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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이종걸-강신욱 단일화하면 이기흥 이길까?

[취재파일] 이종걸-강신욱 단일화하면 이기흥 이길까?

권종오 기자 kjo@sbs.co.kr

작성 2021.01.04 09:27 수정 2021.01.04 11:34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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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제40대 대한체육회장 선거 현장
제41대 대한체육회장 선거가 오는 18일 치러집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현장 투표가 취소되고 사상 처음으로 모바일 투표로 회장을 뽑습니다. 대한체육회 대의원, 회원 종목 단체, 전국 17개 시·도 체육회, 228개 시·군·구 체육회 임원, 선수, 지도자, 동호인 등에서 무작위로 선정된 2천170명의 선거인단이 회장 선출에 나섭니다. 결선투표제가 없기 때문에 가장 많은 표를 얻은 후보가 바로 회장에 당선되는데 유효투표수의 20% 이상을 얻은 후보만 기탁금 7천만 원을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 스포츠의 수장이 되겠다고 나선 후보는 4명입니다. 재선에 도전하는 이기흥 현 대한체육회장, 하키인 출신의 강신욱 단국대 교수, 5선 의원을 지낸 이종걸 전 대한농구협회장, 4선 의원을 지낸 대한요트협회 회장 출신의 유준상 씨가 후보 등록을 마친 뒤 현재 득표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국내 체육계는 이기흥 회장의 고정표를 약 40% 안팎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지금처럼 4파전으로 선거가 치러지면 이기흥 회장이 재선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등장하는 것이 후보 단일화 문제입니다.

그런데 유준상 씨는 최근 이종걸-강신욱 2명에 대해 "후보 등록을 앞두고 출마 의사를 번복하고 릴레이로 후보로 내세우는 야합을 자행해 체육인과 선거인단의 혼란을 가중했다"며 직격탄을 날렸기 때문에 이들 2명과 선뜻 단일화에 나서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이종걸 전 대한농구협회장과 강신욱 단국대 교수
결국 단일화는 이종걸-강신욱 두 사람의 문제로 좁혀집니다. 둘 중 한 명이 기탁금 7천만 원을 깨끗이 포기하고 물러나야 단일화가 이뤄지는 것입니다. 먼저 이종걸 후보로 단일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체육인들의 논리는 이렇습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정상적인 선거운동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후보의 지명도와 중량감이다. 5선 의원 출신의 이종걸 후보가 강신욱 후보보다 지명도 면에서 월등히 앞서 있다. 아울러 여권 인사이기 때문에 지지세를 결집하는 데 여러모로 유리하다. 이런 현실을 고려하면 강신욱 후보를 단일 후보로 내세울 경우에는 이기흥 회장을 꺾는다는 보장이 없다. 그래서 단일 후보는 이종걸 후보가 돼야 한다."

반면 강신욱 후보로 단일화가 결정돼야 한다는 체육인들의 주장은 이렇습니다.

"이종걸 씨는 체육회장 출마 뜻이 없다가 장영달 우석대 명예총장이 출마 자격 논란으로 끝내 포기하자 이른바 '대타'로 나온 후보이다. 더군다나 지난 12월 28일 출마 선언을 한 뒤 바로 다음 날 오전에 강신욱 후보 지지를 표시하고 사퇴할 뜻을 밝혔다가 등록 마감 4분 전에 가까스로 등록해 "체육계가 놀이터냐?"는 거센 비판을 받았다. 오랫동안 체육회장 준비를 해온 강신욱 후보가 오락가락 행보를 보인 이종걸 후보에게 양보한다는 것은 코미디에 불과하다. 이종걸 후보로 단일화를 하면 표를 제대로 얻을 수 없어 이기흥 후보를 꺾을 수 없다."

이번 대한체육회장 선거에 출마하는 후보 4명의 합동 토론회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최로 오는 9일 약 2시간 동안 실시되는데 토론회 전 과정이 인터넷을 통해 생중계됩니다. 그리고 4명이 모두 동의할 경우 오는 14일 한 번 더 토론회가 열릴 예정입니다. 만약 이종걸-강신욱 두 후보의 단일화가 성사된다면 9일과 14일 사이인 11일-13일에 이뤄질 가능성이 큽니다.

스포츠에서는 '페어플레이'가 생명이지만 이번 대한체육회장 선거는 처음부터 정도를 벗어났습니다. 출마 선언을 했다가 며칠 만에 사퇴한 후보, 출마 의사를 밝혔지만 등록을 하지 않은 후보, 갑자기 출마 기자회견까지 했지만 24시간도 안 돼 포기 의사를 밝혔다가 몇 시간 뒤에 또 마음을 바꿔 등록을 한 후보, 대한체육회 정관상 출마가 사실상 불가능한데도 2번이나 기자회견을 통해 출마를 강행하려 했다가 돌연 포기한 후보들이 잇따라 나오며 '진흙탕 선거'가 돼버리고 말았습니다.

4명 후보들이 발표한 정책을 살펴봐도 이렇다 할 차이점이 눈에 띄지 않습니다. 한국 스포츠의 미래를 놓고 건전한 정책 대결이 펼쳐지기는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는 것입니다. 이 대신 선거의 관심은 온통 '이기흥이냐? vs 반 이기흥이냐?'는 선거공학적 문제에만 쏠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제 남은 건 2천170명의 선거인단의 현명한 판단뿐입니다. '차선'이 아니면 '차악'이라도 뽑는다는 심정으로 투표에 참여해 '최악'의 후보만은 피해야 할 것 같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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