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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삭 땐 남편 반찬 · 속옷 챙겨라…황당한 지침

<앵커>

이렇게 지원책을 내놔도 아이 낳는 집이 늘까 말까 한 시기에, 서울시가 시대에 한참 뒤떨어진 지침을 내놨다가 거센 비난을 받았습니다. 임산부에게 주는 정보라면서 아이를 가지면 설거지로 체중 관리하고, 출산을 앞두고선 남편 속옷과 밑반찬을 미리 챙겨두라고 한 겁니다.

이호건 기자입니다.

<기자>

'서울시 임신 출산 정보센터' 홈페이지입니다.

재작년 6월 서울시가 임산부를 위한 출산 관련 정보를 제공한다며 개설한 것인데, 임신주기별 행동 요령에 황당한 지침들이 들어가 있습니다.

임신 중기 체중 관리 방법으로 청소나 설거지 같은 집안일을 하라고 추천합니다.

출산일이 다가오는 35주 차에는 "화장지와 치약의 남은 양을 체크해 가족들이 불편하지 않게 한다", "요리에 서툰 남편을 위해 가족이 잘 먹는 밑반찬을 준비해 놓으라"고 적혀 있습니다.

심지어 입원기간에 맞춰 남편의 속옷과 양말을 준비해 놓으라는 내용까지 있습니다.

[이희정/서울 양천구 : 어우 아니죠 그건. 그걸 준비 다 해놓고 출산 준비하러 가라는 건 아닌 거 같아요.]

[이예빈/서울 양천구 : 몸도 무겁고 더 쉬는 시간을 가져야 할 텐데, 아내라는 이유로 남편 위해서 챙겨줘야 된다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하고.]

비난이 커지자 서울시는 문제의 행동요령을 삭제했습니다.

그러면서 보건복지부 탓을 합니다.

[서울시 관계자 : 보건복지부에서 운영하는 포털이 있어요. 거기에서 동의를 받아서 따온 거죠. 보건복지부 동의를 얻어서.]

그런데 복지부는 2019년 해당 지침들이 문제 있다고 판단해 삭제했습니다.

그것도 모르고 서울시가 같은 해 그 내용을 고스란히 떠 온 겁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 : 18년도에 문제를 발견했고요, 예산 잡아서 19년도에 연구했고 결과 반영해서, 20년도에 (홈페이지를) 바꾼 겁니다.]

책임을 따지기에 앞서 두 기관 모두 양성평등에 대한 낮은 수준을 드러냈다는 비난은 피하기 어렵게 됐습니다.

(영상취재 : 황인석·김남성, 영상편집 : 최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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