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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잇] 아빠는 오늘도 아이라는 거울을 본다

[인-잇] 아빠는 오늘도 아이라는 거울을 본다

파파제스 | 사랑하는 아내와 함께 예쁜 딸을 키우는, 육아하는 아빠

SBS 뉴스

작성 2021.01.08 11:00 수정 2021.01.08 17:23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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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인-잇] 아빠는 오늘도 아이라는 거울을 본다
어느덧 30대 후반.

사회생활도 사람 관계도 그다지 새로울 것이 없는 나이가 되었다. 새해가 밝아도 작년과 올해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기에 그다지 들뜨지도 않는다. 가뜩이나 작년에는 집안에만 있어서 새해가 유난히 새롭지 않게 느껴진다. 그런 내게도 하루가 다르게 새로이 성장하는 존재가 있다. 바로 나의 딸아이다. 이제 막 두 돌이 지난 우리 딸은 본격적으로 말문이 트이기 시작했다. 아이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같은 질문을 반복한다. "아빠 이게 뭐야?"로 시작해"그건 또 뭔데?"로 이어지는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얼마 전 눈이 많이 내린 아침이었다. 아이를 데리고 집 앞에 나왔는데 바닥에 쌓인 눈을 가리키며 아이가 물었다.

"아빠, 저 하얀 게 뭐야?"

태어나 두 번째 맞는 겨울이어서 처음 눈을 본 것은 아니지만 아이는 신기한 듯 내게 물었다.

"저거 소금이야?"

눈을 보고 소금이라고 하니 순간 웃음이 터져 나왔다. 나도 장난기가 발동해 아이에게 되물었다.

"소금? 소금 아닌데? 저 하얀 게 뭘 것 같아?"
"소금 아니야? 그럼 뭐야?"

아이가 갸우뚱하며 다시 물었다.

나는 바닥에 쌓인 눈을 집어 들어 아이 얼굴에 가져다 대며 말했다.

"로라야, 이건 눈이라는 거야. 눈."
"누… 운?"

세상 처음 본다는 듯 아이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사실 작년에도 눈을 보긴 했지만, 걸음마를 막 떼기 시작한 너무 어린 아기였다. 그래서 '눈'을 인지한 건 올해가 처음일 것이다.

"그래, 눈. 겨울이 되면 이렇게 하늘에서 하얀 눈이 내려와 소복이 쌓여."

그렇게 설명을 해주고 나는 그날 아이와 눈을 가지고 한참을 놀았다. 정말 오랜만에 눈을 뭉쳐 보기도 하고 눈사람도 만들었다. 눈을 가지고 놀아 본 게 얼마 만일까… 기억이 까마득했다.

성인이 되고 난 후 내게 눈은 출퇴근길에 방해만 되는 것쯤으로만 여겨졌다. '아… 오늘 길 막히겠네'하고 탄식하며 평소보다 일찍 나가야 하는 귀찮은 존재. 특히 군대에서 손에 물집이 잡히도록 눈을 쓸고 나서는 눈에 대한 낭만이 완전히 사라졌다. 눈이야 스키장에서나 반가운 존재이지 일상에서는 번거롭게만 느껴졌다. 그런데 아이와 함께 눈 놀이를 하고 있으니 나도 새삼 신이 났다. 아이의 초롱초롱한 눈과 설레는 표정을 보면서 나 역시 눈이 주는 기쁨을 만끽할 수 있었다. 다음에 또 눈이 쌓이면 아이에게 눈썰매를 태워주고 싶은 생각에 곧장 유아용 썰매까지 주문했다.

내게는 더 이상 새롭지 않은 것들, 너무나 오래돼서 까맣게 잊고 있었던 것들을 아이를 통해서 새롭게 발견한다. 이런 걸 동심이라고 해야 할까? 눈사람, 레고 블록, 그림 그리기, 찰흙, 월리를 찾아서 등 내가 어릴 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았던 것들을 내 자식과 함께 다시 가지고 놀고 있다. 옛날에 부르던 동요도 마찬가지다. '엄마가 섬그늘에'부터 '곰 세 마리', '나비야 나비야' 등 유치원 때 불렀던 노래들을 아이에게 들려주고 있다. 그러면 아이는 내가 불러준 가사 그대로 따라 부르고 내 언어를 빌려 자기 감정을 표현하기도 한다. 그 모습이 신기하기도 하지만 가끔은 소름이 돋기도 한다.

'아이는 부모의 거울'이라는 말이 있다. 일상적으로 듣던 말이라 '당연하지'라고 여기고 그 무게에 대해서는 생각해본 적 없었다. 하지만 아이는 정말 매 순간 나를 쫓아다니며 내 모습을 비추고 있었다. 말투부터 행동까지 마치 나를 복제하듯 따라 한다. '혹시 나도 몰랐던 나의 나쁜 행동을 아이가 따라 하면 어쩌나', '가끔 아이에게 화를 내고 때론 소리치기도 하는데 그 모습까지 따라 하면 어쩌나'하고 걱정이 되기도 한다.

얼마 전에는 아이가 '아빠 우유 안 주면 혼나~'라는 말을 해서 깜짝 놀랐다. '혼난다'는 표현을 어디서 배운 걸까? 내가 혼낼 때 저런 말을 쓰나? 화가 났을 때 썼나? 아니면 애 엄마가 쓰는 건가? 하지만 누구를 탓할 게 아니었다. 이제 갓 두 돌이 지난 아이가 원하는 것이 있을 때 '주세요'가 아닌 '혼낸다'라는 표현을 쓰는 것에 뜨끔했다. 나 역시 종종 실수를 하면서도 '아이가 실수하는 게 당연해' 하고 넘길 수 있었던 일에 화를 내곤 했다. 그럼에도 '혼난다'라는 표현을 아이의 입을 통해 직접 듣게 될 줄은 몰랐다. 아이는 잘못된 행동을 하면 내게 혼이 난다는 사실을 경험을 통해 배웠을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고 나니 고작 세 살짜리 아이에게 화를 낸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졌다. 이렇게 아이 앞에서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감정을 보면 나도 그저 '세 살짜리 아빠'란 사실을 실감한다.

아이는 부모의 언어를 빌려서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표현한다. "그렇게 하면 혼나", "아빠가 화낼 거야"라는 말을 나도 모르게 자주 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훈육하는 법에 대해 검색해 보니 아이한테 말할 때는 '눈을 마주 보고' 차분하게 이야기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한다. 올해는 아이의 말과 행동에서 보다 사랑이 묻어날 수 있도록 좋은 표현을 많이 담아야겠다. 우리가 하얀 눈을 만지며 행복한 표현을 나누었던 것처럼.

스스로도 알아차리지 못했던 나 자신에 대해 아이라는 거울을 통해 보다 선명하게 들여다보고 있다. 올해 아이의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은 어떤 모습이 될까? 부모로서 한층 더 성장하는 한해가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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