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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잇] 동물 학대까지 하는 사람이 더 위험한 이유

[인-잇] 동물 학대까지 하는 사람이 더 위험한 이유

이학범 | 수의사. 수의학 전문 신문 『데일리벳』 창간

SBS 뉴스

작성 2020.12.26 11:07 수정 2020.12.28 13:55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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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 요구에 성관계 영상을 유포하겠다며 여성을 협박하고 심지어 가족이 보는 앞에서 반려견을 수차례 벽돌로 내리찍은 20대 남성이 실형을 선고 받았다. 2심 재판부는 이 남성에게 징역 2년 6개월에 40시간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을 명령했다. 이 사건을 접한 많은 사람들이 "왜 죄 없는 강아지까지 학대하고 그래"라며 안타까워했는데, 여기서 그쳐서는 안 된다. 이 사건이 시사하는 심각성이 생각보다 크기 때문이다.

남성의 폭행으로 반려견은 두개골이 골절되는 중상을 입었다. 당시 피해 여성이 개를 품에 안고 달아나려고 했지만 폭행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판결문에 따르면 남성은 이성을 잃은 피해 여성을 뒤쫓아 다시 주먹을 휘둘렀다고 한다. 이 부분에서 가해자의 행동이 얼마나 위협적인 행동이었고, 우리가 이 사건을 더 심각하게 바라봐야 하는지 알 수 있다. 폭력적인 사람은 인간과 동물을 막론하고 폭력을 행사할 때가 많다. 또 동물을 볼모로 잡을 때 피해자는 더 큰 위협을 느낀다.

'동물과 여성을 학대하는 남성이 여성만 학대하는 남성보다 더 위험하다'는 사실이 여러 연구를 통해 증명됐다. 그 이유 중 하나가 '동물을 빌미로 여성을 통제하기 위한 행동을 취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즉 위협 상황에서 여성을 더 취약하게 만드는 수단으로 동물을 이용하는 것이다. 이 사건에서도 피해 여성은 자신의 소중한 반려견을 살리기 위해 개를 안고 달아나려고 했다.


반려견 반려동물 동물 학대 동물학대 (사진=픽사베이)
심지어 반려동물을 빌미로 범죄를 종용하는 경우도 있다. 연구에 따르면 상당수 여성이 동물을 지키기 위해 가해자에게서 벗어나지 못할 뿐 아니라, 가해자가 시키는 범죄까지 저지른 경우가 있었다. 미국 조지아주에서 가정폭력을 당한 107명의 여성을 대상으로 진행된 연구(Loring and Balden-Hines, 2004)를 보면, 그중 20% 가까이 해당하는 24명의 피해 여성이 은행털이, 마약 밀매와 같은 강력 범죄를 저질렀다. 이는 모두 반려동물에 대한 가해와 위협 때문에, 즉 가해자가 반려동물을 해칠까 봐 벌인 일이었다.

애덤스(Adams, 1995)는 남성이 반려동물을 학대하는 행동으로써 어떻게 여성을 통제하는지 그 방식을 소개한 적이 있는데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주변 친구, 가족 등 지지자로부터 여성을 고립시킨다.
2. 가정 내 테러 분위기를 만든다.
3. 여성이 자신을 떠나지 못하도록 위협한다.
4. 여성이 자신을 떠난 것을 처벌한다.
5. 동물 학대를 여성이 목격하거나, 직접 참여하도록 강요한다.

- 동물 학대의 사회학 중 -


데이트 폭력을 당하는 여성이 가해자가 혹여 반려동물을 학대할까 봐 헤어지지 못하고, 심지어 가해자가 시키는 대로 따르는 일이 얼마든지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자녀에게 피해가 이어지지 않도록 배우자의 폭력을 참는 상황과 비슷하다.

이번 사건을 단순히 인간 또는 동물 학대라는 별개의 학대 행위가 합쳐진 사건이라고 보면 안 된다. 동물을 볼모로 잡아 피해자의 심리를 압박하며 학대를 가할 때 정신적 충격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크게 다친 동물을 안타까워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우리 사회가 진지하게 짚어보는 계기로 삼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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