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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잠수함 · KF-X '인니 리스크'…'유턴' 방사청장의 최대 과제

[취재파일] 잠수함 · KF-X '인니 리스크'…'유턴' 방사청장의 최대 과제

김태훈 국방전문기자 oneway@sbs.co.kr

작성 2020.12.28 09:16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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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호 신임 방사청장
강은호 방위사업청(이하 방사청) 11대 청장이 오늘(28일) 공식 업무에 돌입했습니다. 사흘 연휴의 시작인 12월 25일 자로 인사 발령이 났으니 오늘부터 청장으로 정상 출근한 것입니다. 먼길 돌아서 왔습니다.

강 청장은 과천(방사청) 떠나 대전(국방과학연구소) 가다가 급히 유턴해서 다시 과천으로 올라왔습니다. 방사청의 2인자인 차장 자리를 10월 말 스스로 박차고 나가더니, 국방과학연구소장직을 노린다는 소문이 파다했습니다. 우연의 일치인지 국방과학연구소장의 응모 자격에 '방사청 고위공무원급'이 추가됐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그는 국방과학연구소장에 응모했고, 최종 3배수에 올랐습니다. 인사혁신처는 취업 심사 관련 법과 제도에 따라 강 청장의 5년 치 경력을 살펴봐야 하는데, 또 우연의 일치인지 중요한 3년 반은 빼고 1년 반 치의 자료만 국방과학연구소에 요청했습니다.

돌아가는 상황을 봤을 때 어떻게든 국방과학연구소장이 될 줄 알았는데 뜻밖에도 방사청장에 깜짝 임명됐습니다. 오히려 잘 됐습니다. 그가 꼭 책임지고 해결해야 할 숙제들이 있습니다. 숙제하다 말고 잠시 대전행 방황을 하다 돌아왔으니 야무지게 처리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꼭 그래야 합니다.

인도네시아가 몽니를 부리고 있는 한국형 전투기 KF-X 공동개발과 대우조선해양의 잠수함 수출 건입니다. 인도네시아는 3년 동안 KF-X 개발 분담금 6천억 원을 미납했습니다. 잠수함 계약금 1천600억 원도 1년 8개월째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강은호 청장이 차장 시절이던 지난 9월 직접 대표단을 이끌고 인도네시아를 방문해 해결하려던 문제입니다. 그동안 일은 더 꼬였습니다. 인도네시아는 전투기 개발 및 구매, 잠수함 건조를 위해 보란 듯이 프랑스와 협력하고 있습니다.

한-인니 KF-X 공동개발은 KF-X의 양산 가격 인하와 수출 교두보 마련 등 KF-X의 핵심적인 이익을 좌우합니다. 대우조선해양의 잠수함 3척 수출은 이번 정부의 가장 뚜렷한 방산 수출 실적입니다. 연쇄적인 정상회담과 국방장관 회담으로 공을 들여 구축한 한-인니 국방 협력의 양대 축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강은호 청장이 직을 걸고 풀어야 하는 숙제입니다.

대우조선해양이 2017년 인도네시아에 수출한 잠수함
● 프라보워의 '다각화 몽니'…韓 잠수함에 직격탄

인도네시아 국방장관 프라보워 수비안토는 대선 후보 출신입니다. 대선에서 패배하고 지난해 10월 국방장관으로 취임했습니다. 프라보워는 취임 일성으로 '무기 도입의 다각화'를 선언했습니다. 단골인 한국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터키, 러시아, 프랑스 등과도 다리를 놓자는 뜻입니다.

프라보워 장관의 다각화 변심은 인도네시아가 지난해 4월 잠수함 3척 건조를 계약한 대우조선해양에 계약금 1천600억 원을 지불하기로 한 날짜를 사나흘 앞두고 벌어진 일입니다. 이후 계약금은 감감무소식입니다.

최근에는 인도네시아가 대우조선해양과 계약을 파기하기로 방침을 굳혔다는 현지 매체의 보도가 나왔습니다. 프랑스, 러시아 등에서 인도네시아에 잠수함 계약 제의를 했다는 소식도 들립니다. 특히 주목할 데는 프랑스입니다. 대우조선해양도 프랑스의 움직임을 간파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우리 입장에서 인도네시아는 잠수함 수출의 교두보입니다. 잠수함 전문가인 문근식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3척, 1조 1천억 원 규모의 잠수함 수출은 코로나 시대의 방산업계에 단비와 같다", "수출이 무산되면 단기적으로 대우조선해양과 협력업체들이 피해를 보고, 장기적으로는 아시아, 중동 방면 잠수함 수출 전망이 어두워진다"고 말했습니다.

KF-X 가상도
● 다쏘와 전투기 구매 협의하고

인도네시아는 프랑스와 다쏘의 라팔 전투기 도입 및 기술 이전 협의를 벌이고 있습니다. 프랑스는 국방장관이 언론 인터뷰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을 공개했습니다. 인도네시아가 부국이라면 KF-X를 개발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라팔을 도입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인도네시아는 KF-X 개발 분담금 6천억 원도 미납하는 형편입니다. KF-X 개발하고 동시에 라팔을 사들일 여유가 있는지 의문입니다.

프라보워가 내세우는 무기 도입 다각화의 표면적 의도는 나랏돈 절약일 터. 라팔과 KF-X 중 실용적인 하나만 선택할 텐데 현재로서는 라팔이 절대적으로 유리합니다. 라팔을 구매하고 전투기 기술을 이전 받으면 인도네시아는 구태여 KF-X를 공동개발할 필요가 없습니다.

방사청 고위 관계자는 "인도네시아가 KF-X 개발에서 빠져도 별 타격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미국의 스텔스 전투기 F-35 가격은 대당 800억~900억 원대로 떨어졌습니다. 구매국이 많으니 양산 대수가 늘어나고 따라서 가격이 급속히 낮아지고 있습니다. 인도네시아가 KF-X에서 빠지면 KF-X 가격은 낮출 수 없습니다. 기껏 개발한 기술과 부품도 인도네시아에 못 팝니다. 한국 공군만 운용하는 '우물 안 전투기'가 돼서 수출도 어렵습니다.

● 인도네시아 무엇을 노리나

잠수함도 그렇고, KF-X도 그렇고 멀쩡했던 방산 계약을 뿌리째 흔드는 프라보워 장관의 노림수가 있을 것입니다. 인도네시아 측이 모종의 제안을 했다는 말도 돌고 있습니다.

강은호 청장은 차장이던 지난 9월 말 방산 대표단을 이끌고 인도네시아를 방문했습니다. KF-X와 잠수함 문제를 논의했습니다. 인도네시아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방사청은 지금까지 함구하고 있습니다. 국회의원이 요구해도 방사청은 방문 결과를 밝히지 않았습니다. 무엇을 논의했고, 결과는 무엇이며, 청와대에 보고했는지 등을 기자도 여러 채널로 질문했지만 방사청은 뾰족한 답을 안 하고 있습니다.

방사청 고위관계자는 기자에게 "인도네시아 정부 입장은 계속 같이 하자는 것"이라며 현재 상황을 설명했는데 돌아가는 분위기가 영 수상합니다. 지난 2015년 방사청은 미국이 KF-X 핵심기술을 분명히 이전할 것이라며 큰소리치다가 뒤늦게 미국의 이전 거부 입장을 실토했습니다. 그때와 좀 비슷합니다.

신임 강은호 청장 앞에 놓인 절대 숙제입니다. 잠수함과 전투기의 인도네시아 수출과 동남아·중동 방산 수출 확장이 걸린 승부입니다. 청장의 직을 걸고 도전할 만합니다. 대전 톨게이트 앞까지 갔던 그를 급히 과천으로 불러 깜짝 영전시킨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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