두산이 그에게 손을 내밀었습니다. 선수가 아닌 코치 자리를 제안했습니다.

그러자 김주찬은 '쿨하게' 현역 은퇴를 선언하고 지도자의 길을 택했습니다. 그는 에이전시를 통해 "팀을 알아보던 중 두산에서 새로운 기회를 주셨고, 은퇴하며 바로 코치를 시작하면 선수들에게 도움 될 수 있는 부분이 많을 거 같아 '큰 고민 없이' 선택하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KIA를 떠날 때도, 코치로 새롭게 출발할 때도 김주찬다웠습니다.

김주찬은 2000년 삼성에서 데뷔한 뒤 2001년 트레이드로 롯데 유니폼을 입었습니다. 2004년 44도루를 기록하며 호타준족으로 두각을 나타내더니, 롯데가 암흑기에서 벗어난 2008시즌부터는 팀의 테이블세터로 맹활약했습니다. 2010시즌에는 이대형(당시 LG)과 도루왕 경쟁을 펼치며 65도루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롯데의 간판 스타였지만, 당시 김주찬의 언론 인터뷰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내성적인 성격으로 말수가 적은 데다 취재진의 대답에도 단답형으로 답해 인터뷰가 쉽지 않았습니다. 워낙 말수가 적어 팬들은 '외국인 투수 사도스키보다 한국말을 못하는 것 같다'는 농담을 할 정도였습니다. 무표정한, '시크한' 모습에 후배들은 이유 없이 김주찬을 어려워했습니다. 그를 처음 만난 사람은 '예의 없다', '불친절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야구계에서 '소문'도 많았습니다.

'이분 웃는 거 보기 쉽지 않은데….' 2015년 어느 봄날, 김주찬 웃는 모습 포착
김주찬은 본인의 성격을 바꾸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서른 살이 넘어 베테랑이 되자 후배들에게 먼저 다가갔습니다. 기자가 롯데 담당 시절이던 2012년, 전준우는 "김주찬 선배에게 도루에 관해 물어봤는데, 조언을 많이 해줬다"고 했고, 당시 신인 신본기는 2군에 내려가기 전 "열심히 하고 오라"며 김주찬의 응원을 받았습니다. 김주찬은 KIA에서 더 적극적인 모습이 변신했습니다. 얼굴에 미소를 보이는 날이 많아졌고, 답은 여전히 짧았지만 진솔하게 인터뷰도 응했습니다. 2017~2018년, 2년 연속 주장 완장을 찬 건 달라진 김주찬을 대표합니다.

야구에 대한 열정도 남달랐습니다. 김주찬은 현역 시절 10g씩 표기되는 방망이에 1g 단위로 무게를 적었습니다. 이유를 묻는 기자에게 김주찬은 "1g의 차이도 타석에선 엄청난 영향을 끼친다"며 "특히 시즌 후반에는 체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방망이 무게에 신경을 쓴다. 새 방망이를 받는 날이면 곧바로 전자저울에 올려 무게를 체크한다"고 답한 기억이 납니다.

913g, 878g, 908g…. 방망이에 1g 단위로 적힌 그의 열정
김주찬은 프로 통산 1778경기에서 타율 0.300, 138홈런, 782타점, 1025득점, 388도루를 기록했습니다. 누구는 '타고난 재능을 가졌지만, 늘 부상에 시달리는 유리 몸'이라고 비난합니다. 그러나 기록만으로도 김주찬은 레전드 대우를 받기엔 충분합니다. 특유의 성격답게 '쿨하고, 시크하게' 그라운드를 떠난 김주찬은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습니다.

"안녕하세요. 김주찬입니다. 막상 이렇게 은퇴를 발표하게 되니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야구를 하며 감사한 분들도 너무 많고 지나보니 감사했던 순간도 너무 많습니다. 특히 변함없이 응원해주신 팬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응원해주셨던 모든 순간을 잊지 않고 기억하겠습니다. 팬들이 정말 너무 많은 사랑을 주셨습니다. 제가 말을 잘 하는 편이 아니어서 많이 말씀드리지 못했지만, 이번 기회에 꼭 말씀드리고 싶네요. 항상 응원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하고 절대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김주찬 코치의 새로운 인생 2막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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