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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적북적] 바람의 딸 한비야, 60대 신혼 이야기 '함께 걸어갈 사람이 생겼습니다'

[북적북적] 바람의 딸 한비야, 60대 신혼 이야기 '함께 걸어갈 사람이 생겼습니다'


[골룸] 북적북적274 : 바람의 딸 한비야, 60대 신혼 이야기 '함께 걸어갈 사람이 생겼습니다'

"우리 계획은 조금만 집중하고 서로 응원하면 얼마든지 이룰 수 있는 일들로 가득하다. 힘들지만 재미있는 일, 어렵지만 같이 하면 쉬워지는 일, 소소하지만 만족스러운 일, 목표를 향해 한발 한발 나아가는 그 자체가 즐거운 일들… 대단하진 않아도 즐거운 삶, 안톤과 나는 이걸로 충분하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렇다."

해가 바뀌기 전 세밑엔 그해를 돌아보고 정리하고… 해가 바뀌면 새해를 내다보고 계획하고 설계하죠. 올해가 벌써 열흘 정도 지났는데 여러분의 새해 시작, 어떠신가요? '작심삼일'이라 할 정도로 저부터도 마음먹은 걸 사흘 채워 실천하기란 쉽지 않고 일주일, 열흘, 한 달, 계속 이어나가는 건 언제나 어렵습니다. 그래서 '한국인은 구정부터가 새해 시작'이라느니 그런 핑계들, 저도 잘 대고 했던 것 같아요.

새해맞이 첫 북적북적에 가져온 책은, 계획 세우기를 좋아하고 그를 실천하려는 노력만큼은 한국 제일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만한 이가 쓴 책입니다. 여행가로 잘 알려졌고 최근 10여 년은 국제 구호활동을 열심히 하고 있는 한비야 작가, 그리고 그의 남편 안토니우스 반 주트펀이 함께 쓴 책 - <함께 걸어갈 사람이 생겼습니다>.

한비야 작가는 1958년생이라고 합니다. 올해 63세인데 그의 남편은 7살 연상이라니 70세죠. 이 둘이 결혼한 건 4년 전, 2017년이라고 하고요. 나이 60을 넘겨서 각자의 삶을 살아왔던 이들이 인생의 황혼에 다다라 함께 걷기로 했답니다. 처음 알게 된 건 2002년 아프가니스탄 구호활동 현장에서였다는데, 연인 사이로 거듭난 건 그로부터 12년 뒤인 2014년, 결혼에 이른 건 3년이 더 지나서였다니 한 편의 드라마 같습니다. 더욱 독특한 건 이들의 신혼 생활, 1년의 절반은 떨어져 지내면서도 '우리는 잘 되고 있다'라고, '행복하다'라고 말하는 그들, 어떤 마음으로 걷고 있는 걸까요.

"이 책은 우리의 알콩달콩 결혼 생활 모습을 모아놓은 이야기가 아니다. 남들과는 사뭇 다른 우리 상황에 맞게 우리만의 방식을 찾아가는 이야기고, 결혼 후 더욱 나답게 살아가는 이야기고, 혼자 있는 힘과 함께 하는 힘을 새롭게 발견하는 이야기다." - 프롤로그

"우리가 20대, 그 질풍노도의 시간, 스스로도 자기가 어떤 사람인지 잘 몰랐던 그 시기에 만났다면 어땠을까? 아마 가관이었을 거다. 아예 절단이 났을지도 모르고. 자기와 상대방에게 너그러워지는 나이에 만나 얼마나 다행인가!… 30대에 만나 60년 잘 사는 것도 좋지만, 우리처럼 60대에 만나 30년 사이좋게 사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 비야

"관계의 여백과 과유불급의 마음가짐은 우리 결혼 생활의 가장 핵심 요소다. 가까이하되 너무 가깝지는 않게, 충분히 마음 써주되 과하지는 않게 각자의 시간과 공간을 지켜주기. 이제 결혼 3년 차, 지금까지는 잘 되고 있다." - 비야

"어떤 사람은 말했다. 60대에 이르면 더 이상 똑똑해질 필요는 없지만 더 지혜로워졌음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나 자신의 우월함을 입증하려는 노력은 덜 하고 대신 내가 배운 것을 다른 사람과 나누려는 노력을 더 해야 한다는 말이다. 나 역시 뭔가를 더 갈망하는 대신, 누군가가 원할 때 내가 얻은 삶의 지혜를 나누고 조언하고 이끌어주어야 할 때가 왔다. 또한 60대는 '인생의 끝은 어떻게 도달하는 것이 좋을까'라는 질문을 진지하게 시작할 때이기도 하다." - 안톤


결혼 생활에 대해서라면 제가 이들 부부보다는 훨씬 선배이고 경험도 더 많습니다만, 60대라는 인생의 연륜은 아직 쫓아가지 못합니다. 이들 4년 차 부부의 글을 읽으면서 인생에 대한 생각이 많아졌습니다.

'100세 시대'라고 하지만 평균 수명이 그렇게 길어진 것과, 우리 생의 주기는 아직 딱 들어맞진 않습니다. 나이 60이 젊다고도 하지만 그간 해왔던 본업에서는 조금 물러나거나 은퇴하는 시기에 아직은 가깝습니다. 살아갈 날들이 살아온 날들보다 아마 적어졌을 것도 확실해 보이고요. 새롭게 뭔가를 시작하기보다는 잘 정리하고 마무리하는 수순으로 가는 게 더 어울려 보일 때에 서로 함께 걸어가기로 했다는 이 부부, 인생의 동반자 혹은 배우자라는 말이 썩 적절해 보이네요.

우리는 더 나이가 들면 어떻게 살게 될까요. 앞으로 10년, 20년, 30년은 어떠할까요. 새해 들어, 한 살씩 나이를 더 먹노라니 특히 결혼 생활만이 아니라 제 삶에 함께 하는 많은 이들과는 어떨까 하고 생각해보게 된 책이었습니다.

"우리 목록에는 에베레스트산 정상을 오른다든지, UN 난민 기구의 수장이 되겠다든지, 알프스 근처에 멋진 별장을 사겠다든지 하는 거창한 목표나 계획은 하나도 없다. 그런 건 할 수도 없고 할 필요도 없고 할 마음도 없다. 누구랑 경쟁해서 이겨야만 성취할 수 있는 일은 아예 목록에 넣지도 않는다. 대신 우리 계획은 조금만 집중하면 서로 응원하면 얼마든지 이룰 수 있는 일들로 가득하다… 대단하진 않아도 즐거운 삶, 안톤과 나는 이걸로 충분하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렇다." - 비야

올해는, 아마 코로나가 종식되는 해인 것만은 분명하겠죠? 모두 즐겁게 살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출판사 푸른숲으로부터 낭독 허가를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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