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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식 기자와 평양 함께 걷기] 자신의 피까지 수혈했던 북한 의사들

[안정식 기자와 평양 함께 걷기] 자신의 피까지 수혈했던 북한 의사들

우리는 통일에 준비돼있는가

안정식 북한전문기자 cs7922@sbs.co.kr

작성 2020.12.23 10:10 수정 2021.01.05 15:05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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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글 (▶ 의약품 빼돌렸던 북한 의사들…무상치료, 이젠 옛말?) 에서 북한의 망가진 의료 현실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하지만 북한 의료시스템이 애초부터 후진적이었던 것은 아닙니다. 북한도 나라가 제대로 돌아갈 때에는 의료시스템 구축에 나름대로 힘을 기울였습니다. 이번에는 북한의 의료제도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안정식 취재파일용-자신의 피까지 수혈했던 북한 의사들 (사진=조선중앙TV 캡처)
● 무상치료제 기반의 북한 의료시스템

북한의 보건의료시스템을 구성하는 주요 요소는 무상치료제와 예방의학, 의사담당구역제와 동서양의학의 통합입니다. 사상적으로는 정성의학이 의료서비스의 기초를 이루고 있습니다.

무상치료제란 말 그대로 국가가 전적으로 주민들의 건강을 무상으로 책임지는 제도입니다. 돈을 내야 치료받을 수 있는 자본주의에 비해 무상치료제는 사회주의의 우월성을 선전할 수 있는 제도입니다. 북한은 무상치료제를 구축해가면서 단순히 치료에 중점을 두는 것이 아니라 병을 미리 예방하는 방향으로 의료시스템을 마련했습니다.

예방의학이란 병에 걸려 치료받기 전에 병을 예방하는 것으로 방역을 비롯해 위생사업을 강화하고 예방접종을 실시하는 것 등을 가리킵니다. 구체적으로 토요일을 '위생의 날'로 정해 전 주민들이 위생사업을 실시한다든지 위생문화 창조운동, 모범위생군 창조운동, 병 없는 리 창조운동 등이 전개됐습니다.

의사담당구역제란 예방의학의 취지에 맞는 주민건강관리제도입니다. 의사가 일정한 주민들을 담당해 그들의 건강을 책임지고 보호 관리합니다. 북한의 모든 주민들은 자신이 거주 또는 근무하는 지역의 병원이나 진료소에 등록하고 건강기록부를 작성하는데, 의사는 자기가 맡은 구역의 주민 건강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면서 예방치료 사업을 벌이게 됩니다. 의사담당구역제는 거주지담당제와 직장담당제 두 가지 형태로 구성되는데, 내과-소아과-산부인과 3분야의 기본전문과 의사를 지정해 담당구역 주민들을 관리합니다.

양방과 한방이 철저히 분리돼 있는 남한 시스템과는 달리 북한에서는 양방과 한방의학을 통합적으로 활용하는 동서양의학의 통합 시스템을 도입했습니다. 때문에 북한 의대생들은 양방과 한방 관련 수업을 병행해서 배웁니다.

북한 의료시스템의 사상적 기초를 이루는 '정성의학'이란 의료인들이 환자들을 정성을 다해 치료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자본주의처럼 환자를 치료하고 돈을 받는 계약적 관계가 아니므로 북한 의료인들에게 '정성'을 강조하는 것은 의료인들의 열의를 추동하는 중요한 사상적 기초가 됩니다. 의료인들이 수술 시에 자신의 피를 수혈하고 자신의 피부를 떼어내어 이식하는 것을 자원할 정도로 정성의학이 강조됐습니다. 무상치료제하에서 환자들은 의사에게 매우 감사의 뜻을 표현하게 되는데, 이런 것들도 의사들의 동기 부여에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북한의 경제 상황이 괜찮고 의료시스템이 잘 작동할 때 이러했다는 얘기입니다.

안정식 취재파일용-자신의 피까지 수혈했던 북한 의사들 (사진=조선중앙TV 캡처)
● 의료인력·병원, 선진국에 비해 적지 않아

북한의 보건일꾼, 즉 의료인력의 수는 적지 않은 편입니다. 북한이 무상치료제 실현을 위해 보건일꾼 양성에 힘을 기울였기 때문입니다. OECD 자료에 따르면 2003년 기준으로 북한의 의사 수는 1천 명당 3.3명으로 OECD 평균 3.1명보다 많고 아시아 22개국 평균 1.3명보다 많습니다.

병원도 적지 않은 편으로 행정구역별로 각지에 고루 배치돼 있습니다. 북한의 평균 병상 수는 연구기관의 추산치마다 차이가 있으나 인구 1만 명당 132∽187개까지 추산됩니다. 최근 자료 수집에 한계가 있지만, 병상 수가 일본에 이어 세계 2위 수준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북한의 병원 시설은 1차, 2차, 3차, 4차 진료기관으로 나뉘어 있는데, 1, 2, 3, 4차 진료기관을 합쳐 4천~6천여 개의 병원과 진료소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북한에는 대체로 각 도마다 1개씩 12개의 6년제 의·약학대학이 있는데, 의학대학을 졸업하면 자동적으로 의사 자격이 주어집니다. 의사국가고시를 합격해야 의사 자격이 주어지는 남한과는 다른 시스템입니다. 3년제 의학전문학교를 졸업한 사람들은 의사나 약제사보다 한 단계 아래인 준의나 조제사 자격이 주어집니다.

의과대학 자체가 전문적 지식을 가르치는 곳인 만큼 남북한 의과대학 간에는 공통된 교과목이 많습니다. 다만, 북한 의대에는 김일성 노작 등 정치사상 과목이 10여 개 들어가 있으며 고려의학, 침구학 등 한방 관련 과목이 들어가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이는 앞서 언급한 대로 북한 의료시스템이 한방과 양방을 결합한 형태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 종양학, 마취통증학 등 몇몇 과목들은 남한 의대에만 개설돼 있습니다.

안정식 취재파일용-자신의 피까지 수혈했던 북한 의사들 (사진=조선중앙TV 캡처)
● 북한 의사들, 의과대학 졸업 뒤에도 계속 공부해야

북한의 의사들에게는 의과대학 졸업 뒤에도 계속 공부를 하도록 하는 시스템이 마련돼 있습니다. 의과대학을 졸업하면 별도의 시험 없이 의사 자격을 얻게 되지만 이는 6급 의사 자격에 불과합니다. 이후 3년 간격으로 급수시험을 쳐서 결과에 따라 1급 의사까지 올라갈 수 있습니다. 시험 점수가 나쁘면 승급을 못하고 기존 급수에 머물거나 급수가 내려가기도 합니다.

4급까지는 필기시험만 치지만 3급부터는 학위논문 같은 연구실적이 있어야 하고 그에 상응하는 치료 예방실적과 2가지 외국어 능력이 필요합니다. 2급 의사시험은 학사(남한의 석사) 학위 또는 부교수 학직을 받은 의사만 응시할 수 있고, 1급 의사시험은 박사학위 또는 교수 학직을 받은 의사만 응시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대부분의 의사들은 경력이 오래됐어도 3∽4급에 머무는 경우가 많습니다.

급수 상승은 의사의 실력을 나타낼 뿐 아니라 월 급여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모든 의사들이 급수 상승을 위해 노력합니다. 이와는 별도로 모든 의사들은 의과대학 졸업 후 5년 뒤부터 의사재교육대학에서 3~6개월 동안 재교육을 이수해야 하는데, 북한의 경제 상황이 악화되면서 재교육 시스템은 유명무실화된 상태라고 합니다.

(사진=조선중앙TV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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