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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도시재생, 길을 묻다

[마침] 도시재생, 길을 묻다

안혜민 기자 hyeminan@sbs.co.kr

작성 2020.12.29 09:49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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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마침] 도시재생, 길을 묻다
※'마침'은 SBS 데이터저널리즘팀 [마부작침]의 줄임말이자 길고 긴 종합기사를 뜻합니다. 개별 기사를 하나씩 찾아 읽기보다는, 다소 길더라도 한 번에 읽고 싶어할 독자들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시리즈를 끝마친다는 의미도 담고 있습니다.

'도시재생'이란 쇠퇴하는 도시를 지역 주도로 경제적·사회적·물리적·환경적으로 활성화시키는 것을 말한다. 기존의 대규모 재개발·재건축에서 벗어난, 지역민 주도의 점진적 개발이라는 부분이 핵심이다. 2013년 도시재생특별법이 제정된 이후 닻을 올렸고, 2017년,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뒤 '도시재생 뉴딜'이라는 이름으로 거듭났다. 현 정부는 2020년 현재까지 401곳의 사업지를 선정했다.

SBS 데이터저널리즘팀 [마부작침]은 5년 계획이 거의 끝나가는 현 시점에 도시재생 뉴딜 사업의 진행 상황과 선정 과정 등을 점검하고 사업에 투입된 막대한 예산이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 살펴보기로 했다. 먼저 이번 편에서는 도시쇠퇴의 현주소와 도시재생 뉴딜사업의 국비 예산 실집행률 현황에 대해 살펴봤다.
마부작침_도시재생
○ 쇠퇴는 계속, 재생은 글쎄?

● 야구계도 우려하는 '수도권 쏠림'

한국 프로야구 구단들은 그 동안 연고지로 삼은 지역의 우수한 유망주를 먼저 뽑을 수 있는 권리, 이른바 신인 드래프트 1차 연고 지명권을 행사해왔다. 삼성 라이온즈의 양준혁(대구상고)과 해태 타이거즈의 이종범(광주일고)부터 올해 메이저리그에 진출해 대활약을 펼친 SK 와이번스의 김광현(안산공고)까지, 모두 지역 유망주가 신인 1차 지명으로 뽑혀 슈퍼스타로 발돋움한 예다.

하지만, 2년 뒤부터는 이런 1차 연고 지명권이 사라질 예정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야구 유망주들이 수도권, 특히 서울로 쏠리면서 지방 연고 구단들이 뽑을 만한 1차 지명 선수의 씨가 마르고 있기 때문이다. 중학교 시절 서울로 야구 유학 온, 키움 히어로즈의 이정후(광주→서울), LG 트윈스 오지환(군산→서울) 등의 사례가 이를 방증한다 할 수 있다.

프로야구는 사실 이런 '수도권 쏠림'이 덜한 편이다. '직장'인 야구단 소재지가 수도권과 비수도권에 절반씩 나눠져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 중 수도권에 본사를 둔 회사는 87.5%(2020년 공정위 기준), 대학 등급을 가리켜 '인서울'이라고 할 정도로 학생들이 가고 싶어 하는 학교 상당수는 서울에 몰려 있다. 수도권에 인적 자원, 특히 젊은 층 인구가 쏠리는 현상이 심화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수도권 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처음으로 50%를 돌파했다.(통계청 인구주택총조사)

● 전국 시군구 46.1% '소멸 위험'... 구원투수는 '도시재생 뉴딜'

소멸위험지역 분석은 이런 상황을 잘 보여준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20~39세 가임기 여성 인구 수를 65세 이상 노령인구 수로 나눈 값이 0.5에 못 미치면 '소멸위험지역'이다. 인구 증가는 더디고 감소는 빨라 소멸할 위험이 크다는 의미다. 2020년 4월 현재, 전국 소멸위험지역은 전국 228개 시군구 가운데 105개, 다시 말해 젊은 여성 인구가 65세 이상 인구의 절반에도 미치지 않는 시군구가 46.1%, 절반에 가깝다는 이야기다. 지난해 5월보다 12곳이나 늘어난 수치라는 점을 감안하면 쇠퇴의 속도 역시 급격하다 할 수 있다.
마부작침_도시재생
더 큰 문제는 이런 현상이 특정 지역에 집중된다는 점이다. 수도권 소재 시군구 가운데 소멸 위험에 처한 곳은 12%, 66곳 중 8곳에 불과하지만, 비수도권은 162곳 중 97곳, 전체의 59.9%가 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된다. 비수도권에서도 층위가 나뉘는데, 강원도는 전체의 83.3%, 경상북도는 전체의 82.6%가 소멸위험지역이지만, 부산광역시는 25%, 대구는 12.5%에 그쳤고 광주, 대전, 울산 등은 소멸 위험에 처한 시군구가 단 한 곳도 없었다.

환부가 어딘지 파악했다면, 이 다음엔 적절한 수술법을 고안해야 한다. 정부가 꺼내든 카드가 바로 '도시재생 뉴딜'이다. 정부는 그 동안의 탑다운(Top-down) 방식으로 관에서 주도하던 개발사업에서 벗어나 지역민들의 의견을 바텀업(Bottom-up) 방식으로 반영하고, 동네 단위의 생활밀착형 시설 위주로 건설하기로 했다. 실제로 주민들이 느낄 수 있는 도시재생을 구현하기 위함이었다. 투입금액도 5년에 50조 원! 자, 이제 도시 쇠퇴가 멈추고 지역민들을 위한 개발 사업이 꽃을 피우게 되는 걸까. 하지만, [마부작침 ]이 확인한 실상은 장밋빛 전망과는 다소 달라 보였다.

● 방치된 울주군청사.. 알고 보니 시작부터 '삐그덕'

공공기관이 다른 곳으로 이전하면 근처 지역민들의 시름이 깊어진다. 유동 인구의 상당수가 통째로 사라져버리는 꼴이기 때문이다. 1979년부터 40년 가까이 자리를 지켜온 울주군청이 이전했을 때 울산 남구 옥동 주민들 마음이 헛헛해졌던 건 그런 이유에서였다. 이듬해인 2018년, 해당 지역이 도시재생 뉴딜사업에 선정됐다는 희소식이 전해진다. 2021년까지 기존 청사부지에 청년주택과 공공복합타운을 건설하고, 친환경 보행 공간이 설치되며, 집 수리 지원 사업까지 펼쳐진다는 것이 핵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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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부작침]이 현장을 확인해보니 울주군청사는 철거조차 시작하지 않은 채 방치돼 있었다. 건물 주변엔 철제 펜스가 둘러처져 있었고 '외부인 출입금지'라는 안내문만 곳곳에 붙어 있을 뿐이었다. 4차선 도로를 좁히고 친환경 보행도로를 만들겠다는 목표로 추진될 이른바 '그린로드' 사업과 동네 곳곳의 노후 벽체에 페인트칠하고 벽화를 그리겠다는 집수리 지원 사업도 국토부에 제출한 활성화 계획과는 달리 아무런 진전이 없었다. 실제 이곳 사업에 지난 2년 간 배정된 국비 예산 31억 6천 5백만 원 가운데 지난달 27일까지 사용된 돈은 단 7백만 원. 전체의 0.2% 수준에 그쳤다.

울주군청사 부지의 사업계획을 총괄하고 있는 관계자는 [마부작침]이 공사 지연과 실집행률 부진의 이유를 묻자 지방선거 얘기부터 꺼냈다. 애초 사업을 신청할 때와 달리 2018년 지방 선거 후 "단체장과 시장이 다 바뀌다 보니 부지 매입이 선정 1년 뒤로 지연됐다"는 것이다. 이미 확정된 계획을 '윗선'에서 다시 검토하느라 일정이 틀어졌다는 것이다. 사업계획서 첫 제출 때와 추후 도시재생실행계획을 제출할 때 울주군청사에 들어설 공공복합타운의 설계도가 완전히 달라져 있었는데, 숨은 이유가 따로 있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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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지연 이유는, 애초부터 계획과 현실이 들어맞지 않았다는 것이다. 울주군청사 부지에 새롭게 31층짜리 건물을 짓는 대규모 공사가, 국토부 컨설팅에 따라 도시재생 뉴딜사업 중 가장 규모가 작은 '우리동네살리기형'으로 결정되는 바람에 3년 안에 모든 것을 끝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앞서 언급한 관계자는 "애초부터 (일반근린형 같은) 5년 사업으로 가야 하는데, 그러려면 사업 면적이 커져야 했다"면서 옥동 지역은 인프라가 비교적 양호해서 사업 면적을 넓힐 경우 신청을 위한 쇠퇴도 기준을 맞출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지방 정부의 개입에 시작부터 억지로 끼워 맞춘 사업유형까지. 실집행률이 낮은 건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 지역 상인은 사업 일정 모른다는데..."주민 협의 때문에 지연"

2017년 도시재생 뉴딜사업지로 선정된 충북 청주 운천·신봉동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차 없는 보행로로 만들겠다는 초등학교 앞 2차선 도로에는 여전히 차들이 달리고 있었고, 일방통행 도로로 만들겠다는 다른 도로에는 온통 불법 주차된 차량들이 가득했다. 직지 관련 상품을 홍보하고 지역민들의 거버넌스 활동 공간으로 사용하겠다는 '구루물 아지트' 부지는 아직 건물 매입이 끝나지도 않은 상황이었다. 이렇다 보니 2018년 처음 배정된 국비 예산 20억 9천 5백만 원은 한 푼도 쓰지 못한 채 다음 해로 이월했고, 2019년에는 6.6%, 올해 11월 27일까지는 25.8%만 썼다.
마부작침_도시재생지역 주민들과 상인들은 실제 사업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지 못했다. 한 상인은 공사 시작에 대비하려고 청주시에 전화해 물어봤지만 "아직 (공사 시작이) 확실히 언제라고는 말씀 못 드리겠다고 얘기를 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상인은 1년 전부터 철거한다던 건물이 아직 그대로 있는데 언제 공사가 시작하느냐고 오히려 되묻기도 했다. '주민 협의'를 바탕으로 아래서부터 위로의 사업을 지향하는 도시재생 뉴딜사업지에서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청주시청 관계자는 이미 사업 방향에 동의했던 일부 주민들이 "토지 가격이 상승할 수 있다는 기대 효과에 마음이 변하기도 했다"라며 "대부분의 토목 사업은 곧 착공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또, 지역 상인들이 사업 일정을 잘 모르는 이유를 묻자 "상가 쪽에 계신 분들이 사실 참여를 많이 안 하시는 편"이라며 "(가게를) 임대하시는 분들이 많다 보니까 참여율이 떨어지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결국 일부 지역민들의 의견은 현재로선 반영하기 힘든 구조라는 것을 밝힌 셈이다.

● 더딘 국비 실집행률, 다 이유가 있더라?
마부작침_도시재생[마부작침]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은혜 의원실을 통해 국토부의 도시재생 뉴딜사업 실집행률 현황을 파악해 분석해봤다. 2017년부터 2020년 상반기에 선정된 사업까지 모두 307개 사업의 평균 국비 예산 실집행률은 절반을 겨우 넘는 58.1%에 그쳤다. 지역별로 살펴봤을 때는 인천(32.5%), 울산(36.3%), 서울(39.6%) 등의 평균 실집행률이 낮았고, 사업 유형별로는 경제기반형 사업(46.8%)과 우리동네살리기형(51.3%), 주거지원형(56.1%) 등 사업이 하위권을 차지했다.
마부작침_도시재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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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해로 이월되는 예산도 상당했는데, 2018년에는 무려 전체의 77.1%가 다음 해로 넘어갔고, 2019년에도 29.9%가 올해 예산으로 이월돼 편성됐다. 김은혜 의원은 "도시재생 뉴딜사업이 도시를 재생시키지 못하고 있다"면서 "각 지방자치단체들이 일단 예산부터 따고 보자는 식이었기 때문에 도시재생 뉴딜사업 자체가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변질되어버렸다"라고 비판했다.

애초 무리한 사업 계획이 실집행률 부진의 이유라고 꼬집은 전문가도 있었다. 최창규 한양대 도시대학원 교수는 도시재생 뉴딜사업에 대해 "너무 급하게 진행했다"라고 운을 뗐다. "계획안을 만드는 데만도 1년 반에서 2년 정도가 걸린다"면서 "예를 들어서 5년 안에 50억을 쓰라고 하면 소화 불량에 걸리는 거랑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바텀업 방식의 주민 밀착형으로 진행해야 하는 도시재생 뉴딜 사업에는 특히 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는데, 3~6년이라는 기간을 정한 게 오히려 발목을 잡았을 수 있다는 것이다.

○ 선정과 탈락사이... 원인은 허술한 기준?

● 쇠퇴 지역 아니라도 도시 재생은 필요해?

경기도 광주시는 2018년부터 연달아 3개의 도시재생 뉴딜사업에 선정됐다. 총 사업비 2,261억 원 규모의 대규모 사업이다. 하지만 해당 지역이 낙후됐다고 느끼는 주민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마부작침]이 현지에서 만난 한 주민은 이 동네에 낙후된 곳이 있느냐고 반문하기까지 했을 정도였다. 실제 광주시는 매년 인구가 늘고 있고 사업지 주변에는 전철역도 새롭게 들어서는 등 도시 개발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었지만 쇠퇴 지역을 살리기 위한 뉴딜사업을 따냈다. 이런 선정은 경기도 광주만의 일이 아니었다.

● 전체의 68%가 '쇠퇴'... 낮아도 너무 낮은 기준선

도시재생 뉴딜사업을 진행하려면 우선 사업 대상지가 도시재생 활성화 지역으로 선정돼야 한다. 도시재생특별법은 '현저한 인구 감소', '산업 이탈' 및 '주거환경 악화' 등 3개 부문을 쇠퇴 기준으로 제시하고 있고, 각 지방자치단체는 이 중 2개 이상을 만족한 곳을 활성화 지역으로 지정할 수 있다. 문제는 이 쇠퇴 기준에 해당하는 곳들이 너무 많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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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3,512개의 읍면동 중 위에 언급한 쇠퇴 기준 2개 이상을 만족한 지역은 모두 2,403곳, 68.4%에 이른다.(2019년 12월 기준) 대한민국의 70% 가까이가 쇠퇴 지역에 해당할 정도로 커트 라인이 낮은 것이다. 광역지자체별로 살펴보면 부산광역시가 85.9%로 가장 쇠퇴 지역 비율이 높았고 그다음인 서울은 전체 읍면동의 84.0%가 기준을 충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기준선 낮은데 예외 적용도 가능.. '엉터리' 보고서도 다수 통과

이 기준을 통과 못하는 3분의 1을 위한 배려도 있다. 도시재생 뉴딜사업 가이드라인에는 '행정동' 단위, 즉 읍면동 기준으로 쇠퇴 기준 충족 여부를 판단하라고 나와 있다. 그러면서도 "행정동 단위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 집계구, 필지 등 공간 단위로 제시"하라는 예외 조항도 두었다. 즉, 행정동 단위로 안 되면 집계구나 필지 단위로 바꿔서 기준을 통과할 수 있다는 말이다.
마부작침_도시재생[마부작침]이 입수한 2017년 이후 도시재생 뉴딜사업의 지정기준 검토서 342건을 보면, 집계구를 활용한 경우가 42건, 전체의 12.3%에 이르렀다. 같은 지역인데도 부문에 따라 다른 단위를 사용한 경우도 있었다. 집계구와 행정동 단위를 혼용한 경우는 9건이었다. 이는 지자체가 쇠퇴 기준 통과를 위해 행정동이나 집계구 중 더 유리한 것을 선택한 사례가 있었다는 걸 보여준다.

공정한 심사가 되려면 기준 연도가 같아야 하는 건 논쟁의 여지가 없다. 그런데 한 보고서 안에서 기준 연도가 계속 바뀌는 문제가 나타났다. 인구 감소와 산업 이탈 조건을 만족하기 위해선 최근 5년의 데이터를 제시해야 하는데 그 기준 연도를 제각기 다르게 제시하는 경우가 수두룩했다. 2019년 사업 93건의 보고서에 등장한 기준 연도는 2015년부터 2019년까지 다양했다. '최근'이라고 볼 수 있는 2018년과 2019년을 기준으로 잡은 사업보고서는 42건에 불과했다. 나머지 51건은 그 이전 데이터를 제시했다.

'주거환경 악화'를 증빙하는 데도 꼼수가 쓰였다. 2017년 선정된 경기도 광명시 광명5동 사업의 경우, 준공 후 20년 이상 지난 건축물에 무허가 건축물을 더해 노후건축물을 계산했다. 인구와 사업체 변화율을 잘못 계산한 보고서도 많았다. 이 모든 '엉터리' 보고서는 국토부 심사를 통과했고 예산이 배정됐으며 현재 사업이 진행 중이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지방 도시의 경우 읍면동 행정구역이 넓어 정확한 도시 쇠퇴 현황을 진단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서 집계구 단위 분석을 병행"하는 측면이 있다며 "지자체가 지역 여건에 맞는 도시재생사업을 주도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부여했다"라고 설명했다.

● 진짜 '쇠퇴도 높은 곳'을 따져보자... '마부작침 활성화 지수'

[마부작침]은 도시재생 뉴딜사업에 선정된 사업지가 정말로 쇠퇴도가 높은 지역인지 검증해봤다. 지역별로 쇠퇴 정도를 비교하기 위해 도시재생 종합정보체계에 공개된 자료를 바탕으로 새로운 활성화 지수를 만들었다. 종합정보체계에서 제공하는 자료는 도시재생법 시행령에서 제시한 세부기준을 충족하는 데이터이다. 다만 각각의 자료들의 범위와 규모가 다르므로 표준화와 정규화 과정을 거쳤다.
마부작침_도시재생100점 만점으로 지역 지수가 크면 클수록 도시재생이 더 필요한 지역을 뜻한다. 바이올린처럼 생긴 영역(Violin Plot)은 광역지자체별 활성화 지수 분포를 나타낸다. 각 영역에 점으로 표시된 건 도시재생 뉴딜사업에 선정된 곳들의 활성화 지수다.

먼저 활성화 정도, 전국 평균은 77점으로 분석됐다. 2012년에 출범한 세종특별자치시의 영역은 대부분 평균선 아래에 있는데 이는 다른 곳보다 대체로 덜 쇠퇴했다는 의미다. 세종에서 뉴딜사업에 선정된 곳들은 쇠퇴도가 모두 평균 아래였다. 울산과 경기는 평균선 아래에서 선정된 곳들이 상대적으로 많았다. 즉, 낙후 정도가 심하지 않았는데도 사업지로 선정된 경우가 다수였다는 뜻이다. 특히 세로로 길쭉한 경기도는 도 내 편차가 큰 편인데 60점 미만에서 사업지로 선정되기도 했다.

● 점수가 낮아도 선정된 비결은?

[마부작침]은 국토부 자료를 단독 입수해 도시재생 뉴딜 사업의 최종 점수를 분석했다. 그 결과 최종 점수가 높더라도 사업에 탈락하는 경우를 다수 확인할 수 있었다. 거꾸로 점수가 낮더라도 사업에 선정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즉, 다른 지역보다 쇠퇴도가 떨어지더라도 공모 경쟁률을 잘 살핀 지자체가 사업을 따낸 것이다.
마부작침_도시재생도시재생 뉴딜사업은 중앙 정부에서 선정하는 중앙사업과 광역지자체에서 선정하는 광역사업으로 구분된다. 선정된 사업의 평균 점수는 광역사업이 86.4점, 중앙사업이 83.0점으로 분석됐다. 2017년부터 2020년까지 해가 갈수록 선정 사업의 평균 점수가 낮아졌다. 사업 첫해인 2017년엔 광역사업 점수가 평균 90.5점이었지만 2018년엔 85.8점, 2019년엔 83.7점으로 낮아졌다. 올해는 86.9점으로 다시 높아졌지만 2017년에는 못 미친다. 중앙사업도 점수가 낮아진 건 마찬가지였다. 2017년 89.6점에서 올해 81.1점으로 10점 가까이 감소했다.

특이하게도 두 사업 유형 모두 점수가 높았는데도 선정되지 않은 사업들이 있었다. 반대로 점수가 낮았는데도 선정되는 사업들도 눈에 띄었다. [마부작침]은 사업별 선정 이유를 파악하기 위해 상세한 채점표를 국토부에 요구했지만, 국토부는 향후 선정 과정에 문제가 될 수 있다며 공개를 거부했다.

● 도시재생 사업 선정은 의원님 치적

하나의 해석은 적극적인 유치 노력이 뒷받침된 경우다.

지난 21대 총선에서 광주 동구남구을에 출마했던 박주선 의원. 박 의원의 공보물에는 자신이 도시재생 뉴딜사업 4개를 유치했다는 내용이 실렸다. 총 2,926억 원에 해당하는 규모다.(박 의원은 낙선했다.) 재선에 성공한 경기 광주시갑의 소병훈 의원은 2019년 지역구에 도시재생 뉴딜사업 2곳이 선정되자 자신이 직접 국토부 차관을 만나고 국토위 간사 의원에게도 지원을 요청해 선정에 기여했다며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마부작침]은 20대 의원이면서 21대 총선에 출마했던 이들의 선거공보물을 모두 살펴봤다. 2017년부터 2020년까지 도시재생 뉴딜사업에 선정된 지역구 의원은 137명이었는데 위에 언급한 박주선, 소병훈 의원을 포함해 49명이 도시재생 사업 유치를 자신의 업적이라고 소개했다. 이들 중 34명은 21대 총선에서 승리했다.

2019년에 재생사업으로 선정된 강원도 동해시의 삼화지구. 이 사업의 최종 점수는 70.0점으로 그 해 탈락한 광역 사업의 평균 점수(73.9점)보다 낮았다. 강원 동해시태백시삼척시정선군 지역구의 이철규 의원은 공보물에서 해당 사업을 유치했다고 밝혔다. 심상화 강원도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철규 의원님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동해시의 도시재생 사업에 박차를 가하게 되었다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이들의 노력은 국회 입법 활동에서도 드러났다. 소병훈 의원은 기준을 완화해 1개 요건만 만족시키는 경우에도 도시재생 뉴딜사업에 선정될 수 있도록 하는 도시재생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지난 20대 국회에서 발의된 도시재생 뉴딜사업 관련 개정안은 모두 10개에 이른다. 도시재생 사업 선정 심사에 참여했던 한 전문가는 "장기적인 시선으로 사업 부작용을 대비하고 예산 집행을 해야 한다"라며 단기적 정책 사업으로 변질된 현 상황을 우려했다.

● 5년 간 50조 원 투입... '정책의 사업화'가 문제

정부는 매년 100개 사업에 10조씩, 5년 간 50조 원을 투입해 500개 사업을 완료한다는 목표를 세운 상황이다. 도시재생 전문가들은 도시재생 뉴딜 사업의 문제는 이런 정책을 사업화한 데서 발생했다고 입을 모았다. 배웅규 중앙대학교 교수는 "초기엔 시급한 곳부터 선정이 됐겠지만 이후엔 괜찮은 지역들도 포함돼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시간과 숫자를 정해 놓고 가다 보니까 검증이 덜 된 곳까지 들어갔다"라고 지적했다.

○ '주민이 주인공'되는 도시재생을 꿈꾼다

● 환골탈태한 군산 구도심, 비결은 '충분한 시간'

도시재생특별법이 처음 제정된 직후인 지난 2014년, 군산 월명동 일원의 구도심 지역이 도시재생 선도지역으로 지정됐다. 당시는 군산 구도심권으로부터 인근에 위치한 나운동과 수송지구 등으로 인구이동이 지속되고 있던 상황이었다. 2013년 전라북도가 발표한 지역개발백서 등에 따르면 2011년 군산 구도심의 인구는 2007년 대비 30.7%나 감소했다. 신도심으로의 인구유출이 일반적인 현상이라고는 하나, 전북의 다른 도시인 전주(8.4% 감소)나 익산(10.8% 감소)에 비해서도 더 심각했다. 당시 군산 구도심 지역에 비어있는 상가만 1백여 개에 달했을 정도였다. 하지만 이제는 완전히 달라졌다.
군산 도시재생 사업지 관련 사진 (제공 : 군산 도시재생센터)


군산 도시재생 사업지 관련 사진 (제공 : 군산 도시재생센터)


군산 도시재생센터 센터장을 맡고 있는 송석기 군산대 교수는 "동네의 분위기 자체가 밝아졌다"라며 사업 성과에 자신감을 보였다. 관광과 거리가 멀어 보였던 군산이 도시재생 사업에 힘입어 매력적인 관광지로 다시 태어났다는 설명이었다. 특히 그는 월명동 '우체통거리'를 자랑거리로 꼽았다. "거리에 우체국이 있다는 사실에 착안해 민간이 먼저 폐우체통을 활용하는 아이디어를 제안해 실현해냈다"라고 설명했다. 지자체가 나서 군산에 다수 남아있는 일본식 가옥을 관광자원으로 활용한 것 역시 성공의 큰 몫을 차지했다. 결국 군산은 정주인구를 외부에서 유입된 유동인구가 훌륭히 메워내는, 한국형 도시재생의 전범(典範)으로 확실히 자리 잡았다.

민관이 어울려 함께 도시재생을 끌어간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군산 구도심 도시재생을 맡았던 이길영 전 군산 도시재생센터 사무국장(현 나주 도시재생센터 센터장)은 처음 군산에 부임했을 당시 "주민협의체가 주민 의사를 반영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어서 처음부터 다시 주민협의체를 꾸려야 했다"면서 충분한 시간을 갖고 지역민들의 의견을 모았기에 군산의 도시재생이 성공할 수 있었다고 자평했다. "도시재생사업이라는 것은 무조건 5년 만에 할 수 있는 식의 사업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 "지자체가 자율성 발휘할 수 있어야".. '바텀업 방식'의 도시재생

다른 지자체 역시 군산 사례를 모를 리 없을 텐데 왜 이를 따르지 못하는 걸까. 이 전 국장은 도시재생 뉴딜 사업의 주무 부처인 국토부를 거론했다. 국토부가 모든 사업을 정해진 시간 내로 끝내도록 유도하기에 도리어 사업이 제대로 진행될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바텀업(Bottom-up)이 아닌 국토부 주도의 탑다운(Top-down)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지자체가 자율성을 발휘할 수 있게 된다면, 저조한 국비 예산 실집행률은 자연스럽게 올라갈 것"이라고 이 전 국장은 덧붙였다.

위로부터의 도시재생 뉴딜은 사업의 진행은 물론 사업지 선정에도 악영향을 줬다. 앞서 지적했듯, 정부가 사업을 시작하며 2017년부터 5년 동안 500곳, 매년 100곳의 사업지를 선정하겠다고 못 박은 것부터가 문제였다. 도시재생 심사에 참여했던 한 전문가는 "(선정해야 하는) 사업 수가 많아서 어지간한 곳은 한두 개 하는 상황"이라며 "주어진 할당량을 채우려다 보니 준비가 안 된 곳은 조건부로라도 선정시켜 줄 수밖에 없다"라고 꼬집었다. 지자체에 자율성을 부여하고, 충분한 시간을 들여 지역민들과의 협의부터 찬찬히 사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 즉, 도시재생의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이 현 상황을 해결하는 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었다.
도시재생, 길을 묻다

● 보존형 도시재생의 틀을 깨자.."재개발·재건축도 도시재생"

도시 원형의 보존에만 초점 맞춘 사업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는 제언도 나왔다. 도시재생은 애초부터 더 광범위한 개념이었다는 것이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도시재생이라는 개념에는 전면적 재개발·재건축까지 다 포함이 된다"라며 필요에 따라 보존형 개발과 전면적 개발이 병행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주민들이 의지를 갖고 먼저 사업을 정부에 제안하는 경우 현재의 도시재생 뉴딜사업 방식으로 진행하되, 이런 협의가 이루어지기 힘든 쇠퇴한 도심지를 부흥시키는 데는 정부가 주도하는 공공재개발 방식이 효과적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공공재개발이 집값 상승으로 이어져 부동산 시장의 혼란을 가중시키지는 않을까. 애초 정부가 대규모 뉴타운 대신 보존 방식의 도시재생 뉴딜사업을 추진한 것은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이기도 했다. 하지만, 임 교수는 충분히 대안을 마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실 '공공'이라는 말이 붙지 않아도 재개발과 재건축은 공공사업"이라며 "국민 세금으로 정부가 땅값을 올렸다면, 공공이 이를 최대한 환수하면 된다"라고 우려를 일축했다. 또, "환수한 재원을 주거 문제에 활용할 수 있다면 더 바람직할 것"이라며 공공재개발에 충분한 정당성이 부여될 수 있음을 강조하기도 했다.

● 도시재생 뉴딜사업, 주민이 주인공 돼야

"감독의 야구는 없습니다. 야구장의 주인은 선수이기 때문에 선수가 주인공 되는 야구를 펼치도록 하겠습니다." NC 다이노스 이동욱 감독의 한국시리즈 우승 소감이다. 창단 10년 밖에 되지 않은 팀을 맡아 2년 만에 우승시킨 감독의 발언으로는 겸손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잘 곱씹어보면 그보다 더 나을 수 없는 말이다. 감독 생각대로 경기가 풀리지 않는다고 해서 투수 대신 공을 던지고, 타자 대신 배트를 휘두를 순 없기 때문이다.

도시 재생도 마찬가지다. 도시재생의 주인은 주민이어야 한다. '감독'인 정부가 거시적인 비전을 그리되, 도시재생 뉴딜이라는 '경기'는 충분한 시간을 들여 주민들에게 믿고 맡기는 것이 옳다. 조급증을 내며 '작전 지시'를 남발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는 지난 사업의 진행 과정에서 충분히 봐왔기 때문이다. 2021년, 선수가 주인공 되는 야구만큼, 주민이 주인공이 되는 도시재생 뉴딜사업이 보고 싶은 이유다.

취재: 배정훈, 안혜민 디자인: 안준석 인턴:김지연, 이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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