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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죽어가는 사람들…비대면에 '돌봄망' 무너진다

<앵커>

기초생활수급자였던 60대 여성이 집에서 숨지고 그로부터 몇 달이 지나는 동안 아무도 알지 못했던 이번 일을 계기로 우리 사회 안전망을 다시 한번 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예전에는 지자체에서 사람들을 직접 찾아가서 혹시 어려운 데는 없는지, 이런 것을 확인했었는데 요즘은 코로나 때문에 그런 것을 전화로 다 하고 또 물품 같은 것도 택배로 보내다 보니까 예상치 못한 허점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이 문제를 안서현 기자, 최재영 기자가 함께 취재했습니다.

<안서현 기자>

오래된 원룸들이 모여 있는 경기도 포천의 한 동네에서 지난달 25일 밤, 50대 남성 A 씨가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이관용/포천소방서 구급대원 : 현장 확인 시 그분께서는 이미 상당히 부패가 되어 있는 상태였고 가족분들하고 연락할 수 있는 수단이나 방법은 힘들었던 걸로 기억이 납니다.]

숨을 거둔지 꽤 오랜 시간이 흐른 상황이었습니다.

[이웃 주민 : (가족이) 아무도 없었어요. 찾아오는 사람도 없고, 아주머니가 말했다시피 찾아오는 사람도 없어요.]

이곳에는 A 씨처럼 가족하고 마저 연락이 끊긴 취약계층이 적지 않습니다.

그렇다 보니 고독사도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가족이 없거나 가족이 시신 인수를 거부하는 무연고자를 위해 서울시가 치르는 공영 장례.

지난해 434건에서 올해는 한 해가 끝나기도 전에 622건으로 1.5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박진옥/'나눔과 나눔' 상임이사 : 일단 해마다 무연고 사망자는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 게 현실이고요. 무연고 사망자를 타인의 고통쯤으로 보지 않으셨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최근 고독사 문제가 불거지는 것은 코로나19와 무관치 않습니다.

가디언지는 돌보는 사람 없이 집에서 사망한 사람들이 지난 3월부터 석 달 동안 런던에서만 700명에 달한다고 전했습니다.

봉쇄조치로 가족, 친구가 방문하지 못한 것을 이유로 들었습니다.

우리도 마찬가지인데, 특히 지자체가 대부분의 복지행정을 비대면으로 전환하다 보니 안전망에 틈이 생길 수밖에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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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영 기자>

방배동 모자의 비극에도 비대면의 그늘이 있었습니다.

발달장애가 있는 아들이 근로 능력이 있는 것으로 분류돼 있기도 했지만, 구청은 올해 전화로 모니터링을 하면서 집안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좀 더 면밀하게 들여다보지 못했습니다.

예를 들어 숨진 김 씨가 구청에 마스크 지원을 요청했는데 구청은 방문 전달보다 택배를 선택했습니다.

다른 지역이라고 상황이 다르지 않습니다.

서울 시내 25개 자치구 모두 코로나19 때문에 대면 접촉 복지사업이 축소됐고, 각종 행사는 대부분 중단됐습니다.

[A 구청 직원 : (사업들이) 지금 많이 축소가 되어가지고… 제대로 운영을 못 하고 있는 상태죠.]

[B 구청 직원 : 모든 게 축소가 되다 보니까, 모든 사업들을 (전화) 안부 확인이라든지 최소한만 하고 있어서..]

[C 구청 직원 : 코로나 때문에 직접적으로 방문을 해서 서비스를 제공하기는 좀 많이 어려워서 전화를 자주 하고요.]

또 어르신들끼리 안부를 물으며 건강을 챙기는 경로당 시설도 서울시 기준으로 3,456개 모두 문을 닫았습니다.

[이봉주/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 (비대면 영향으로) 기존의 취약한 관계망이 더 취약해져서 더 고립되고 소외될 확률이 많기 때문에 고독사라든지 취약계층의 문제는 더 심각하게 될 우려가 있습니다.]

오히려 가장 취약한 계층을 선별해 맞춤형 방문서비스를 강화하고 이웃 주민이나 택배, 배달서비스 인력 등을 활용해 관계망을 촘촘히 하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영상취재 : 이병주, 영상편집 : 원형의, VJ : 정영삼·김초아·정한욱, CG : 홍성용·최재영·이예정·성재은·정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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