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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잇] 20원 때문에 죽은 편의점 알바생

[인-잇] 20원 때문에 죽은 편의점 알바생

최정규 | '상식에 맞지 않는 법'과 싸우는 변호사 겸 활동가

SBS 뉴스

작성 2020.12.18 11:03 수정 2020.12.18 16:20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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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의 필수 공간 편의점.
1년 매출 규모 25조. 1일 거래액 700억. 1일 방문객 1천만 명.
1988년 잠실 1호점을 시작으로 현재 4만 4천개의 편의점이 전국의 밤을 밝히는...
인구 대비 편의점 수가 가장 많은 나라, 대한민국.


인기리에 종영된 SBS 드라마 '편의점 샛별이'의 기획의도에 적힌 '편의점'에 대한 설명이다. 편의점이라는 장소가 드라마 기획의 소재가 될 만큼 편의점은 이제 대한민국에서 사는 시민들에게 아주 친숙한 공간이다. 단순히 생필품 구입뿐만 아니라, 택배 수발, 공과금 납부하기 등을 위해서 우리는 하루에도 여러 번 편의점을 찾는다. 편의점은 '만능 복합 생활거점'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편의점에서 일어난 이야기로 우리의 마음을 훈훈하게 했던 일도 기억이 난다. 점원이 흉기로 위협당하는 걸 보고, 기지를 발휘해서 강도를 막은 청년들의 이야기가 담겨져 있었다. 편의점 점원은 큰 피해를 당할 위험을 모면했다.
 
최정규 인잇

▶ (2015.10.24 SBS 8뉴스) [단독] 흉기 든 강도 막은 학생들…당시 상황 포착 

편의점은 드라마 기획의 소재가 될 만큼 우리와 친숙한 공간, 기지를 발휘해 강도 피해를 막은 청년들의 이야기…. 그러나 편의점이라는 공간은 훈훈한 이야기만 전해지는 곳은 아니다. 야간에 편의점을 홀로 지켜야 하는 아르바이트 노동자에게는 위협이 일상이기 때문이다. 최근 5년간 통계를 보면 1년에 300건 정도의 강력 범죄와 2,000건에 육박하는 폭력 범죄가 편의점에서 일어났다.
 
(디자인 : 장동비)

지금으로부터 4년 전인 2016년 12월 14일 새벽 3시 30분, 경북 경산의 한 편의점에서 야간에 홀로 일하던 아르바이트 노동자는 취객과 실랑이를 벌이다 칼에 찔려 숨졌다. 실랑이를 벌인 이유는 취객에게 비닐봉투를 무상으로 지급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비닐봉투 20원 받기'는 그 당시 가맹본사의 정책이었다.

이 사건 이후 가맹본사가 편의점 노동자의 안전을 책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편의점 노동자는 가맹본사가 아닌 편의점 사장님(가맹점사업자)과 근로계약을 체결하기에 직접적인 고용관계는 없지만, 강력 범죄, 폭력 범죄에 취약한 열악한 노동환경에 대한 책임을 가맹본사가 져야 하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특히 편의점 계산대가 도마 위에 올랐다. 입구가 출구가 따로 구분되지 않고 막혀 있는 계산대에 있는 알바노동자는 강력범죄 피해를 사전에 알아도 도망갈 탈출구가 없다. 경산에서 숨진 피해 노동자도 바로 그 계산대에서 흉기에 찔려 숨졌다.

 
경산 CU 편의점 알바노동자 살해사건 해결 등 시민대책위원회 제공.

공정거래위원회가 사용을 권장하고 있는 프랜차이즈(편의점업) 표준계약서 제11조에는 점포(시설 · 인테리어)는 가맹본부의 부담으로 설치하게 되어 있고, 가맹점 사업자는 가맹본부로부터 사전승인 없이는 인테리어를 변경할 수 없도록 되어 있기에 편의점에서 일하는 노동자를 위한 안전한 노동환경을 제공하라는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여론이 들끓자 가맹본사는 사건발생 5개월 만인 2017년 5월 15일, 업계 최초로 '범죄 및 안전 사고 예방기능'을 크게 강화한 안심편의점 매장을 오픈했다고 알렸다. 대피 통로를 만들고 안전바를 설치했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당시 시민단체 등은 '안심편의점 1호점'에 안심할 수 없다며 이런 입장을 냈다. "아직도 1호를 제외한 나머지 9999개 이상의 CU편의점은 알바노동자와 가맹점주가 절대 안심할 수 없는 노동환경을 유지하고 있고 언제 그 환경이 개선될지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이다"라고 말이다.

그럼 2020년인 오늘날, 편의점은 안전한가? 올해 7월, 한 언론사는 편의점 알바노동자 절반 이상이 폭언과 폭행을 경험했다고 전했다. 전자레인지 사용법을 제대로 안 알려줬다고 펄펄 끓는 라면을 맞았거나 현금을 빼앗기 위해 우산으로 맞았다는 증언이 나왔다.

편의점에서 일하던 한 청년이 목숨을 잃은 후 4년이 흘렀다. 사건 후 '야간알바 건강실태 안전대책' 관련 토론회도 열렸었다. '중대재해와 산재다발 사업장 민형사상 책임강화', '근로자 사망사고 등 중대사고 발생 시 기업 및 공공기관의 책임을 과실치사로 묻는 중대사고 기업처벌법 제정'이라는 대통령 공약도 있었다.

그러나 여전히 '안심편의점 2호'가 생겼다는 소식도,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제정되었다는 소식도 들리지 않는다. 아직도 안심할 수 없는 작업환경에 고스란히 놓여 있는 15만여 명의 편의점 점원들의 안타까운 소식만 들리는 2020년 대한민국. 천하보다 귀중하다는 한 사람의 생명을 잃고도 아무것도 바뀌지 않은 대한민국,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위해 산재사망피해 노동자의 어머니가 단식투쟁을 해야 하는 현실에서 맞이하는 경산 CU 편의점 알바노동자 사망 4주기. 마음이 무겁다.

인잇 네임카드 최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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