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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부작침] '주민이 주인공' 되는 도시재생을 꿈꾼다

[마부작침] '주민이 주인공' 되는 도시재생을 꿈꾼다

도시재생, 길을 묻다 ③

배정훈 기자 baejr@sbs.co.kr

작성 2020.12.28 09:23 수정 2020.12.28 09:24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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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재생'이란 쇠퇴하는 도시를 지역 주도로 경제적·사회적·물리적·환경적으로 활성화시키는 것을 말한다. 기존의 대규모 재개발·재건축에서 벗어난, 지역민 주도의 점진적 개발이라는 부분이 핵심이다. 2013년 도시재생특별법이 제정된 이후 닻을 올렸고, 2017년,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뒤 '도시재생 뉴딜'이라는 이름으로 거듭났다. 현 정부는 2020년 현재까지 401곳의 사업지를 선정했다.

[마부작침]은 5년 계획이 거의 끝나가는 현 시점에 도시재생 뉴딜 사업의 진행 상황과 선정 과정 등을 점검하고 사업에 투입된 막대한 예산이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 살펴보기로 했다. 이번 편에서는 도시재생 뉴딜 사업이 제대로 이루어지려면 어떤 점이 필요할지 살펴봤다.

● 환골탈태한 군산 구도심, 비결은?
마부작침_도시재생
도시재생특별법이 처음 제정된 직후인 지난 2014년, 군산 월명동 일원의 구도심 지역이 도시재생 선도지역으로 지정됐다. 당시는 군산 구도심권으로부터 인근에 위치한 나운동과 수송지구 등으로 인구이동이 지속되고 있던 상황이었다. 2013년 전라북도가 발표한 지역개발백서 등에 따르면 2011년 군산 구도심의 인구는 2007년 대비 30.7%나 감소했다. 신도심으로의 인구유출이 일반적인 현상이라고는 하나, 전북의 다른 도시인 전주(8.4% 감소)나 익산(10.8% 감소)에 비해서도 더 심각했다. 당시 군산 구도심 지역에 비어있는 상가만 1백여 개에 달했을 정도였다. 하지만 이제는 완전히 달라졌다.
군산 도시재생 사업지 관련 사진 (제공 : 군산 도시재생센터) 군산 도시재생 사업지 관련 사진 (제공 : 군산 도시재생센터)군산 도시재생센터 센터장을 맡고 있는 송석기 군산대 교수는 "동네의 분위기 자체가 밝아졌다"라며 사업 성과에 자신감을 보였다. 관광과 거리가 멀어 보였던 군산이 도시재생 사업에 힘입어 매력적인 관광지로 다시 태어났다는 설명이었다. 특히 그는 월명동 '우체통거리'를 자랑거리로 꼽았다. "거리에 우체국이 있다는 사실에 착안해 민간이 먼저 폐우체통을 활용하는 아이디어를 제안해 실현해냈다"라고 설명했다. 지자체가 나서 군산에 다수 남아있는 일본식 가옥을 관광자원으로 활용한 것 역시 성공의 큰 몫을 차지했다. 결국 군산은 정주인구를 외부에서 유입된 유동인구가 훌륭히 메워내는, 한국형 도시재생의 전범(典範)으로 확실히 자리 잡았다.

민관이 어울려 함께 도시재생을 끌어간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군산 구도심 도시재생을 맡았던 이길영 전 군산 도시재생센터 사무국장(현 나주 도시재생센터 센터장)은 처음 군산에 부임했을 당시 "주민협의체가 주민 의사를 반영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어서 처음부터 다시 주민협의체를 꾸려야 했다"면서 충분한 시간을 갖고 지역민들의 의견을 모았기에 군산의 도시재생이 성공할 수 있었다고 자평했다. "도시재생사업이라는 것은 무조건 5년 만에 할 수 있는 식의 사업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 "지자체가 자율성 발휘할 수 있어야".. '바텀업 방식'의 도시재생

다른 지자체 역시 군산 사례를 모를 리 없을 텐데 왜 이를 따르지 못하는 걸까. 이 전 국장은 도시재생 뉴딜 사업의 주무 부처인 국토부를 거론했다. 국토부가 모든 사업을 정해진 시간 내로 끝내도록 유도하기에 도리어 사업이 제대로 진행될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바텀업(Bottom-up)이 아닌 국토부 주도의 탑다운(Top-down)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지자체가 자율성을 발휘할 수 있게 된다면, 저조한 국비 예산 실집행률은 자연스럽게 올라갈 것"이라고 이 전 국장은 덧붙였다.

위로부터의 도시재생 뉴딜은 사업의 진행은 물론 사업지 선정에도 악영향을 줬다. 앞서 2편에서도 지적했듯, 정부가 사업을 시작하며 2017년부터 5년 동안 500곳, 매년 100곳의 사업지를 선정하겠다고 못 박은 것부터가 문제였다. 도시재생 심사에 참여했던 한 전문가는 "(선정해야 하는) 사업 수가 많아서 어지간한 곳은 한두 개 하는 상황"이라며 "주어진 할당량을 채우려다 보니 준비가 안 된 곳은 조건부로라도 선정시켜 줄 수밖에 없다"라고 꼬집었다. 지자체에 자율성을 부여하고, 충분한 시간을 들여 지역민들과의 협의부터 찬찬히 사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 즉, 도시재생의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이 현 상황을 해결하는 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었다.
도시재생, 길을 묻다 ● 보존형 도시재생의 틀을 깨자.."재개발·재건축도 도시재생"

도시 원형의 보존에만 초점 맞춘 사업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는 제언도 나왔다. 도시재생은 애초부터 더 광범위한 개념이었다는 것이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도시재생이라는 개념에는 전면적 재개발·재건축까지 다 포함이 된다"라며 필요에 따라 보존형 개발과 전면적 개발이 병행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주민들이 의지를 갖고 먼저 사업을 정부에 제안하는 경우 현재의 도시재생 뉴딜사업 방식으로 진행하되, 이런 협의가 이루어지기 힘든 쇠퇴한 도심지를 부흥시키는 데는 정부가 주도하는 공공재개발 방식이 효과적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공공재개발이 집값 상승으로 이어져 부동산 시장의 혼란을 가중시키지는 않을까. 애초 정부가 대규모 뉴타운 대신 보존 방식의 도시재생 뉴딜사업을 추진한 것은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이기도 했다. 하지만, 임 교수는 충분히 대안을 마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실 '공공'이라는 말이 붙지 않아도 재개발과 재건축은 공공사업"이라며 "국민 세금으로 정부가 땅값을 올렸다면, 공공이 이를 최대한 환수하면 된다"라고 우려를 일축했다. 또, "환수한 재원을 주거 문제에 활용할 수 있다면 더 바람직할 것"이라며 공공재개발에 충분한 정당성이 부여될 수 있음을 강조하기도 했다.

● 도시재생 뉴딜사업, 주민이 주인공이 돼야

"감독의 야구는 없습니다. 야구장의 주인은 선수이기 때문에 선수가 주인공 되는 야구를 펼치도록 하겠습니다." NC 다이노스 이동욱 감독의 한국시리즈 우승 소감이다. 창단 10년 밖에 되지 않은 팀을 맡아 2년 만에 우승시킨 감독의 발언으로는 겸손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잘 곱씹어보면 그보다 더 나을 수 없는 말이다. 감독 생각대로 경기가 풀리지 않는다고 해서 투수 대신 공을 던지고, 타자 대신 배트를 휘두를 순 없기 때문이다.

도시 재생도 마찬가지다. 도시재생의 주인은 주민이어야 한다. '감독'인 정부가 거시적인 비전을 그리되, 도시재생 뉴딜이라는 '경기'는 충분한 시간을 들여 주민들에게 믿고 맡기는 것이 옳다. 조급증을 내며 '작전 지시'를 남발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는 지난 사업의 진행 과정에서 충분히 봐왔기 때문이다. 2021년, 선수가 주인공 되는 야구만큼, 주민이 주인공이 되는 도시재생 뉴딜사업이 보고 싶은 이유다.

취재: 배정훈, 안혜민 디자인: 안준석 인턴: 김지연, 이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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