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N잡러에서 빚투까지…절박했던 2030

<앵커>

2020년은 훗날 사람들에게 잊고 싶은 한 해로 기억될 겁니다. 특히 사회에 나가서 미래를 한창 꿈꿔야 할 청년들에게 올해는 더욱 혹독한 시간이었습니다. 소득을 늘리려고 여러 일에 매달리기도 하고 또 빚을 내서 투자에 나섰던 청년들도 많았습니다. 저희가 전국 20대 또 30대들에게 올 한 해는 어땠는지, 그리고 앞으로 필요한 게 뭘지 물어봤습니다.

그 여론조사 결과를 정혜경 기자, 최재영 기자가 함께 전해 드립니다.

<정혜경 기자>

[배유림/청년 N잡러 : 본업은 8년 차 사무직 직장인이고요. 부업으로는 카페 바리스타, 예술 교육강사, 그리고 공연예술가, 유튜브에서 채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5가지 일을 하고 있는 30살 배유림씨를 우리는 'N잡러'라고 부릅니다.

여러 개를 의미하는 'N'과 일을 뜻하는 영어단어 '잡(Job)'을 붙인 말로, 여러 일을 하면서 돈을 버는 사람을 뜻합니다.

배 씨는 일주일에 3번 나가는 직장에서 가장 큰 수입을 얻지만, 나머지 일도 있어야 생계가 유지됩니다.

[배유림/청년 N잡러 :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되게 많아요. 예술 심리 치료 학과를 다니면서 사이버 대학도 다니고 있고 지금 필라테스 자격증 준비도 하고 있거든요.]

퇴근 후 아내와 함께 대리운전 영업에 나서는 34살 김동명 씨도 생계형 N잡러입니다.

인테리어 자재 운반이 본업이지만 가계 살림을 충당하기엔 모자랍니다.

[김동명/청년 N잡러 : 저는 (저녁) 7시에 나오면 12시까지로 (근로) 시간을 정해놨는데 콜이 엄청 많이 줄었습니다. 거의 3분의 1로 완전히 떨어졌습니다.]

SBS가 국회의장실과 함께 전국의 20대와 30대, 800명을 대상으로 경제 현실과 미래에 대한 인식을 물었습니다.

본업이 있어도 다른 일을 또 하겠다, 즉 N잡러가 되겠다는 응답이 37.5%에 이르렀습니다.

자아실현이라는 응답도 있었지만 생계유지 때문이라는 이유가 훨씬 더 많았습니다.

최근 N잡러를 자아실현의 상징으로 묘사하는 경우가 많지만, 실제로 많은 젊은이들에게 N잡러는 절박한 생계를 의미합니다.

[김동명/청년 N잡러 :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즐기면서 돈을 벌 수 있는 프로가 많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왜냐, 단지 먹고 살기 위해서. 이거 안 하면 안 되니까.]

---

<최재영 기자>

[청년 주식 투자자 : 5월 지나서 시작했을 거예요.]

[김태영/청년 주식 투자자 : 월급만 가지고는 어느 정도 한계가 있을 거라는 걸 알게 됐어요.]

[김영익/서강대학교 경제대학원 교수 : 3월에 신규 계좌가 급증했거든요. 20대, 30대가 계좌 개설에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거든요.]

[김영익/서강대학교 경제대학원 교수 : 수익률을 보니까 20대가 가장 낮더라고요. 20대가 11%, 60대는 24%거든요.]

올해 앞다퉈 주식투자에 뛰어든 20대, 그러나 한해 수익률은 50대의 절반에 그쳤습니다.

[김영익/서강대학교 경제대학원 교수 : 그러면 20대가 왜 수익률이 낮았느냐, 그 특징을 보니까 회전율이 굉장히 높았습니다. 20대가 단기 투자를 했다는 거죠.]

상대적으로 모아놓은 자산이 부족한 2~30대는 투자에 빚을 많이 냈습니다.

[김태영/20대 주식 투자자 : 초기 자금이 부족해서 (빚을) 내는 거거든요.]

[청년 주식 투자자 : 최대한 빚을 끌어들여서 주식을…]

[황세운/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 단타에서 레버리지 비율을 상대적으로 높여가는 문제점들이 관철됩니다. 이렇게 위험한 것을 더욱 위험하게 만드는 방식으로…] 

SBS 여론조사 결과 이미 주식이나 부동산으로 재테크를 하고 있다는 2030대가 40%를 넘는 가운데 올해 재테크를 시작했다는 사람도 12%나 됐습니다.

[청년 주식 투자자 : 불안함 때문에 주식을 끌고 가지 않나 싶네요. 현재랑 미래가 불안하게 때문에….]

---

<정혜경 기자>

2020년 12월 현재, 정부와 지자체의 청년 관련 정책은 2천30개를 넘습니다.

그런데 저희 여론조사에선 막상 청년들은 이 정책들을 잘 모른다 또는 전혀 모른다고 응답한 경우가 68%나 됐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여론조사를 통해 알아본 젊은이들의 청년 정책에 대한 생각을 한 청년의 이야기를 통해 알아보겠습니다.

30살 유다빈 씨의 20대의 대부분은 살 곳을 찾는 절박한 시간이었습니다.

머물 곳이 없어 인천 을왕리의 조개구이 식당까지 와야 했던 7년 전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유다빈 : 구인구직이 있는 신문에 숙식 제공되는 걸 찾아서 당일에 알아보고 전화하고 들어오게 됐어요. 제가 바로 갈 수 있는 곳 중에 가장 안전한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청년 자립의 걸림돌이 되는 주거 문제.

가장 많은 청년들이 정부 지원이 제일 절실하다고 꼽은 문제입니다.

[유다빈 : 내가 도움을 받을 수 없겠구나. 내가 스스로 내 살 길을 찾아야겠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이후 유 씨는 고시원에 거처를 마련했지만, 이번에는 월세를 감당할 일자리를 찾지 못했습니다.

[유다빈 : 계속 지원해도 연락이 안 오고 알바 이력서를 900번 정도 넣었던 것 같아요.]

실제로 대한민국의 청년들이 느끼는 불안, 그 중심에는 취업과 불안정한 일자리 문제가 있습니다.

특히 경기 침체가 계속되면서 자신을 위한 자리가 아예 없을 거라는 불안감도 함께 있습니다.

그나마 유 씨는 올해 정부의 청년 수당을 받게 돼 다소 안정을 찾았습니다.

[유다빈 : (청년수당) 받자마자 엄청 울었었고, (청년수당 모임에서) 저렴한 금리로 보증금 마련할 수 있는 방안을 알려주셨어요. 그 보증금으로 해서 지금 살고 있는 집 다운 집, 원룸으로 이사를 오게 됐어요.]

청년들은 이처럼 당장 생계나 주거에 보탬이 되는 직접 지원 방식을 선호했습니다.

암울하고 혼란스러운 2020년이 갔습니다.

설문조사에 응한 청년들의 절반은, 그래도 미래는 더 나아질 거라고 믿고 있었습니다.

(영상취재 : 이병주, 영상편집 : 원형희, CG : 홍성용·최재영·이예정·성재은·정시원, VJ : 정영삼·정한욱·김초아)

※ 자세한 여론조사 결과 보러가기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