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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유은혜 장관님, 특수교육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취재파일] "유은혜 장관님, 특수교육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 또다시 멈춘 특수교육

지난해 10월 있었던 교육부 국정감사에서 한 학부모가 참고인으로 나와 교육당국에 이렇게 호소했습니다.

"학교 현장에 우리 장애 아이들도 있습니다. 잊지 말아 주십시오."

원격수업의 장기화로 모두가 힘들지만, 특수교육 대상자들과 그 학부모는 더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원격수업 기간이 길어지면서 학부모의 돌봄 부담이 더 커졌기 때문도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교육 손실 때문입니다.

사실, 학부모들이 가장 우려하는 건 "내가 없어도 우리 아이가 자립할 수 있을까?"입니다. 특수교육에 100% 만족하진 않더라도, 자립을 위해선 제대로 된 특수교육을 받는 게 너무나 중요한데 코로나 시대의 원격수업에서는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정부도 이걸 모르는 건 아닙니다. 교육부는 돌봄 부담과 교육 손실 등을 우려해 지난해 2학기가 시작되기 전 특수교육 대상자에 한해서는 거리두기 3단계에서도 1:1 또는 1:2 대면수업이 가능하단 지침을 내렸습니다. 추석 이후에는 거리두기 2단계까지는 등교수업을 원칙으로 해야 한다는 특수교육 등교 확대방침도 내놨습니다. 하지만 3차 유행 이후 수도권의 모든 특수학교는 모두 전면 원격수업으로 전환됐고, 비수도권에서도 40%에 이르는 특수학교가 원격수업만 진행하며 문을 닫았습니다.

[0107 취재파일용_안상우]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장애 학생에게 일관된 지침을 갖고 돌봄시스템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학부모의 호소에 유은혜 교육부 장관은 이렇게 다짐했지만 우리 특수교육은 또 멈춰버린 겁니다.

● 가장 필요한 건 '대면수업'

지난해 특수교육을 진단해보자는 질문에 학부모들은 "나아진 게 없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그건, 가장 필요할 때마다 특수교육은 원격으로 전환되며 희망보다는 실망을 줬기 때문일 겁니다.

똑같은 장애라도 힘든 정도는 서로 다릅니다. 그렇기 때문에 특수교육에선 개별화된 교육이 반드시 이뤄져야 합니다. 실제로, 똑같은 체육 시간에 어떤 학생은 매트에 누워 운동을 하고, 또 다른 학생은 주짓수를 배우는 사례도 있습니다. 물론 이런 개별화된 교육은 대면수업에서만 가능합니다. 선생님이 곁에 현존하지 않는 원격수업에서는 학생들이 교육을 잘 받고 있다는 증명 내지는 증거를 요구받습니다.

"배운 게 하나도 없고, 그다음에 쓰기를 통해서 무언가를 계속 공부하고 있다는 거를 보여줘야 돼서 아이들한테도 정말 스트레스가 엄청 많았던 올 한 해 교육이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일까. 코로나 시대에 학부모는 그 어떤 지원보다도 대면수업이 가장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전국장애인부모연대 설문 조사 결과, 가장 많은 비율(45%)로 대면수업 필요하다고 응답).

● 특수교육은 왜 멈추는 걸까

특수학교(급)가 무작정 문을 닫은 건 아닙니다. 학부모들의 의견을 물었고, 그 결과를 공정하게 반영했습니다. 얼핏 보면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바로 이 과정에 문제가 있습니다. 장애 학생들을 상대로 개별화 교육이 이뤄져야 함에도 다수결에 따라 일괄적으로 원격수업으로 전환됐기 때문입니다.

무조건 학교 문을 열어야 한단 건 아닙니다. 가령, 면역력이 약해 외부활동이 어렵지만 원격수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장애 학생이 있다면 원격수업을 진행해도 무리가 없을 겁니다. 반면, 면역력은 전혀 떨어지지는 않지만 원격수업을 진행하기 어려운 반대의 경우도 있는데, 이런 경우에 한해서 방문수업이든 등교수업이든 1:1 또는 1:2 방식으로 대면수업이 진행돼야 한다는 겁니다.

다만, 지금은 특수교사가 턱없이 부족합니다. 개별화된 교육을 위해서는 그만큼 특수교사도 더 필요한데, 지난해 기준으로 특수교사 1명이 평균적으로 5명이 넘는 장애 학생을 교육했습니다. 특수교사 1명이 특수교육대상자 4명을 맡도록 한 현행 규정에도 미치지 못할뿐더러, 특수교사 1명이 많게는 학생 3명을 맡아야 한다는 국립특수교육원의 연구 결과에 비춰보면 더욱 부족한 상황입니다. 사실상 지금의 특수학교(급)는 과밀학교(급)인 셈인데, 더욱이 코로나 시대에 개별화 수업은 꿈도 꿀 수 없는 겁니다.

[0107 취재파일용_안상우] 교실

● 모두가 원하는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학교

지난 20대 국회에서 김영호 의원은 특수교사 1명이 장애 학생 2명을 맡고, 많게는 3명까지 맡을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며 법안을 발의한 바 있습니다. 당시 몇몇 교육청에선 특수교사 정원의 급증으로 재정적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면 신중 검토 의견을 냈습니다. 행정안전부 역시 대규모로 특수교사를 확보할 수 없는 만큼 위법 상태를 심화시킬 우려가 있다며 신중한 접근을 요구했습니다. 결국, 이 발의안은 특수교육의 씁쓸한 현실만을 부각 시킨 채 실현되지 않았습니다.

대신, 교육당국은 지난해 말부터 특수교육을 전공한 대학생들을 수도권의 특수학급에 시범적으로 배치하기로 했습니다. 마침 교직 이수를 위해서는 봉사활동 시간이 필요했던 터라 대학생들은 필요했던 활동을 하게 되고, 학교에서는 등교수업이나 방문수업 등 장애 학생들의 다양한 필요에 대응할 수 있을 걸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임시방편일 뿐이며, 제대로 안착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모든 학생들이 각자에게 맞는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학교. 임기 초부터 유은혜 장관이 목표로 했던 학교의 모습입니다. 코로나 시대에 모두가 고통받고 있는데 특수교육 대상자만 더 신경을 써야 하냐는 의문도 나올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형태의 재난이 새로운 문제를 야기하기보다는 기존의 취약계층에 더 큰 어려움을 준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코로나 시대에 유 장관이 생각한 공간으로서 학교가 자리매김하려면 특수교육은 더 이상 멈춰 있어서는 안 됩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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