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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韓 선박 억류 왜…"한국, 미-이란 대립의 희생자"

이란, 韓 선박 억류 왜…"한국, 미-이란 대립의 희생자"
이란 혁명수비대가 걸프해역의 입구 호르무즈해협에서 한국 회사 소유의 민간 선박을 억류한 것은 조 바이든 행정부의 출범을 앞둔 정치적 계산에 따른 사건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란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을 두고 이 선박이 오염물질을 배출했는지에 대한 실체적 진실이나 경중보다는 시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분석했습니다.

한국과 이란의 최대 현안은 한국의 은행 2곳에 동결된 이란의 원유 수출 대금입니다.

약 70억 달러(7조 6천억 원) 규모로 알려진 이 자금은 이란중앙은행 명의로 이들 한국 내 은행에 개설된 원화 계좌에 예치됐습니다.

미국의 대이란 제재를 우회하면서도 양국의 물품 거래를 위해 미국 정부의 용인 하에 거래가 이뤄지던 이 계좌는 2018년 미국이 핵합의를 탈퇴하고 대이란 제재를 복원해 이란중앙은행을 제재 명단에 올리면서 거래가 중단됐습니다.

미국의 대이란 제재 위반을 우려한 이들 한국 내 은행은 이 계좌를 통한 양국 기업의 상품 거래 결제를 거부하면서 이 자금이 사실상 동결됐습니다.

미국의 강력한 제재로 외화난이 심각해진 이란 정부는 한국이 이 자금을 이란에 돌려줘야 한다고 줄기차게 요구했습니다.

특히 지난해 초부터 이란에서 코로나19 피해가 커졌고, 이란 정부는 이에 대처하기 위해 의약품과 방역물품을 수입하기 위해 외화 확보가 시급해졌습니다.

한국 정부는 미국 정부에 인도적 물품 거래에 이 동결 자금을 사용할 수 있도록 예외를 인정해달라고 꾸준히 요청했으나 큰 진전을 보지 못했습니다.

이 문제로 한국과 이란의 관계가 악화하는 동안 미국 대선에서 핵합의를 되살리겠다고 공약한 바이든 후보가 승리하면서 외교적 환경에 변수가 생겼습니다.

한·이란 협회의 김혁 사무국장은 "이번 한국 선박 억류가 바이든 정부의 출범을 앞둔 점을 고려해야 한다"라며, "미국과 직접 대화를 거부하는 이란이 한국 내 동결 자금을 사용하기 위해 '한국 정부가 대신 적극적으로 움직여 달라'라는 신호를 보낸 것으로 본다"라고 설명했습니다.

한국 외교차관의 이란 방문이 추진되는 시점에 한국의 선박을 억류한 것도 동결 자금과 관련해 한국과 협상에서 우위에 서려는 계산이 깔렸다는 해석도 나옵니다.

미국의 대이란 제재의 부당함을 주장하는 이란이 미국의 맹방인 한국의 선박을 억류함으로써 제재에 동참하는 여타 친미 동맹국에 '경고 신호'를 보내는 효과를 노렸다는 해석도 제기됩니다.

2019년에도 이란 혁명수비대는 미국이 걸프해역)에 항공모함 전단을 조기 배치하자 호르무즈해협을 지나는 민간 선박을 해양 오염, 항해 방향 위반, 불법 조업 등을 이유로 잇따라 나포했습니다.

이란군은 미국이 걸프해역에서 군사적 위력을 과시하면 이에 즉각 대응해 세계 최대의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해협에서 제3국의 선박을 종종 억류해 '제해권'을 대외에 확인했습니다.

이번 사건도 미국이 지난달 전략폭격기인 B-52 2대를 걸프해역에 출격하고, 이달 3일엔 본토로 귀환하려던 항공모함을 걸프해역에 계속 주둔하기로 계획을 변경하면서 이란을 겨냥해 군사적 압박을 높이는 가운데 발생했습니다.

이란이 우라늄 농축 농도를 20%까지 높이겠다고 선언한 직후 한국 선박을 억류한 것은 출범한 바이든 정부를 향해 제재를 풀고 핵합의에 조건 없이 복귀하라는 강경한 메시지라고도 볼 수도 있습니다.

미국 CNN 방송은 "우라늄 농축도 상향, 한국 선박 억류 등 이란 행보는 단독으로 이뤄지지 않는다"라며, "한국 선박이 오염물질을 배출했는지와 관계없이 이란은 이를 억류함으로써 걸프해역의 항행에 대한 이란의 잠재적 영향력을 저강도로 각인한 것"이라고 해설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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