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인-잇] 감자 샐러드

[인-잇] 감자 샐러드

이보영 / 아마추어 작가

SBS 뉴스

작성 2021.01.01 11:01 수정 2021.01.01 13:51 조회수
프린트기사본문프린트하기 글자 크기
영화를 너무 많이 본 탓일까? 언제부턴가 뉴욕 타임스스퀘어의 무수한 인파 속에서 새해 카운트다운을 외쳐보는 것이 내 버킷리스트가 되었다. 작년 12월 31일 방탄소년단이 뉴욕 타임스스퀘어에서 펼친 송년 공연을 보며 대리 만족했던 것이 불과 1년 전인데, 지금은 5인 이상 모이는 것도 어려운 세상이 되어버렸다. 이미 지나간 연말, 그간 일어났던 안 좋은 일, 슬펐던 일은 모두 잊었으면 좋겠다.

평상시에는 점잖은 핀란드 사람들도 1년 중 몇 번은 밤을 새며 신나게 노는 때가 있다. 5월 1일 노동절 이브, 6월 말 하지제(midsummer) 이브, 그리고 신년 이브다. 술을 원래 좋아하는 핀란드인들이지만 이날만큼은 가까운 사람들과 함께 모여 마음껏 술도 마시고 춤도 추며 세상 걱정 다 잊고 즐겁게 보낸다. 하지만 올해 신년 이브는 조금 다를 것 같다.

유럽에서 그나마 코로나 상황이 가장 낫다는 핀란드도 요즘 확진자가 급격히 늘어나며 연말연시 방역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연말 행사가 많이 취소되거나 랜선 행사로 대체되었고 10명 이상 모임도 자제하라는 강령이 정부로부터 떨어졌다.

예년 같으면 헬싱키 시민들도 뉴욕 타임스스퀘어보다 규모는 작지만 넓은 시내 광장에 모여 서로 악수하고 포옹하며 '휴바 우따부오따(핀란드어로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Hyvää uutta vuotta!)를 외칠 것이다. 이때, 시에서 준비한 멋진 대형 불꽃놀이는 이런 분위기를 한층 고조시킨다. 하지만 올해는 이런 옥외 행사가 모두 취소됐다. 대신, 핀란드 공영방송은 시청 내부 홀에서 핀란드 최고의 음악인들을 초빙해서 랜선 신년 파티를 라이브로 열기로 했다. 헬싱키시는 불꽃놀이 대신, 일몰부터 일출까지 멋진 레이저쇼를 시민들에게 약속하기도 했다.

대형 불꽃놀이는 취소됐지만 개인이 직접 구매한 폭죽은 여전히 터트릴 수 있다. 핀란드보다 코로나 상황이 더 심각한 네덜란드는 올해는 모든 폭죽놀이를 금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람들이 모이는 것에 대한 우려가 아니라 폭죽놀이 사고로 다칠 수 있는 사람들을 수용할 병원이 더 이상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사실 핀란드도 매년 폭죽사고로 응급실 신세를 지는 사람들이 꽤 많다. 작년만 해도 5명이 시력을 잃었다. 애완동물도 폭죽놀이의 또 다른 피해자인데, 엄청난 폭죽 소리에 큰 충격을 받기 때문이다. 그래서 연말에는 반려동물용 진정제도 많이 팔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핀란드에게 폭죽놀이란 신년을 맞는 가장 중요한 이벤트이다. 원래 폭죽놀이는 커다란 소리와 요란한 불꽃으로 사람들을 괴롭히는 귀신을 쫓아내기 위해 시작됐다고 한다. 옛날에는 한해의 마지막 날을 악마들이 가장 활개를 치는 때로 여겼기 때문이다. 미신을 믿지는 않지만, 2021년 신년 폭죽 소리에 놀라 코로나바이러스가 우리 곁에서 물러간다면 얼마나 좋을까.

한 이웃도 이번에는 친지와의 모임은 자제하고 집에서 가족과 함께 오붓이 보낼 것이라고 한다. 공영방송 랜선 콘서트의 잔잔한 위로와 함께 핀란드의 신년맞이 전통 '말편자 점'을 볼 생각에 잔뜩 기대가 부풀어 올라 있다.

주석과 납으로 만들어진 말편자(말편자는 서양에서는 행운을 상징)를 먼저 국자에 녹인 다음, 차가운 물에 굳힌 후에 벽에 비춰 생기는 그림자 모양으로 운세를 점친다. 그 모습이 배 모양이면 여행을 많이 하게 되며 열쇠 모양이면 좋은 직장이 기다리고 있다. 동전 모양은 부(富), 하트 모양은 사랑을 상징한다. 신기하게도 대부분 다 좋은 해석이다. 아마도 이 점을 통해 핀란드 사람들은 스스로 덕담을 해 주고 싶은 것 같다. (그런데 이 점도 시대에 따라 조금씩 변했다. 2년 전부터 EU 차원에서 납중독 위험을 이유로 말편자 판매를 금지시켰기 때문이다. 요즘은 예전 같지는 않지만 밀랍과 설탕 등 다른 재료를 이용하여 여전히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감자 (사진=픽사베이)
핀란드 사람들이 송년 파티에서 먹는 음식은 생각보다 소박하다. 소시지, 감자샐러드, 감자튀김 등이 주요 음식이다. 혹자는 크리스마스 때 음식 준비로 너무 지쳐서 신년 음식은 상대적으로 간단해졌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런데 명절날 불 앞에서 엄청나게 많은 양의 전을 부쳐본 주부라면 이 대목에 공감할 것 같다. 음식 준비에 너무 손이 많이 가다 보면 명절을 제대로 즐기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감자로 만든 음식은 사실 맛없기가 어렵다. 요즘 말로 '감자는 항상 옳다'. 감자를 주식으로 하는 핀란드 사람들은 국민 모두가 거의 감자 전문가다. 감자를 어떻게 조리해야 가장 맛있는지 잘 알고 있다. 핀란드식 전통 감자 샐러드도 노력 대비, 맛난 음식이며 우리의 입맛에도 맞을 수 있는 음식이다.

영국의 유명 수필가 찰스 램은 '새해 첫날은 모든 사람의 생일'이라고 했다. 2021년에는 모두에게 생일처럼 즐겁고, 다시 태어난 것처럼 새로워지는 그런 한해가 되기를 바래본다.

<핀란드식 감자 샐러드 레시피 (4인분)>

재료:
- 감자 800g (6개) 너무 무르지 않은 감자가 좋음
- 양파 150g (적양파도 좋음)
- 오이 피클 2쪽
- 사과 1 개
* 드레싱 재료:
- 사워크림 (천연 요거트) 200g
- 마요네즈 100 ml
- 레몬주스 1 큰술
- 서양식 겨자(머스타드) 1작은술
- 설탕 1/2 작은술
- 소금1/2 작은술
- 후추 약간

조리법:
- 감자를 껍질 채 끓는 물에서 익힌다.
- 감자가 다 익으면 식힌 후 껍질을 벗긴다.
- 감자를 적당한 정사각형(1cm) 크기로 자른다.
- 사과도 껍질을 벗겨 감자보다 약간 작은 정사각형 크기로 자른다.
- 양파는 껍질을 벗긴 후 잘게 다지고 피클도 다진다.
- 준비된 재료는 한 그릇에 모아둔다.
- 드레싱 재료를 잘 섞은 후 그릇에 모아둔 재료 위에 붓고 조심스럽게 섟는다.
- 즉시 먹거나 냉장고에 일정 시간 보관 후 먹어도 좋다.

* 취향에 따라 케이퍼, 썬드라이드토마토, 삶은 계란을 함께 넣어도 좋다.
* 마지막에 총총 썬 실파나 파슬리를 얹어 장식하면 더 먹음직스럽게 보일 수 있다.

#인-잇 #인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