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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케이블카 불씨 되살린 국민권익위…산양의 운명은?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 불씨 되살아나

사실상 백지화됐던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설치사업의 불씨가 1년 3개월 만에 다시 살아났다. 산양 서식지 파괴 논란 끝에 꺼져가던 불씨를 되살린 것은 국민권익위원회다.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사업은 강원도 양양군 오색약수터에서 끝청 구간 3.5km를 곤돌라로 연결해 관광객을 실어 나르겠다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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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권익위원회 소속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29일 강원 양양군이 환경부를 상대로 낸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환경영향평가 부동의 처분 취소 청구를 인용했다. 사업에 제동을 건 환경부 대신 양양군의 손을 들어줬다. 꽉 막혔던 케이블카 사업의 물꼬를 다시 터 준거다.

중앙행정심판위원회가 밝힌 인용 결정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 이 사건 사업은 자연공원 삭도 설치, 운영 가이드라인 등의 절차를 거쳐 국립공원위원회의 국립공원계획변경승인을 받은 사업으로 자연환경영향평가를 받은 점, 둘째 국립공원계획변경 시 이미 입지의 타당성에 대해 검토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사업에 대해 전략영향평가 검토기준에 해당하는 계획의 적정성 및 입지의 타당성이 부적절하다는 전제로 이 사건 통보를 한 것은 관련 규정의 취지에 반하는 점, 셋째 동물상, 식물상 등에 대하여 추가로 보완 기회를 줄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바로 부동의한 것은 부당한 점 등을 참작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행정심판사건 심의에는 평소처럼 위원장 포함 9명의 위원이 참석했다. 위원장은 권익위원회 부위원장이 맡았고, 상임위원 3명과 비상임위원 5명이 함께 했다. 결정은 만장일치가 아니고 표결로 했다.

하지만 석연치 않은 점들이 있다. 먼저 국립공원위원회에서 승인을 받은 사업이라는 부분이다. 위원회의 지적대로 박근혜 정부 때인 2015년 8월 28일 국립공원위원회에서 양양군이 신청한 공원계획변경을 승인해줬다. 2012년과 13년 두 차례 부결됐다가 세 번째 신청에서 받아들여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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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때 국립공원계획 변경 승인

문재인 정부는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설치 사업을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정책 중 하나로 봤다. 지난 2018년 3월 23일 환경정책제도개선위원회는 조사 결과를 내놨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산악관광활성화 정책을 지시했고, 당시 환경부가 비밀 태스크포스를 만들어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이 국립공원위원회에서 통과되도록 주도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당시 국립공원위원회는 20명의 위원 중 정부와 민간에서 각각 10명씩 참여했고, 환경부 차관이 위원장을 맡았다.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인용 결정의 또 다른 이유로 동물상, 식물상에 대하여 추가로 보완 기회를 줄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바로 부동의 했다는 점을 들었다.

양양군은 2015년 12월 24일 원주지방환경청에 환경영향평가서 초안을 제출했다. 환경부는 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 등 전문기관의 검토를 거쳐 2016년 2월 2일 보완을 요청했다. 5개월 뒤 7월 26일 양양군은 본안을 제출했고, 환경부는 11월에 다시 보완을 요구했다.

중앙행정심판위원회가 부당하다고 지적한 것은 본안평가서에 대한 2차 보완요구 없이 환경부가 부동의 결정을 했다는 부분이다. 당시 양양군의 환경영향평가서는 초안, 본안 모두 부실조사 논란에 휩싸였고 전문기관으로부터 부정적 평가를 받았다. 양양군은 보완 요청을 받은 지 2년 6개월 뒤인 지난 2019년 5월 16일 원주지방환경청에 환경영향평가서를 다시 제출하며 사업추진의지를 드러냈다. 하지만 평가서 부실 작성 논란은 가라앉지 않았다. 원주지방환경청은 환경영향갈등조정협의회를 통해 주요 쟁점을 논의했다. 외부위원 12명이 참석했는데 부동의 4명, 보완 미흡 4명, 조건부 동의 4명 등으로 의견이 갈렸다. 결국 부동의 처분이 내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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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행정심판위원회의 인용 결정이 나면 행정청은 반드시 따라야 한다. 행정소송을 통한 불복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청구인은 기각 결정이 날 경우 행정소송을 통해 다시 법원의 판단을 받을 수 있다.

양양군 케이블카 사업 후속절차 진행

이런 사정 때문인지 환경부는 중앙행정심판위원회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결정문을 받아본 뒤 후속절차를 검토하겠다고 짤막하게 밝혔다. 반면 양양군은 앞으로 환경부의 동의나 조건부 동의 처분이 새로 나오는 대로 후속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을 위해선 4가지 허가가 남아있다. 백두대간개발행위허가,산지일시사용허가,국유림사용허가등 3가지는 산림청과 관련돼있다. 나머지 1건인 공원사업시행허가는 국립공원공단으로부터 받아야 한다.

양양군은 앞으로 1년간 인허가 절차를 순조롭게 마치면 22년쯤 첫 삽을 뜰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공사기간은 2년으로 잡고, 완공되면 연간 1백만 명의 관광객이 들어와 145억 원의 수익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케이블카 사업은 국립공원공단과 공동으로 운영하게 된다. 2015년 국립공원위원회에서 결정한 시범사업의 조건이 공동운영이었다고 한다.

권익위, 문화재위원회 처분도 뒤집어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앞서 지난 2천17년 6월 15일 문화재위원회의 문화재현상변경허가 부결 처분이 부당하다며 양양군 손을 들어준 적도 있다.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 대상지는 국립공원이면서 천연보호구역 등으로 지정돼있다. 환경부와 문화재청의 동의를 둘 다 받아야 사업이 가능하다.

문화재청에 이어 환경부의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 불허 처분이 국민권익위원회에 의해 모두 제동이 걸린 것이다.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70명 이내 위원들로 구성돼있다. 사건별로 9명의 위원이 참여해 심리를 한다. 위원장 포함 상임위원 4명은 대통령이 임명한다. 비상임위원들은 국무총리가 위촉, 지명한다. 임기는 3년이다. 현재 비상위위원은 65명이다. 변호사 28명, 법학교수 19명, 의학교수 및 의사 14명, 전직 공무원 2명, 행정학 교수 2명 등으로 구성돼있다.

케이블카 사업 구간은 설악산 오색약수터에서 해발 1,480미터 끝청 하단까지다. 3.5km 숲에 높이 40~45미터 크기의 철골원형기둥 6개를 박고 줄을 연결해야 한다. 이곳은 멸종위기종 1급이며 천연기념물 217호인 산양의 서식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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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환경은 한번 훼손하면 회복 불가능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그 피해와 손해는 오롯이 야생생물뿐 아니라 사람, 생태계 전체에게 돌아온다. 야생생물의 삶터가 존중되고 보호받아야 하는 이유다. 설악산 산양의 운명은 산양만의 문제가 아니다. 당장 보이지 않지만 우리의 문제다. 보이지 않는 게 더 무서운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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