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16개월에 불과한 정인이를 학대해 숨지게 한 양부모를 아동학대치사죄가 아닌 살인죄로 처벌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면서 이른바 '원주 3남매 사건'의 항소심 판결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자녀 3명 중 첫돌도 지나지 않은 2명을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으나 1심에서 무죄 판결이 나온 이 사건은 항소심 재판부의 판결만이 남아있습니다.
'정인이 사건'과 달리 검찰이 1심에서 살인 혐의로 기소했으나 무죄가 나오자 2심에서 아동학대치사 혐의를 예비적 공소사실로 추가하면서 재판부가 어떤 판단을 내릴지 주목됩니다.
서울고법 춘천재판부 형사1부(박재우 부장판사)는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황 모(26)씨 부부에 대한 심리를 지난달 23일 결심공판을 끝으로 마치고 다음 달 3일 판결을 선고합니다.
살인의 고의성을 두고 검찰과 피고인 측이 팽팽하게 맞선 가운데 선고를 앞두고 정인이 사건이 알려지면서 원주 3남매 사건의 항소심 재판부에도 최근 엄벌 탄원 취지로 추정되는 진정서 5건이 들어왔습니다.
황 씨는 2016년 9월 원주 한 모텔방에서 생후 5개월인 둘째 딸을 두꺼운 이불로 덮어둔 채 장시간 방치해 숨지게 하고, 2년 뒤 얻은 셋째 아들을 생후 10개월이던 2019년 6월 엄지손가락으로 목을 수십 초간 눌러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아내 곽 모(24) 씨는 남편의 이 같은 행동을 알고도 말리지 않은 혐의로 함께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검찰은 각종 증거를 바탕으로 황 씨에게 아동학대치사 혐의가 아닌 살인 혐의를, 곽 씨에게는 아동학대치사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으나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1심을 맡은 춘천지법 원주지원은 황 씨 부부에게 "살인의 고의가 있었다는 점에 대해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됐다고 볼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다만 이들 부부의 사체은닉과 아동학대, 아동 유기·방임, 양육수당 부정수급 혐의는 유죄로 인정해 황 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곽 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습니다.
항소심에서 검찰은 황 씨에게 아동학대치사 혐의를 예비적 공소사실로 추가해 공소장을 변경하고, 살인의 고의를 입증하는 데 주력했습니다.
두 번째 공판에서는 '막냇동생이 울 때마다 아빠가 목을 졸라 기침을 하며 바둥거렸다'는 첫째 아들(5)의 진술 모습이 녹화된 영상이 공개되기도 했습니다.
검찰은 지난 결심공판에서 황 씨 부부에게 원심 구형과 같은 각 징역 30년과 8년을 내려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습니다.
검찰은 "법의학적 증거와 현장검증 결과, 사건 전 학대 사실, 황 씨의 충동조절장애 병력 등 객관적 증거에 피고인들의 상호 모순 없는 상세한 자백 진술을 종합하면 죄가 충분히 인정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황 씨는 최후진술에서 "1심에서도 그랬지만 살인은 부인하고 싶다. 그러나 다른 죄로 처벌한다면 달게 받겠다"고 말했고, 곽 씨도 "솔직히 변명할 건 없다. 아이를 정말 사랑했고 고의라는 건 없었다"며 부인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