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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줄어든 미세먼지, 코로나 영향이 71%

[취재파일] 줄어든 미세먼지, 코로나 영향이 71%
● 한파 물러가니 바로 미세먼지…연평균 농도는 역대 최저

한파가 잠시 물러가고 날이 풀리자 바로 불청객 미세먼지가 찾아왔습니다. 어제(22일) 서울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52µg/m³, 경기도는 56µg/m³까지 올라 평소보다 2배나 높았습니다. 오늘도 수도권과 충청, 전북 등 서쪽 지역을 중심으로 미세먼지 농도가 종일 '나쁨' 수준을 보일 전망입니다.

그러나 올해 전국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역대 최저치를 기록할 가능성이 큽니다. 서울의 경우 지난 2013년 10월부터 본격적으로 초미세먼지 농도를 관측하기 시작했습니다. 2014년 26µg/m³이었던 서울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2017년 27µg/m³로 최고치를 기록했고, 작년에도 24µg/m³으로 크게 줄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확실히 상황이 다릅니다. 아직 올해가 일주일 정도 더 남았지만, 지금까지 측정된 서울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20µg/m³으로 관측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이렇게 농도가 줄어든 이유는 여러분이 생각하시는 것처럼 코로나로 인한 사회활동 감소의 영향이 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코로나19로 한산한 서울 명동거리 (사진=연합뉴스)

미세먼지 감소 원인 ① 코로나 71%, ② 날씨 16%, ③ 정부 정책 13%

코로나19로 인해 중국과 우리나라에서는 다양한 사회, 경제적 활동이 줄어들었습니다. 특히 미세먼지가 가장 심한 2월과 3월에, 중국은 도시 봉쇄 수준의 이동 제한조치를 시행했고, 일부 공장들은 가동을 중단했습니다. 대기 오염물질 배출량이 많은 비행기와 선박의 운행도 평소보다 줄어들었습니다.

아주대 연구팀은 해당 기간 코로나로 인한 미세먼지 감소량을 분석했습니다. 특히 미세먼지가 가장 심하고 코로나로 인한 극단적 조치가 시행됐던 올해 2~3월에 주목했습니다. 우리나라의 2017~2019년 2·3월의 미세먼지 농도는 평균 32.8µg/m³이었는데, 올해는 22.9µg/m³로 무려 9.9µg/m³이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구팀이 대기질 시뮬레이션을 통해 미세먼지가 줄어든 이유를 분석했더니, 9.9µg/m³ 감축량의 71%인 7.0µg/m³이 코로나 19로 인한 감축으로 분석됐습니다. 미세먼지는 바람이 강하게 불거나, 중국의 영향을 덜 받는 동풍이 불어오면 농도가 낮아지는데 이런 날씨에 의한 감축량은 1.6µg/m³, 즉 16%로 분석됐습니다. 계절관리제와 정부 정책에 의한 감축량은 13%로 나타났습니다. 노후석탄화력발전소 운영 중단과 노후차 운행 제한, 차량 2부제를 포함한 미세먼지 계절관리제와 우리나라의 장기적인 오염물질 감축정책으로 미세먼지가 1.3µg/m³ 줄었다는 겁니다.

​같은 방법으로 연구팀은 중국의 상황도 분석을 해봤습니다. 중국의 미세먼지 농도는 우리보다 많은 16.8µg/m³이나 감소했는데, 코로나로 인한 영향이 53%, 날씨로 인한 영향이 22%, 저감정책으로 인한 효과가 25% 수준이었습니다.

주목할 부분은 중국과 우리나라 모두 기존 정부 정책에 의한 감소량보다 코로나로 인한 미세먼지 감소량이 월등히 많았다는 겁니다. 올해 정도의 공기질을 유지하려면 현재 정책보다 훨씬 더 강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연구의 교신저자 김순태 교수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유례없는 대기질 개선 효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면서도, 우리가 원하는 깨끗한 공기를 얻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배출 저감 노력이 확대되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연구는 지난 12월 17일 세계적인 학술지 네이처(nature)의 자매지 사이언티픽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 게재됐습니다.

미세먼지 코로나

● 중국 감소량에 비해 한국 미세먼지 감소가 적은 이유

최근 국내외 연구들을 종합하면 의문점이 하나 생깁니다. 미세먼지 평균 농도는 중국이 우리나라보다 높지만 미세먼지 감축 속도는 중국이 훨씬 빠르다는 겁니다. 아주대팀 분석 결과 2015년부터 2018년 사이 중국의 초미세먼지는 25% 줄었는데, 우리나라는 12% 줄어드는 데 그쳤습니다. 그나마 12% 가운데 절반은 날씨가 도와줘서 줄어든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우리의 노력으로 줄어든 건 6% 수준이라는 겁니다.

이렇게 중국에 비해 감축 노력이 제 효과를 보지 못하는 건 중국에서 넘어오는 다량의 '질산'과 국내 대기에 너무 많은 '암모니아'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연구팀은 배출원이 없어 공기가 깨끗하고 중국 오염물질의 영향을 잘 살펴볼 수 있는 백령도의 대기질을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백령도에서 석탄발전에서 주로 만들어지는 황산염 미세먼지가 감소한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그러나 질산염 미세먼지는 오히려 늘어났습니다. 질산염 미세먼지는 주로 자동차에서 많이 만들어지는 '질소산화물'이 미세먼지로 변한 것입니다. '질소산화물'은 대기 중의 물과 만나 '질산'으로 바뀌고, 이 질산이 '암모니아'와 만나면 우리가 아는 '미세먼지'가 됩니다(질산염 미세먼지).

중국의 강도 높은 정책으로 석탄 사용량이 감소해 우리나라로 넘어오는 황산이 줄었지만, 황산과 반응하던 암모니아의 잉여분이 중국서 넘어온 '질산'과 반응하면서 질산염 미세먼지는 오히려 늘었습니다. 중국에서 넘어오고 있는 질소산화물과 질산이 우리나라의 암모니아와 만나 미세먼지를 추가로 생성하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감축 노력이 제대로 효과를 못 내고 있다는 겁니다.

중국에서 넘어오는 물질을 우리가 줄일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국내 암모니아를 줄이면 해결될 것 같지만 농도가 너무 높고, 줄이기도 매우 어렵다는 게 문제입니다. 가장 최근까지 집계된 환경부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 암모니아 배출량은 2001년도에 23만 톤 수준이었는데, 2017년에는 30만 톤으로 오히려 배출량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같은 기간 질소산화물이 배출량이 121만 톤에서 118만 톤까지 소폭 줄어들었지만, 암모니아 배출량은 높아진 겁니다.
 
농업, 비료, 농장

우리나라 암모니아 배출량은 연간 30만 8천 톤 수준인데, 이 가운데 농업 부분에서 배출되는 암모니아가 전체의 79%를 차지합니다. 암모니아는 비료를 사용하거나 가축 사육할 때 많이 발생하는데, 공장 굴뚝처럼 한 곳에서 오염물질이 나오는 게 아니라 넓게 퍼져 배출되기 때문에 통제할 방법이 없어 줄이는데도 한계가 있습니다. 암모니아 농도가 너무 높기 때문에, 암모니아를 약간 감축하는 것 만으로는 미세먼지가 전혀 줄어들지 않을 거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이런 어려움으로 인해 2013년부터 사회적인 문제로 자리 잡은 미세먼지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확실히 큰 가능성을 봤습니다. 지금까지의 정책이 오염물질을 줄이는 데는 한계가 있었지만 오염물질의 배출을 대폭 감축하면 미세먼지는 생각보다 빠르게 줄어든다는 겁니다.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와 활동 제한으로 엄청난 피해가 뒤따르고 있지만, 과연 어느 정도로 우리의 활동을 제한해야 미세먼지가 줄어드는지도 확인할 수 있던 한 해였습니다. 코로나와 마찬가지로 미세먼지를 잡아내려면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희생이 필요하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 참고 문헌
- The impacts of COVID‑19, meteorology, and emission control policies on PM2.5 drops in Northeast Asia, YoonHee Kang
- Direct and cross impacts of upwind emission control on downwind PM2.5 under various NH3 conditions in Northeast Asia, Eunhye Kim
- Role of emissions and meteorology in the recent PM2.5 changes in China and South Korea from 2015 to 2018, Minah Bae
- 국가미세먼지정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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