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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난리에 발버둥 치던 '지붕 위 소', 어떻게 지낼까

<앵커>

지난여름 50일 넘게 이어진 기록적인 장마는 코로나로 지친 우리를 더 힘들게 했습니다.

마을이 물에 잠기면서 키우던 소들이 지붕 위로 올라갔던 장면 기억하실 텐데요, 넉 달이 지난 지금 그 마을은 어떤 모습인지, 유수환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기자>

지난 8월 섬진강이 넘치면서 전남 구례 양정마을은 송두리째 흙탕물에 잠겼습니다.

[땡겨 땡겨. 조금만 참아, 참아.]

온종일 물속에서 발버둥 치던 소들은 지붕 위로 올라가 구조 손길을 기다리기도 했습니다.

살려내려 온 힘을 쏟았지만 자식 같이 키우던 소 절반을 잃었습니다.

[백남례/축산농가 주인 : 저희가 그때 270마리 가까이 키우는 상태였거든요. 102마리가 죽었어요. 102마리….]

잃은 건 소만이 아닙니다.

소들이 올라간 집은 구조 과정에 지붕이 죄다 허물어져 지금은 빈터만 남았습니다.

[안재민/양정마을 이재민 : 집에 떨어진 소가 방에도 있고, 부엌에도 있고요. 집을 완전히 부수고, 안 그러면 소를 못 꺼내니까….]

턱없이 부족한 지원금으로는 다시 집 짓기가 어려운 상황, 20여 가구는 비좁은 컨테이너에서 겨울을 나고 있습니다.

[안재민/양정마을 이재민 : 추우면 이불 덮고 어떻게 사는데 자꾸 찬바람이 내려오니까 추워서 못살아요. 얼굴 내놓지도 못하고….]

그래도 살아 돌아온 소들이 희망입니다.

이 송아지들이 지난번 수해 바로 다음날 태어난 쌍둥이 송아지입니다.

지붕에 올랐던 어미 소가 구출된 다음 날 출산한 건데 지금은 매우 건강한 상태라고 합니다.

[백남례/축산농가 주인 : 지붕 위에서 안 내려오니까 마취총을 쐈어요. 다음날 보니까 쌍둥이를 낳아놓은 거예요. 몸에 새끼가 있으니까 3일 동안 지붕 위에서 안 내려오고….]

다시는 물난리 나지 않게 제방을 제대로 세워주고, 새집 지을 수 있을 만큼이라도 추가 지원이 나오기를 고대하고 있습니다.

[전용주/양정마을 이장 : 한 평이라도 내 집에서 발 뻗고 자야지요. 컨테이너 7평도 안 되는 그 자리에서 죽어나가면 안 되잖아요. 내 소원은 그렇습니다.]

(영상취재 : 공진구, 영상편집 : 이승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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