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란, 억류 선원 협상 진전 없이 끝나…입장 차만 확인

한국과 이란 외교당국이 이란 혁명수비대에 억류된 한국 선원과 이란의 한국 내 동결자금에 관해 교섭을 벌였지만, 입장차만 확인하는 데 그쳤습니다.

외교부와 이란 정부에 따르면 최종건 외교부 1차관과 세예드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차관은 어제(10일) 오후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회담하고 두 나라 간 주요 현안을 포괄적으로 논의했습니다.

어제 협상에서는 지난 4일 걸프 해역에서 이란 혁명수비대에 나포된 한국 선박 억류 문제에 대한 협상도 이뤄졌지만, 별다른 진전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 측은 선박과 선원의 조속한 억류 해제가 가능한 방향으로 적극 교섭에 나선 반면, 이란 측은 한국 내 은행에 동결된 70억 달러, 우리 돈 7조6천억 원 규모의 자금 문제에 집중해 대화에 임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최종건 차관은 한국 선원들의 신속한 억류 해제를 최우선으로 협상하면서, 이란의 한국 선박과 선원 억류가 부당하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최 차관은 또 이란 측이 억류 이유로 주장하는 한국 선박의 환경오염 혐의와 관련한 구체적 증거를 요구하고, 한국의 은행 2곳에 동결된 이란의 자금 문제를 해결하는 데 노력하겠다는 뜻도 전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대해 이란 측은 보도자료를 통해 "한국의 행동은 미국의 몸값 요구에 굴복한 것일 뿐으로 받아들일 수가 없다"면서 "이란과 한국의 양자 관계 증진은 자금 동결 문제가 해결된 뒤에야 의미가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이란은 또 "이란은 한국과 문제를 해결하려고 대화했지만, 결과가 없었다"면서 "한국에서 이란의 자금이 동결된 것은 잔혹한 미국의 대이란 제재 부과라기보다는 한국의 정치적 의지가 부족했던 탓"이라며 한국에 책임을 돌렸습니다.

또 최종건 차관이 "한국 선박 문제를 신속히 해결해야 한다"고 요구한 데 대해 아락치 차관은 "이란 영해에서 발생한 선박 억류는 오직 기술적, 환경 오염 문제"라면서 "이란 사법부가 사건을 다루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이란 언론들은 한국 정부 대표단이 오늘 이란중앙은행 총재를 만나 동결자금 해제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라고 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