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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윤석열 탄핵, 사실상 불가능해진 이유는?

[취재파일] 윤석열 탄핵, 사실상 불가능해진 이유는?
2020년 크리스마스 하루 전날,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정직 2개월 처분에 대해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가 집행정지 결정을 했습니다. 처분이 취소되진 않았지만 취소 소송의 결과가 윤석열 총장 임기가 마무리되는 내년 7월 이전에 확정될 가능성이 사실상 없기 때문에 윤 총장에 대한 정직 처분은 실질적으로는 무력화된 셈입니다.

● '윤석열 정직' 집행정지되자…"탄핵 추진" 꺼내는 사람들

이러자 여당 일각에서는 진작에 탄핵 절차를 통해서 윤석열 총장을 몰아냈어야 한다며, 이제라도 윤석열 총장에 대한 탄핵소추를 국회에서 추진하다는 제안이 나오고 있습니다. 여당 중진인 김두관 민주당 의원이 발언이 대표적입니다. 김 의원은 지난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윤석열 탄핵, 김두관이 앞장서겠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자신이 국회에서 윤석열 총장 탄핵안을 준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김두관 의원과 일부 여당 지지자들 입장에서는 안타깝게도 윤석열 탄핵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사실상 봉쇄된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달 중순까지는 차라리 윤석열을 국회에서 탄핵소추하는 것이 책임윤리에 부합한다는 취재파일을 쓰기도 했던 제가 왜 입장을 바꿨냐고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추미애 장관 때문입니다. 추 장관과 법무부 검사 징계위원회가 윤석열 탄핵의 길을 사실상 끊어버렸기 때문입니다.

물론 민주당은 원한다면 순식간에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탄핵소추를 국회에서 의결할 수 있습니다. 검찰총장에 대한 탄핵소추 의결은 국회 재적의원 과반의 찬성만 있으면 가능한데, 민주당은 위성정당까지 합쳐서 과반을 훨씬 넘는 180석에 육박하는 의석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추미애 법무부장관

● 윤석열 탄핵 사실상 불가능…추미애 때문?

그런데도 왜 저는 윤석열 탄핵의 길이 사실상 봉쇄됐다고 분석하는 것일까요? 탄핵을 추진하면 국민들이 극심한 피로감을 느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물론 이것도 맞는 말이지만 윤석열 탄핵이 현 상황에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보는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추미애 장관의 징계 청구에 의해 소집된 법무부 검사 징계위원회가 윤석열 총장의 징계 사유가 정직 2개월 정도 처분에 해당한다고 이미 판단해놓은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탄핵은 통상적인 사법절차나 징계 절차로는 소추하거나 징계하기가 곤란한 행정부의 고위직 공무원이나 법관 등 같이 신분이 보장된 공무원이 직무상 중대한 비위를 저질렀을 때 파면하는 절차입니다. (헌재 1996. 2. 29. 93헌마186) 국회가 재적 의원 과반 의결로 해당 공무원의 파면을 헌법재판소에 청구하면 (탄핵소추), 헌법재판소가 탄핵심판 과정을 통해 파면(탄핵) 여부를 결정하는 구조입니다.

탄핵심판 청구의 인용은 곧 고위공무원의 파면을 의미하기 합니다. 때문에 헌법재판소는 탄핵심판 청구 인용의 요건을 "공직자의 파면을 정당화할 정도로 중대한 법 위반이 있는 경우"(헌재 2004. 5. 14. 2004헌나1)로 한정하고 있습니다. 파면을 정당화 할 수 없을 수준의 법 위반 등만 있을 경우에는 탄핵 결정을 하지 않습니다. 국회에서 탄핵소추를 하더라도, 국회의 청구가 헌재에서 인용되어서 파면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통상적 징계위원회에 가서도 파면에 해당하는 처분이 나올 수 있는 수준의 중대한 위법 행위나 징계 사유가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앞서 보았듯이 법무부 검사 징계위원회는 '해임까지 가능했지만 선처했다.'라는 아무도 믿지 않는 사족을 달면서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정직 2개월 처분을 의결했습니다. 검사징계법에 규정된 징계 수위 중 "해임"도 아니고 "면직"도 아니고, 중징계로 분류되는 처분 중 가장 수위가 낮은 "정직" 처분을 한 것입니다. 정직 처분 역시 1개월에서 6개월까지로 정할 수 있는데 법무부 검사 징계위원회는 이 중에서도 "정직 2개월"을 의결했습니다. 그나마 "정직 2개월"을 의결하면서 근거로 삼았던 징계 사유 중 하나인 '정치적 중립성 위반'에 대해서는 서울행정법원이 지난 24일 집행정지 결정문에서 전혀 근거가 없다는 취지로 판단하기도 했습니다. 정직 2개월 처분조차 유지하기 위태로운 상황입니다.

윤석열

● "파면 정당화할 정도로 중대한 법 위반"…'정직 2개월' 사유로는 부족

현재 법무부 검사 징계위원회가 인정한 윤석열 총장의 징계 사유는 결국 법무부 주장대로라도 파면은커녕 정직 6개월에도 미치지 못하는 정도에 불과한 셈입니다. 게다가 이 처분에 대해서조차 윤석열 총장은 인정할 수 없다며 행정법원에 취소 소송을 제기해 다투겠다는 입장입니다. 설사 법무부가 징계처분 취소 소송에서 승리해 징계를 확정한다고 하더라도, 윤석열 총장에 대해 법무부가 적용한 징계 혐의는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청구 인용 요건인 "파면을 정당화할 정도로 중대한 법 위반"에는 턱없이 미치지 못한다는 점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법무부 검사 징계위원회의 정직 2개월 처분이 이미 존재하는 상황에서 지금까지 거론된 징계 사유만 가지고 윤석열을 탄핵소추한다면, 헌재에서 탄핵이 인용될 가능성이 거의 제로에 가까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인가? 그렇지는 않습니다. 지금까지 제기된 적 없는 새로운 징계 사유를 찾아내 윤석열 탄핵 사유로 제시하면 됩니다. 만약 새로운 혐의가 추미애 장관이 제시했던 것처럼 근거가 부족한 것이 아니고, 파면까지 가능할 정도로 구체적이고 중대한 내용이라면 탄핵소추 이후 헌재 결정을 통해 윤 총장을 파면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한 달 넘게 지속된 윤석열 총장 징계 추진 과정에서 법원이 두 차례나 징계 관련 처분의 집행을 정지시켰고 결과적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사과까지 한 마당에, 완전히 새로운 징계 혐의, 그것도 파면이 가능할 정도의 새로운 혐의를 찾아낼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현 정부를 지지하는 진보적 성향의 법조인들조차 납득이 안 되는 무리한 내용까지 징계 혐의에 포함시켰다고 평가받을 정도로 추미애 장관은 지난달 24일 징계 청구에 모든 것을 쓸어모았는데, 이제 와서 추미애 장관이 밝힌 징계 혐의에도 빠져있는 새로운 중대한 혐의점을 발견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추미애 법무장관, 윤석열 검찰총장

● 추미애가 윤석열에게 만들어준 '방패'

가능성이 완전히 닫힌 것은 아니지만, 현재로서는 추미애 장관의 혼신의 힘을 다한 징계 청구가 엉뚱하게도 탄핵 가능성을 사실상 없애버리며 윤 총장의 입지를 더욱 굳건히 만든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추미애 장관이 본인 뜻은 물론 윤석열 총장의 뜻과도 관계없이 윤 총장에게 강력한 방패를 만들어준 셈입니다.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 인생이고 정치라고는 하지만, 추미애 장관의 입장에서는 기묘한 역할을 하게 됐습니다. 추미애 장관에게는 이런 일이 유독 자주 벌어지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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