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4일, 성탄절 전날에 인사드립니다. '방콕에 지친 당신을 위해' 66회차입니다. 원래 매주 금요일 업데이트하는데, 이번 주는 금요일이 성탄절 휴일이라 하루 일찍 씁니다. 올해의 마지막 '방콕' 취재파일이기도 하네요. 3월부터 시작한 온라인 공연 취재파일 시리즈에 계속 매달려온 것은, 공연 담당기자로서, 코로나19가 덮친 2020년을 버티는 제 나름의 방식이었던 것 같습니다. 전 세계 공연계에 일고 있는 변화의 흐름을 이 취재파일을 쓰면서 목격해온 것 같기도 하고요. 이렇게 다사다난했던 2020년이 지나가네요. 모두 고생 많으셨습니다!
● 크리스마스엔 발레 '호두까기 인형'!
발레 '호두까기 인형'은 대표적인 크리스마스 공연이지만, 올해는 대면 공연이 대부분 취소되면서 전 세계 발레단들이 온라인 유료 공연을 하고 있는데요, 무료로 공연 영상을 공개하는 단체들도 있습니다. 영국국립발레단(잉글리시 내셔널 발레)은 런던에서 대면 공연을 계획했다가 취소하면서, 무료 온라인 스트리밍으로 돌렸습니다. 발레 '호두까기 인형'을 소개하는 애니메이션과 18일과 19일 촬영한 공연 하이라이트로 구성한 75분 분량의 ' Nutcracker Delights' 영상을 상영합니다. 한국 시각으로는 24일 밤 11시부터 한 달 동안 잉글리시 내셔널 발레 [▶페이스북]과 [▶유튜브]에서 감상할 수 있습니다.
미국 피츠버그 발레단이 ' Fireside Nutcracker', 한국어로는 '난로 옆 호두까기 인형'이라고 해야 할까요, 벽난로 있는 아늑한 거실에서 할아버지가 어린 손녀에게 '호두까기 인형' 동화를 들려주는 형식으로 구성한 발레를 댄스필름으로 찍어 공개했습니다. '호두까기 인형'에서 드롯셀마이어는 주인공인 소녀 마리의 대부이며 마술사인데요, 이 버전에는 드롯셀마이어의 조카도 등장합니다. 생쥐 여왕의 저주에 걸려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데, 내면의 아름다움을 알아보고 사랑하는 여성이 나타나면 저주가 풀린다는 설정입니다.
크리스마스이브 파티 장면인 1막은 실제 집 같은 공간에서 시작됩니다. 춤이 위주가 되는 2막은 주로 무대 위에서 찍은 영상으로 편집했습니다. 다양한 장소를 배경으로 하고, 카메라 앵글도 다양해서, 무대 공연을 그대로 옮긴 것보다 실감나고 재미있습니다. 또 군무 무용수들이 마스크를 쓰고 춤추는 모습이 코로나 시대에 찍은 '호두까기 인형'이라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크리스마스 즈음해서 온 가족이 함께 보면 좋을 영상으로 '강추'합니다. (영상 앞부분 10분 정도는 이 필름이 나오게 된 과정을 설명하고, 후원자들을 소개하는 내용입니다.) 12월 31일까지 피츠버그 발레단 [▶유튜브]에서 볼 수 있습니다.
지난주에도 소개해 드렸지만, 유튜브에서 언제든 무료로 볼 수 있는 예전 '호두까기 인형' 전막 공연 실황도 있습니다. 러시아 명문 마린스키 발레단의 2012년 공연 실황, 유튜브에서 볼 수 있습니다. 한국 발레 팬들에게도 알려진 알리나 소모바, 블라디미르 쉬클리야로프가 출연하고 게르기예프가 마린스키 극장 오케스트라를 지휘합니다. [▶유튜브]
한국 단체로는 광주 시립발레단의 2018년 2019년 공연 실황을 광주 MBC 유튜브 채널에서 제공합니다. [▶2018년 공연 실황] [▶2019년 공연 실황]
또 수원 SK아트리움에서 12월 초 진행된 서 발레단의 '호두까기 인형' 공연 실황도 유튜브에 새로 공개되었습니다. 12월 말까지 볼 수 있다고 하네요. [▶유튜브]
● 어린이를 위한 크리스마스 무용 '루돌프'(~27일)
국립현대무용단의 어린이 무용 '루돌프' 다시 소개합니다. 지난해 이경구 안무로 초연된(빨간 코 사슴이 아니라) 빨간 엉덩이 원숭이 '루돌프'는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인기를 끌었는데요, 올해 대면 공연이 취소되어 대신 무료 온라인 상영회를 엽니다. 10분 분량의 영상 세 편으로 구성된 '루돌프'는 춤추는 원숭이 루돌프의 크리스마스 모험 이야기입니다. 상상력을 자극하는 움직임이 가득합니다. 27일까지 국립현대무용단 [▶유튜브]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 국립창극단 '춘향'(~연말)
한국 국립극장이 연말을 맞아 올해 5월에 공연했던 창극 '춘향' 공연 실황을 연말까지 공개하는데요, 배리어 프리 중계로 자막과 수어 제공, 음성해설 제공 영상을 각각 상영합니다. 창극은 판소리를 바탕으로 한 한국식 뮤지컬이라고도 할 수 있죠. 연말까지 국립극장 [▶유튜브]에서 볼 수 있습니다.
● 남산예술센터 마지막 시즌작 상영(~30일)
올해 말로 운영을 종료하게 된 남산예술센터가 온라인에서 2020년 마지막 시즌 작품들을 상영합니다. 남산예술센터는 1962년 동랑 유치진이 미국 록펠러 재단의 지원을 받아 한국 정부가 제공한 부지에 지은 극장입니다. '드라마 센터'로 불리면서 유치진이 세운 서울예대 실습 공간으로 쓰이다가, 2009년 서울시가 서울예대와 임대계약을 맺어 남산예술센터로 새롭게 문을 열었습니다. 지금까지 창작 초연 중심 극장으로 실험적 연극의 요람 구실을 했는데,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되어 연극계 반발이 큽니다. 공공 극장을 서울예대가 사유화했다는 주장도 나오는 등 논란이 많았지만, 서울시와 서울예대간 임대계약이 종료되면서 결국 문을 닫게 되었습니다.
연말까지 '장벽 없는 온라인극장'을 통해 [▶바로가기] 남산예술센터 대부흥성회 라이브 스트리밍(25, 26일 오후 3시)에 이어, 왕서개 이야기(27~28일), 휴먼푸가(29~30일)를 상영합니다.
● 국립오페라단 학교오페라 '사랑의 묘약'
국립오페라단이 2020학교 오페라 '사랑의 묘약'을 유튜브 채널에 공개했습니다. 해설과 함께 어린이들도 쉽게 즐길 수 있도록 한 시간 남짓으로 짧게 구성한 공연인데요, 착하고 순진한 네모리노와 똑똑하고 야무진 아디나의 사랑 이야기입니다. 유쾌하게 웃으며 볼 수 있는 희극 오페라이면서, '남몰래 흘리는 눈물' 같은 주옥같은 선율의 아리아로 유명한 작품이죠. [▶유튜브]
● 김선욱 올해 유일 서울 공연 생중계 (28일)
일명 '마룻바닥 콘서트', 더하우스콘서트 올해의 마지막 공연은 관객 없이 유튜브 생중계로 진행됩니다. 28일(월)에 첼리스트 한재민, 피아니스트 김선욱이 브람스의 첼로 소나타 1번과 2번을 연주합니다. 피아니스트 김선욱은 올해 서울 공연은 모두 연기된 상황이라 올해 유일하게 서울 무대에 서게 되는 공연이기도 합니다. 저녁 7시반 더하우스콘서트 [▶유튜브]에서 생중계됩니다.
● 네이버TV 유료 온라인 공연들
[▶네이버TV 공연 라이브]에서도 여러 편 공연 중계가 진행되는데요, '신과 함께 저승편'(24일), 국제어린이청소년연극협회 아시테지 코리아에서 인기작품 세 편으로 구성한 메리 랜선 크리스마스(24, 25일), 뮤지컬 '몬테크리스토' 리허설(25, 26일), 리처드 용재 오닐 송년음악회 '선물' (27일), 뮤지컬 '베르테르'(28일), 뮤지컬 '시데레우스'(30일) 등이 유료 상영됩니다.
● 영국 국립극단 '딕 휘팅턴' (28일 새벽까지)
영국 국립극단이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아 선보이는 가족 공연, 팬터마임 '딕 휘팅턴'을 무료 상영합니다. 6살 이상 어린이들이 볼 수 있다고 되어 있는데요, 영어로 되어 있는 게 아쉽기는 하지만, 어린이를 위한 딕 휘팅턴 놀이팩 [▶바로가기]도 다운로드 받아 이용할 수 있어요. 공연은 약 두 시간 분량으로, 영국 국립극장 유튜브채널에서 28일 새벽까지 상영합니다. [▶유튜브]
이 작품은 또 상반기에 '오페라의 유령'을 상영했던 유튜브 채널 'The Shows Must Go On!' [▶바로가기]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이밖에도 흥미로운 공연 하이라이트 영상이 많으니 한 번 둘러보세요. 이 채널은 요즘 다시 주말마다 48시간 공연 무료 상영을 시작했는데요, 모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공연계를 위한 후원 캠페인 일환입니다.
● 영국 로열오페라하우스 발레 '돈키호테' &오페라 '마술피리' (내년 1월 6일까지)
영국 로열 오페라 하우스가 크리스마스 당일, 온라인 무료 상영회를 엽니다. 우리 시각으로는 26일 새벽에 시작되는데요, 발레 '돈키호테'와 오페라 '마술피리' 상영을 예고했습니다. 로열 오페라 하우스 [▶유튜브]에서 내년 1월 6일까지 볼 수 있습니다.
● 글라인드본 페스티벌 오페라 '신데렐라' (내년 1월 4일까지)
영국의 대표적인 오페라 페스티벌인 글라인드본 페스티벌이 크리스마스 시즌에 무료 오페라 상영회를 시작했습니다. '로시니'의 오페라 '신데렐라' 전막 공연 실황을 1월 4일까지 볼 수 있습니다. [▶유튜브]
● 정명훈 & 라페니체 오페라극장, 베토벤 '합창'
지난 20일에 서울시향이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을 온라인 중계했는데요, 합창단까지 모두 마스크를 쓰고, 열과 성을 다해 연주하는 모습이 정말 인상적이었어요. 대면 공연이 취소되어 우여곡절 끝에 온라인 중계만 진행됐는데, 공연의 모습은 바뀌었어도 베토벤의 음악이 전하는 감동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베토벤 '합창'을 찾아 듣다가 유튜브에서 정명훈이 최근에 베니스의 라페니체 극장에서 지휘한 공연 실황을 찾았는데요, 지난 11월 27일에 관객 없이 연주하고 중계한 공연 실황입니다. 평소 같으면 꽉 차있을 객석에 합창단과 솔리스트가 자리했습니다. 서울시향 '합창' 때도 그랬지만, 코로나 시대 달라진 '합창' 공연 풍경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코로나 시대에도 멈추지 않은 베토벤 '합창'을 들으면서 올해를 마무리하시는 건 어떨까요. [▶바로가기] 라페니체 극장 유튜브 채널에는 그밖에도 최근에 열린 다른 공연 실황이 많이 올라와 있으니 관심 가는 공연 영상 찾아보셔도 좋겠습니다.
한동안 온라인 공연이 크게 줄어들고, 온라인 공연을 하더라도 유료화를 시도하는 상황이었지만, 12월 들어 전 세계적으로 무료 온라인 공연이 다시 많아졌습니다. '집콕'하며 보내는 크리스마스에 좋은 선물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그리고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공연업계에 관심을 가져 달라는 희망으로, 이런 무료 공연들을 제공하고 있는 겁니다.
저는 문화예술은 '영혼의 밥'이라는 말을 종종 해왔는데, 송승환 배우도 비슷한 얘기를 하더라고요. '밥 먹고 사는 일이 중요하다'지만, 어렵고 힘들 때일수록 '정신을 위한 밥'인 문화예술도 잘 챙겨야 한다고요. 문화예술은 즐기는 사람들한테는 정신의 '밥'이 되고, 문화예술계 종사자들에게는 실제로 '밥줄'이 됩니다. 신체와 정신에 모두, 맛있는 밥이 필요합니다. 외출과 모임은 삼가더라도, 몸도 마음도 건강하고 행복한 연말 보내시기 바랍니다. 2021년, 더 희망찬 새해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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