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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이용구 택시기사 폭행 논란, 수사권 조정의 미래?

지난 주말 가장 뜨거웠던 뉴스 중 하나는 이용구 법무부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논란이었습니다. 차관으로 임명되기 전인 지난달쯤 이용구 차관이 술을 마시고 택시를 탔다가 내리는 과정에서 택시기사를 때린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었다는 소식이 지난주 토요일(12월 19일) 조선일보 단독보도로 처음 알려졌기 때문입니다.

SBS 기자들이 사건을 처리했던 서울서초경찰서는 물론 피해자인 택시기사까지 직접 접촉해 취재한 결과에 따르면 이 사건의 사실관계는 명확해 보입니다. 이용구 차관(당시 변호사)이 지난달쯤 술을 마시고 택시에 탔다가 목적지에 왔으니 내리라고 요구하는 택시기사의 몸에 물리적 위력을 행사했다는 것은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었습니다.


● 공직자 윤리 문제는 명백…경찰의 '봐주기 의혹'은?

이와 관련해서는 형사처벌 여부를 떠나서 고위공직자로서 문책을 받을 만한 처신이라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평범한 검사가 술에 취해 택시기사에게 물리적 위력을 행사했다면 형사처벌 여부를 떠나서 징계를 받는 일을 피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평범한 변호사라도 이런 일을 저질렀다는 사실이 널리 보도된 상황이라면 변호사협회의 징계를 받을 수 있습니다. 법무부 검사 징계위원회의 당연직 위원이자, 변호사 징계에도 관여할 수 있는 법무부 차관이 임명되기 직전에 이 같은 일을 저질렀다는 사실이 알려진 이상 임명권자가 됐든 차관 본인이 됐든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공직자 윤리 차원의 책임 문제와 별개로 이용구 차관 사건과 관련해서는 사건이 형사적으로 처리된 과정에 대한 의혹도 제기됐습니다. 택시기사의 신고를 접수하고 사건을 조사한 경찰이 이용구 차관 사건을 '내사종결' 처리했기 때문입니다. 현 정부에서 법무부 법무실장을 지낸 경력이 있는 변호사이자, 사건 발생 당시 청와대와 여당이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는 월성 원전 폐쇄 관련 사건 핵심 피의자인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의 변호인이었던 이용구 차관을 경찰이 봐준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진 것입니다.

'이용구 봐주기 의혹'과 관련해서는 검토해봐야 할 몇 가지 쟁점이 있습니다. 쟁점을 하나하나 검토하기에 앞서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렇습니다.

'원칙적으로 이용구 차관의 폭행 사건의 경우 택시기사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처벌이 가능한 범죄이지만. 실무적으로는 이 같은 경우 기소하지 않거나 기소유예 처분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이 사건이 검찰까지 가지도 않고 경찰 단계에서 내사종결 처리됐다는 점이다. 이는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될 검찰과 경찰 사이 수사권 조정 법령의 문제점과 관련해 시사하는 바가 있다.'

어떻게 이런 결론에 이르렀는지 하나씩 따져보겠습니다.

새 법무차관 이용구


● '이용구 봐주기 의혹' 쟁점 1 - 특가법 5조 적용 여부

이용구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논란과 관련해 가장 문제가 된 것은 '특가법 5조' 적용 여부였습니다. 이용구 차관에게 경찰이 적용한 혐의는 '단순 폭행'이었습니다. 단순 폭행은 반의사불벌죄(反意思不罰罪)이기 때문에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명할 경우 국가가 가해자를 기소할 수 없습니다. 이를 '공소권이 없다.'라고 표현합니다.

문제는 "운행 중"인 택시기사를 폭행하는 행위는 단순폭행죄가 아니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 제5조의 10의 1항에 해당한다는 것입니다. 조문은 이렇습니다.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10(운행 중인 자동차 운전자에 대한 폭행 등의 가중처벌)

① 운행 중(「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제2조제3호에 따른 여객자동차운송사업을 위하여 사용되는 자동차를 운행하는 중 운전자가 여객의 승차ㆍ하차 등을 위하여 일시 정차한 경우를 포함한다)인 자동차의 운전자를 폭행하거나 협박한 사람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이 조항을 위반한 범죄는 반의사불벌죄가 아닙니다. 따라서 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분명하게 표명했더라도 이는 참작 사유일 뿐 불기소 사유가 될 수 없습니다. 폭행을 했다는 사실이 인정된다면 피해가 크지 않더라도 아예 불기소 처분을 할 수는 없고 원칙적으로는 기소유예 처분이라도 해야 하는 것입니다.
[참고] 기소유예(起訴猶豫)

범인의 행위가 범죄에 해당하는 경우에도, 범인의 연령 ·성행(性行), 지능과 환경, 피해자에 대한 관계, 범행동기·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을 참작하여 소추할 필요가 없다고 사료될 때 검사가 공소제기를 유예하는 처분.


● 경찰이 제시한 판례는 법률 개정 이전의 것

그런데 경찰은 이용구 차관이 택시기사에게 물리력을 행사한 사실을 확인한 후에도 이 차관을 형사 입건조차 하지 않고 '내사종결' 처리했습니다. 수사 이전 단계, 다시 말해 정식 형사 절차 이전 단계에서 사건을 없던 일로 처리한 것입니다

경찰은 내사종결 처리의 근거로 헌법재판소 판례(2015헌바336)을 제시했습니다. 이 판례는 '교통안전질서를 저해할 우려 없는 장소에서 계속 운행 의사 없이 주·정차한 경우는 '운행중'(특가법 적용 대상에서)에서 배제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고 경찰은 설명합니다.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히더라도 기소를 해야 하는 특가법 위반 범죄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운행 중"인 택시기사를 폭행했어야 하는데, 헌재 판단에 따르면 "교통안전질서를 저해할 우려 없는 장소"에서 "계속 운행 의사 없이" 정차한 경우는 "운행 중"이 아닌 것으로 봐야 한다는 논리입니다. 이용구 차관의 경우에는 목적지에 도착한 후에 정차한 택시기사에게 물리력을 행사한 것이기 때문에 "운행 중"인 택시기사를 폭행한 것으로 볼 수 없고, 따라서 특가법 위반으로 볼 수 없어서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명했을 경우 문제 삼지 않는 단순폭행죄를 적용해 '내사종결'했다는 것이 경찰 주장입니다.

하지만 경찰 주장에는 큰 허점이 있습니다. 경찰이 근거로 제시한 헌법재판소 판례 자체에 이 같은 해석은 2015년 6월 22일 개정되기 이전의 특가법을 기준으로 한 것이라고 명시돼 있기 때문입니다. 2015년 6월 22일에는 특가법의 어떤 부분이 개정되었을까요? "운행 중"이라는 단어를 보다 엄격하고 명확하게 규정하는 대목이 법조문에 직접 삽입됐습니다. "운행 중(「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제2조제3호에 따른 여객자동차운송사업을 위하여 사용되는 자동차를 운행하는 중 운전자가 여객의 승차ㆍ하차 등을 위하여 일시 정차한 경우를 포함한다)"이라는 문장이 들어간 것입니다.

개정된 조항에는 택시기사가 승객 하차를 위해 일시 정지한 경우는 "운행 중"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점이 매우 명확하게 드러나 있습니다. "운전자가 여객의 승차ㆍ하차 등을 위하여 일시 정차한 경우를 포함한다."라고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일각에서는 이는 버스 등을 염두에 둔 규정이고, 수시로 승하차가 일어나는 택시에는 적용되는 조항이 아니라는 주장도 합니다. 하지만 법조문에 명시적으로 규정된 것과 배치되는 해석입니다. 법조문에는 이 조항의 대상이 되는 자동차가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제2조제3호에 따른 여객자동차운송사업을 위하여 사용되는 자동차"라고 적혀 있습니다. 버스뿐만 아니라 택시도 해당된다고 법조문에 명시돼 있는 것입니다. 만약 택시는 배제하고 버스의 경우에만 해당되는 조항이었다면 조문의 대상이 되는 자동차를 이처럼 명시적으로 규정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따라서 개정된 법 조항에 따르면 이용구 차관의 경우 "운행 중"인 택시기사를 폭행한 것으로 해석해 반의사불벌죄가 아닌 특가법 위반 혐의가 적용했어야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 '이용구 봐주기 의혹' 쟁점 2 - 실무 적용 사례

하지만 한 가지 감안할 점은 있습니다. 2015년 특가법이 개정된 후에도 실무에서 이용구 차관의 경우와 유사한 사건이 어떻게 처리됐는지를 살펴봐야 할 것입니다. 정확한 통계는 찾을 수 없지만 복수의 검사들을 취재한 결과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고 폭행의 정도가 경미할 경우 특가법 조항에도 불구하고 정식으로 기소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기소유예 처분 등을 활용한다는 것이죠. 솔직하게 말해서 경찰에서 이런 정도의 사안을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하면 더 이상 따지지 않고 그대로 불기소 처분을 하는 경우도 있다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논의를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1. 이용구 차관의 사건은 원칙적으로 피해자의 처벌 불원 의사와 관계없이 기소되어야 하는 특가법 위반 사례로 보인다.

2. 그럼에도 실무적으로는 이런 경우 기소하지 않고 기소유예 처분 등을 하는 사례도 없지 않다.

하지만 현재까지 드러난 점만 놓고 볼 때 저는 이 사건의 진짜 문제는 이용구 차관의 기소 여부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일각에서 의심하는 대로 현 정부에서 법무실장을 지내고 퇴임한 상태였던 이용구 차관의 사건 처리 과정에 부당한 압력이 있었다면 이는 별개의 문제겠죠. 하지만 아직까지 근거가 명확하지 않은 의심의 수준을 넘지 못한 주장입니다. 혹시 앞으로 검찰이나 공수처에서 관련된 수사가 진행된다면 진실 여부가 밝혀질지도 모르겠습니다.

서초경찰서 (사진=연합뉴스TV 제공, 연합뉴스)


● 이용구 사건의 핵심 - 경찰의 '내사종결' 처리

제가 진짜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은 경찰이 이 사건을 '내사종결' 처리했다는 점입니다.

앞서도 말했지만 '내사종결'은 문제가 벌어졌을 때를 이를 형사입건 처리조차 하지 않고 형사절차가 시작되기 이전 단계에서 없었던 일로 정리한다는 뜻입니다. 현행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만약 내사종결 처리를 하지 않고 일단 형사 입건을 하고 나면 경찰은 수사 결과 무혐의 처분해야 한다는 결론을 이르더라도 검사가 사건을 다시 검토해 처리할 수 있도록 사건을 검찰에 보내야 합니다. (이를 불기소 의견 송치라고 합니다.) 현재까지는 사법경찰관이 보낸(=송치한) 사건을 검사가 검토한 후 기소 여부를 최종적으로 결론 내리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사건은 아예 형사입건조차 되지 않은 상태, 즉 내사 상태에서 종결됐기 때문에 경찰은 사건을 검찰에 보낼 필요가 없었습니다. 아예 형사사건으로 만들지 않은 것입니다. 이는 이례적인 경우로 해석할 여지가 있습니다. 다른 대부분의 공무원과 마찬가지로 경찰관 역시 민감한 사건에 대해 최종적인 책임을 지는 일을 회피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특히 이 사건처럼 법리적으로 논란이 있는, 정확히 말하자면 원칙적으로는 기소 의견을 제시해야 하는 사건을 경찰관이 형사 입건조차 하지 않아 검사에게 판단 기회조차 주지 않는 것은 이례적입니다.

설사 담당 경찰관이 이 사건의 경우 불기소 처분하는 것이 옳다고 판단했다고 해도, 일단 사건을 입건한 후 자신의 무혐의 의견을 제시하며 검사에게 최종 판단을 맡기는 것이 상식적입니다. 실제로 현행 형사소송법상 검사가 경찰로부터 무혐의 의견 사건까지도 모두 넘겨받아(이를 '전건송치주의'라고 합니다.) 기소 여부에 대해 원점에서 검토하도록 규정하는 것은 바로 이번 경우처럼 법리적으로 논란이 있을 수 있는 사건을 법률전문가인 검사가 판단하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럼에도 경찰은 이용구 차관에 대한 택시기사의 신고가 접수되자 법리적으로 논란이 있는 사안을, 이례적으로 형사입건조차 하지 않음으로써, 검찰이 사건을 넘겨받아 검토할 수 있는 기회를 없애고, 스스로 모든 책임을 감당했습니다. 이용구 차관이 현 정부에서 법무부 법무실장을 지내고 퇴임한 변호사로서 정권 실세들과 가까운 사이로 평가받는 인물이 아니었더라도 경찰이 이런 식으로 사건을 처리했을지 의문이 제기되는 것은 지극히 합리적입니다. (이에 관련해 경찰은 사건 처리 당시 이용구 차관이 법무실장 출신의 유명 변호사라는 사실을 몰랐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 내년부터 바뀌는 수사 구조와 이용구 사건의 관계

특히 이 문제가 의미심장한 것은 내년부터 시행될 형사소송법과 대통령령 등에 따른 수사 구조의 변화, 구체적으로는 경찰의 사건 불송치 및 검찰의 재수사 요구(예전 표현으로는 '수사지휘')와 관련된 핵심적 문제와 맞닿아 있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될 대통령령인 '검사와 사법경찰관의 상호협력과 일반적 수사준칙에 관한 규정' (이하 '수사준칙') 등에 따르면 경찰은 1차적 수사 종결권을 갖습니다. 경찰이 기소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사건만 검찰에 송치해 기소 여부를 판단하도록 하고, 경찰이 기소가 필요 없다고 판단하는 사건은 경찰에 정식으로 송치하지 않는 (= 사건 불송치) 구조로 바뀌는 것입니다. 현행 법령은 경찰이 기소 의견으로 판단하든 불기소 의견으로 판단하든 모두 검찰에 사건을 송치해야 하는 '전건송치주의'를 채택하고 있지만, 내년부터 시행되는 수사준칙 등에 따르면 경찰은 기소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사건만 검찰에 송치하게 됩니다.

어떤 의미일까요? 지금까지는 '내사종결' 처리를 하지 않는 사건, 일단 형사입건을 한 사건의 경우 경찰은 처리 결과와 관계 없이 검사에게 사건을 넘겨야 했습니다. 경찰이 법령을 올바르게 적용했는지, 수사 과정에 불법이나 특혜는 없었는지 등을 검사가 전부 다시 살펴보는 구조입니다. 경찰관 입장에서는 다른 부처 소속 공무원인 검사가 자신의 업무 처리에 대해서 살펴보는 셈이었으니 불편한 일이었죠. 하지만 내년 1월 1일부터는 기소가 필요 없다고 경찰이 판단하는 사건의 처리 과정에 대해서는 검사의 검토를 받지 않아도 되는 셈입니다. 경찰로서는 오랫동안 원했던 일이 이뤄지는 것이죠.


● '내사종결' 안 해도 검사에게 검토받을 필요 없어진 경찰

이렇게 되면 어떤 일을 예상할 수 있을까요? 다시 이용구 차관의 경우를 생각해봅시다. 이용구 차관 사건이 검사의 검토를 받지 않은 것은 경찰이 '내사종결' 처리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경찰이 사건 처리 과정에 대해 검사의 검토와 지휘를 받지 않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은 지금까지는 형사 입건을 하지 않고 없던 일로 하는 방식, 즉 '내사종결'이 거의 유일했습니다. 하지만 내년 1월 1일부터는 사건 처리 과정에 대한 검사의 검토를 받지 않을 수 있는 길이 크게 넓어집니다. 앞서 말했듯이, 내사종결하지 않고 형사입건 후 사건을 진행하더라도 기소가 필요하지 않다고 경찰관이 판단하면 검사에게 사건을 송치하지 않아도 되도록 법령이 바뀌기 때문입니다.

물론 새로 마련된 수사준칙에도 최소한의 검토 규정은 남아있습니다. 수사준칙 63조 1항에 따라 경찰관은 기소가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해 불송치 결정을 하더라도 관계 서류와 압수한 증거물 등을 검사에게 90일 동안 넘겨야 합니다. 검사는 90일 동안 이 서류들을 검토해 필요한 경우 재수사 요청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지금과 같이 모든 사건을 검사에게 '송치'하는 것과 질적으로 다릅니다. 언론에도 반복적으로 보도되고 있고, 추미애 법무부 장관도 여러 차례 강조했듯이 일선 형사부 검사들이 처리하는 사건의 수는 너무나 많습니다. 지금까지와 달리 검사에게 기록을 넘겨받은 지 90일 안에 재수사 요청 여부를 결정하라고 한다면, 정해진 기간에 꼼꼼하게 살펴서 재수사 요청하는 경우는 현저하게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지금은 경찰이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한 사건에 대해 검사가 다시 수사하라고 "지휘"할 수 있지만, 내년 1월 1일부터는 검사의 재수사 "요청"에 대해 경찰이 이의를 제기할 수 있습니다.

정리하자면, 경찰이 불기소 의견으로 정리한 사건의 경우 검사가 사건 처리 과정에 대해서 꼼꼼하게 다시 살펴볼 기회는 매우 적어지고, 설사 검사가 검토 과정에서 문제를 발견하다고 해도 경찰관에게 이를 수정하라고 "요청"만 할 수 있을 뿐, 의무적으로 수정하도록 강제할 수 없게 되는 셈입니다.

이런 수사권 조정 방안이 명분을 얻은 것은 그동안 검사가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남용한 사례가 적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특히 검사나 검사와 가까운 인물들에 대한 수사가 진행될 때 검찰이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활용해 사건을 축소하거나 은폐했다는 비판이 적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와 같은 문제점을 교정하기 위해서 경찰이 불기소 의견이라고 판단한 사건은 검찰에 넘기지 않아도 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하는 것, 즉 경찰에 대한 검찰의 사법통제를 약화시킨 것에 대해서는 많은 전문가들이 우려를 제기해왔습니다. 수사권이라는 막강한 국가권력, 그것도 (정당한 사유가 있을 경우에 한해서) 국민의 기본권을 제약하는 권력 행사에 대해서는 검토 과정과 제동 장치가 엄격할 수록 좋다는 것이 일반 원칙인데,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되는 수사권 조정 관련 수사준칙 등은 검찰이 남용해왔던 권력을 줄인다는 명분으로 경찰 수사권에 대한 통제장치를 헐겁게 만든 것이기 때문입니다. 검찰의 수사지휘권 남용을 교정하려는 것이 목적이었다면 검사나 검사와 관련된 인물에 대한 수사지휘권만 예외적으로 배제하는 방식 등 다양한 대안도 있었지만 관련 법령 개정 과정에서 무시됐습니다.

검경 수사권 조정


● 이용구 사건이 시사하는 '수사권 조정'의 미래

이용구 차관 사건에 대한 경찰의 '내사종결' 처리는 새로 도입되는 수사 구조에 대한 우려와 관련이 있어 보입니다.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되는 수사준칙 등에 따르면 경찰은 굳이 내사종결 처리를 하지 않더라도 이용구 차관 같이 정권 실세와 가까운 인사들의 사건에 대해 검사의 2차적 검토를 사실상 받지 않고 자체적으로 조용히 정리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는 셈이기 때문입니다.

이용구 차관에 대해서 경찰이 부당한 의도를 가지고 사건을 은폐한 것인지, 아니면 법률과 관행에 따라 정상적으로 처리한 것인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경찰이 법률 전문가인 검사에게 사건을 송치하지 않고 '내사종결' 처리한 경위에 대해서는 합리적 의혹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내년 1월 1일부터는 이용구 차관의 경우처럼 내사종결된 사건 뿐만 아니라 형사 입건된 사건에 대해서도 비슷한 논란과 의혹이 제기될 가능성이 큽니다. 특히 정권 실세가 연루된 사건에 대해 경찰이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지 않고 자체 종결한 사실이 드러날 때마다 논란이 끊이지 않을 것입니다.

결국 이용구에 대한 '내사종결'은 눈앞으로 다가온 새로운 사건 처리 방식과 수사 구조의 미래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제는 많은 사람이 본래 의미가 무엇인지 헷갈려하는 '검찰개혁'이라는 구호 아래 실무 경험이 있는 여러 전문가들의 우려를 무릅쓰고 행해진 일들이 어떤 결과로 돌아올지, 법조계와 형사 사건을 취재하는 기자 입장에서는 눈을 크게 뜨고 지켜볼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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