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바닥에 널브러진 마비 독수리, 그 옆엔 또 사체들

<앵커>

멸종 위기에 처한 독수리들이 겨울을 나기 위해 몽골에서부터 수천 킬로미터를 날아 우리나라로 옵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뿌려놓은 농약에 중독돼 죽는 등 피해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이용식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충남 당진의 한 논바닥 여기저기에 독수리들이 쓰러져있습니다.

지난 12일 이곳에서 독수리 8마리가 발견됐는데, 6마리는 죽은 상태였고 2마리는 마비증세를 보여 날지 못하는 채로 구조됐습니다.

독수리 뱃속에서는 야생조류를 먹은 흔적이 나와 농약 중독으로 추정됩니다.

농약에 중독된 독수리들은 대부분 논에서 발견됩니다.

밀렵꾼이 논바닥에 뿌려놓은 농약 묻은 볍씨를 먹고 야생조류가 죽게 되는데, 다시 독수리들이 이 사체들을 먹고 2차 중독 피해를 일으키는 것입니다.

지난달부터 최근까지 농약 중독으로 구조된 독수리는 19마리, 이 가운데 11마리는 치료를 받고 야생으로 돌아갔고, 8마리는 건강을 회복하고 있습니다.

[김봉균/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재활관리사 : 농약에 중독된 상태가 심하지 않다면 짧게는 4~5일에서 길게는 한 2주 정도의 치료기간을 거치면 자연으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제때 구조되지 못해 죽은 독수리는 전국적으로 올해 9마리, 지난해 6마리, 2018년 17마리나 됩니다.

독수리에게 2차 피해를 주는 농약 밀렵으로 올해 전국 6개 시도에서 야생조류 460마리가 죽었습니다.

폐사체에서는 독성이 강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됐고, 볍씨도 나왔습니다.

[김신환/충남 서산 동물병원 원장 : (새) 소리가 시끄럽다고 농약을 묻은 벼를 이렇게 주는 경우도 있고요….]

끊이지 않는 농약 밀렵이 멸종위기종인 독수리와 다른 새들의 서식환경을 망치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강윤구·김민철, 화면제공 :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